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가 화제입니다. 한미 FTA 협상 타결을 계기로, 그리고 4월이 되면서 언론사들이 일제히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몇 가지 특징적인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미 FTA와 관련한 여론 조사는 헷갈리는 우리 국민들의 반응을 잘 대변하고 있는 듯 합니다. 대체로 한미 FTA에는 찬성한다, 국회에서는 비준동의를 해 줘야 한다거나 해줄 것이라는 답이 많습니다. 반면에 이번 협상은 미국에 더 유리한 것이었다거나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답이 많았습니다.
협상 결과는 미국에 더 유리하고 농업 피해는 막심하고, 협상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은데 한미 FTA에는 찬성하고 또 국회에서 비준동의도 해줘야 한다? 조금 모순되는 결과 같지 않습니까?
더구나 협상이 미국에 유리하게 진행됐고 협상 결과에 불만이 많다면서도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대미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는 답이 많은 것도 논리적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일부에서는 지금의 한미 FTA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찬반 의견은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도대체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들도 잘 모르는 협상 결과를 어떻게 일반 국민들이 평가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실제로 협정이 이행되고 구체적인 결과가 나타날 때가 되어야 제대로된 평가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정부나 언론 보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모든 방송이 마지막 협상 과정을 계속 특보 형식으로 생방송한 것은 은연중에 국민들에게 타결이 안 되면 큰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이렇게 큰 힘을 들여서 추진한 일인데 '타결' 소식은 국민들에게 안도를 주는 것이고 그것이 여론 조사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이른바 조중동이라고 불리는 유력 신문들이 한미 FTA에 대해 찬성 위주의 태도를 취한 것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사안 자체가 직접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언론 보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리가 막판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인 점 등을 통해서 우리 국민들은 자연스레 협상 결과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되었고 이런 것이 협상 결과에 대한 평가에서 인색한 태도를 취하게 되었을 거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결국 한미 FTA는 지금 찬반 여론에 따라 재협상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국회가 비준 동의를 해주든 말든 꼼꼼하게 상황을 판단해서 제대로 후속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싶습니다.
한미 FTA에 대한 여론조사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입니다. 지난해 10%대로 떨어졌던 노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올들어 20%대로 올라오더니 이번 한미 FTA 협상 타결을 계기로 일부 조사에서 30%를 넘어설 정도로 수직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높게 나온 수치가 32%였고 31.5%, 29.8% 등이었습니다.
청와대에서는 지지도 상승을 일단 반기고 있습니다. 사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30% 남짓으로 나온 것을 놓고 지지율이 높아졌다고 이렇게 좋아할만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만 10%대 지지율까지 경험한 입장에서는 그럴만도 하다 싶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먼저 이런 지지도가 과연 정말 노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라고 볼 수 있느냐는 겁니다. 한미 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로 대표되는 각종 시민단체, 농민단체 등은 이번 FTA 협상 타결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요. 이들은 노대통령이 당선될 때의 지지 세력입니다.
이번에 한미 FTA를 찬성하고 있는 쪽은 원래 노대통령의 지지층은 아닙니다. 결국 이번 일을 겪으면서 노대통령의 지지층이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노대통령을 칭찬하고 있는 세력이 과연 노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지지 세력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여기에 노대통령과 청와대의 고민이 있습니다.
노대통령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보수 언론들이 일제히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찬하고 나섰습니다. 노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이끌었고 항상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조순형 의원이야 좀 경우가 다르다고 하겠지만 전여옥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이 노대통령 칭찬 릴레이에 참여하고 있는 점을 보면 청와대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노대통령이 이번 FTA 협상을 계기로 한나라당 등 보수 세력과의 대연정에 들어갔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가 있는데요, 이쪽은 별 변화가 없습니다. 지난 4일 최대식 기자가 보도한 내용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나라당의 경선룰을 적용해 모의 경선도 해봤는데 지난 1월 조사때와 역시 차이가 없었습니다.
결국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에도 불구하고 전체 지지 구도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손 전 지사의 지지도 또한 거의 변동이 없었습니다.
다만 범여권의 후보로 누가 적합한지에 대한 조사에서는 손 전 지사가 확고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정동영 전 의장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지지도를 나타냈습니다. 범여권 지지자를 대상으로 살펴봐도 손 전 지사가 1위로 나섰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부동층이 너무 많아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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