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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북한에 쌀 줄까?

북한이 당초 4월 14일까지 이행하기로 했던 영변 핵시설 폐쇄 등의 조치가 늦어지면서, 우리 정부가 곤혹스런 상황에 빠졌습니다. 18일부터 열리는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에서 북한에 쌀을 지원해야 할 지가 고민스럽게 됐기 때문입니다.

북핵 폐기와 쌀 지원의 연계 전략 구사했지만...

정부는 지난 3월 장관급 회담에서 경추위를 4월 14일 이후로 미루면서, 쌀 지원과 2.13 북핵 합의를 사실상 연계하는 전략을 마련했습니다. 2.13 합의에 따라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기로 한 시한이 4월 14일이기 때문에, 쌀 지원 문제를 논의할 경추위를 그 이후로 미루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는 지를 보아가며 쌀 지원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시에는 영변 핵시설 폐쇄 등이 기한 내에 이뤄지고 경추위에서 쌀 지원도 원활히 이뤄지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쇄를 시한 내에 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쌀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자 정부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지 않은 만큼 쌀을 지원하지 않으면 문제가 간단하지만, 남북 관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쌀 지원 보류라는 카드를 쉽게 쓰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남북 관계 대 북핵 문제

정부가 맨날 퍼준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북한에 쌀을 지원하려는 이유는 남북 관계는 남북 관계대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고민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핵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남북 관계마저 막아버리면, 남북 관계는 북핵 문제가 풀리기 전까지는 절대 회복될 수가 없습니다. 즉, 이번에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쌀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남북 관계는 이후 이산가족 상봉 중단 등으로 이어지면서 상당기간 단절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북핵 문제가 제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남북 관계의 회복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북핵 문제 해결이 중요한 만큼, 남북 관계가 북핵 문제에 연계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북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6자회담이라는 국제관계의 틀 속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남북 관계가 완전히 6자회담이라는 국제 관계의 틀에 종속되어 버리면, 이후 한반도 문제에서 남북은 어떤 독자적인 목소리도 내기 어렵게 됩니다. 즉, 통일을 포함한 한반도의 모든 문제가 6자회담과 같은 국제관계의 틀 안에서 주변 열강들에 의해서만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북한에 쌀을 주기는 줄 것 같은데... 

아마도 이번 경추위에서 정부는 결국 북한에 쌀을 지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북핵 문제 때문에 남북 관계가 정체돼 왔는데, 그런 상황이 재연되서는 안된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정책이 북한에게 ‘남한은 봉이다’라는 인식을 주게 해서는 곤란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남한은 주게 돼 있다’라는 인식을 북한이 가지게 된다면, 남한이 북한에 대해 거의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지렛대인 쌀 지원의 효용 가치는 보잘 것 없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줄 때 주더라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북한에 확실히 해 두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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