서울시청 근처에 사무실을 둔 모 퀵서비스 회사.
지난 2000년 설립된 회사인데, 이 회사 대표가 퀵서비스 아르바이트생에게 1인당 적게는 4만원에서, 많게는 150만 원까지 임금을 체불해 경찰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을 천명 넘게 쓰는, 그쪽 업계에서는 꽤 알아주는 규모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회사 대표는 단지 회사 사정이 안 좋아 임금이 밀린 거라는데, 장부에 '문제 일으킬만 한 인물'이라고 적어놓거나, '쎄게' 나오는 알바생에게만 일단 밀린 임금을 지급해온 점, 부채를 다 갚고도 밀린 임금은 모른 체 한 점 등을 고려하면 대표의 말을 그대로 믿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경찰 수사도 사기 혐의에 맞춰진 거고요.
대표가 노린 것은 현행 법률의 맹점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퀵서비스 아르바이트생을 비롯해, 레미콘 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 모집인, 골프장 경기보조원, 간병인 등은 '노동자'가 아닙니다. '특수교용직 종사자'로 분류되는 신인류(?)인 셈입니다.
일은 하지만 노동자는 아니다? 그게 핵심인데요,
이른바 자기 차나 오토바이로 영업하는, 이른바 자영업자라는 거죠.
쿠폰 등을 발행하는 등 마케팅할 때에도 개인 돈으로 해야 하고, 사고가 나도 '알아서' 해결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자영업자라는 사람들, 사실 '을' 관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질적인 '사용자'가 존재하는, '사용자의 통제와 지시'를 받는 존재인 거죠.
이를 테면 계약서 상에도 조금 늦거나 결근을 하게 되면 급여에서 '까는' 규정이 들어가 있는 등 '자영업자의 의무'가 특히 강조돼 있습니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라도 노동자 범주로 취급하면 그만큼 비용부담이 커져 경영상 힘이 부친다는 건데, 오히려 대접을 안해주니 중간에 그만두는 등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대목입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정부 추산으로는 90만 명,노동단체 추산으로는 2백만이 넘습니다.
대충 중간값만 취해도 얼추 150만 명이라는 얘긴데, 우리나라 총 노동인구를 고려하면 엄청난 숫자죠.
근데 그 엄청난 수의 시민들이 사실상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문제가 있어 노동청에 도움을 요청해도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기에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관련 법안을 발의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왔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하는 현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관련 법규 재정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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