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에서 '고교-대학 연계를 위한 대입정책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출간했습니다. 지난달 말에 보고서가 나왔는데, 최근 이 연구보고서와 관련한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 일부 언론에서 한국교육개발원이 현행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나섰다는 취지의 내용의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그러나 교육개발원에서는 해당 언론사가 연구보고서의 내용을 왜곡했다며, 정정보도와 함께 민,형사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아무리 단독보도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이렇게 되면 취재원과의 관계 문제도 그렇고 시청자나 독자에게도 불신을 심어주는 엉뚱한 결과만을 초래하게 됩니다.
아무튼 1보를 접한 뒤, 교육개발원측과 통화한 결과 보도 내용이 오보에 가깝다고 해 SBS는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또 어제 보도된 내용과 다른 연구서를 입수해 오늘 보도하려고 했지만, 그나마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2년에 걸쳐 여러 전문가들이 연구한 결과인데, 일부 언론 탓에 의미가 왜곡되거나 축소되버려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아쉬운대로 제가 취재한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블로그에 들어왔습니다. 교육개발원의 연구 목적은 고교와 대학의 연계를 높일 수 있는 대학입학전형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연구를 위해 8년이라는 연구기간을 설정했고, 올해는 지난 2년간의 연구 결과를 요약해 중간 보고서를 낸 것이죠.
자 그럼 교육개발원의 연구결과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볼까요? 논란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 연구보고서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1) 대입제도 변천과정의 검토 결과와 시사점
- 대입제도는 자주 바뀌었지만 철학이 부재한 상황에서 즉흥적 대증요법식 처방이 지속
- 객관성과 신뢰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평가 본연의 타당성이 소홀이 취급
- 고교와 대학교육이 연속성과 협력 필요성이 대체로 소홀
- 수시모집에서 다양한 전형요소를 고려해 선발방식의 다양화를 추구했지만, 입학과정에서
고려된 특기가 선발용 특기로 끝나는 문제를 보임. 나아가 일부 특별전형은 입시정보와
사교육의 영향에 좌우될 소지가 커서 계층간 교육격차를 초래할 가능성.
2) 대입전형제도의 원칙에 대한 인식
- 고교교육의 목적과 정상화의 의미에 대해 학생,학부모,교사는 모두 적성에 맞는 진로
탐색과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 개발을 우선적으로 꼽음.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
경감은 별개로 인식
- 성적 총점에 기초한 기계적 학생선발 보다 전공 적합성을 중시하는 전형기준과 방법 개발해야
- 학력이 높은 학교의 성적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고교등급제 적용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부정적.
학교간 학력수준 차이에도 불구하고, 학생선발은 개인 가능성과 성취도를 고려해야 함을 시사
- 공정한 입시경쟁을 위해 사교육 영향력이 최소화되야 한다는 주장에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지지. 그러나 특목고생은 동의가 상대적으로 낮음.
3) 대입준비 관행과 제도 운영실태에 대한 인식
- 대학들이 대학별 특성에 맞게 학생선발 하는가에 대해 학생과 교사는 부정적 응답 더 높게
대학별고사 관리의 투명성과 공정성, 면접관 평가의 신뢰도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
->향후 대학별 고사, 특히 논술고사의 확대와 더불어 대학별 고사의 공정성 문제는 상당한 부담
- 고등학교가 진로선택에 맞는 대입준비르 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에 전반적으로 동의.
특히 상위권의 학생일수록 이런 문제를 강하게 느낌.
- 내신준비에 치중하는 학생은 수능에서 불리하다는 응답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나서
학교의 수업지도와 대입준비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줌.
- 수시모집에서 정보와 경제력의 격차에 따라 입학기회가 달라진다는 인식 전반적으로 높음.
4) 2008 대입제도에 대한 인식과 기대
- 2008 대입제도가 내신성적의 활용도를 높이고, 사교육의 완화시킬지 등을 물어본 결과,
사교육 경감 효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
- 2008 대입제도의 내신 산정방식은 학생들간의 경쟁을 과열시킬 위험에 비해 활용도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음.
- 수능 등급제의 도입이 수능시험 준비의 부담을 덜어줄 것인지를 묻는 문항에 대해서도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 부정적 응답이 높았으며, 특히 학생의 경우 부정적 응답이 2/3 넘음.
- 수능과 사교육을 묻는 질문에서도 전반적으로 수능은 사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유리하며,
암기위주의공부로는 수능에 대비할 수 없다고 응답. 이는 학교교육과정과 유리된 현행 수능
체제하에서는 점수제이든 등급제이든 수능 대비 사교육 수요를 잠재우기 어려우며, 학교의
수업과 평가방식에서도 다양한 사고와 응용력을 기를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함을 보여줌.
- 새 대입제도가 정책 취지와는 달리 내신과 수능, 본고사를 함께 준비해야 하는 삼중고의 소지.
- 전형요소별 반영비율에 대한 희망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내신과 수능을 40%씩
반영하고 나머지 20%는 논술고사로 채우길 희망. 특목고 학생들과 학력이 높은 학부모들은
논술고사 비중 확대에 관심.
5) 대입전형제도 개선을 위한 시사점
- 먼저 교육과정 중심의 고교-대학 연계가 필요
- 대학 입학사정은 고교 내신 성적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대학별 고사는 최소화해야 할 것.
- 학생의 점수에 따라 획일적으로 이뤄지는 진학지도 방법에서 벗어나야
-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이념과 목표에 따라 다양하고 특성화된 대입전형제도를 수립해야
-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줄일 수 잇는 전형 유형의 다양화가 한시적으로 필요
내신이나 수능 혹은 논술고사 중 어느 한 요소를 주요 전형요소로 삼는 게 필요.
- 수능시험의 성격을 기본 소양 측정에 둘 것인지 과목 중심의 학업성취조 평가에 둘 것인지,
아니면 고교 교육과정의 성공적 이수여부를 확인하는 자격고사로 할 것인지 분명히 하고,
그 성격에 부합하는 형태로 과목수와 난이도 및 시험 운영방식을 조정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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