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분야는 시장개방이 가속화하면서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의 40.9% 를 차지하는 초강국 미국과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할 상황이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저작권보호기간이 작가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돼 미국에 지급해야 할 로열티의 부담이 더 커졌다.
더구나 온라인 저작권 분야에서는 저작권자의 권한을 강화하는 미국 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 이용자들의 편의는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스크린쿼터는 향후 추가 규제를 하지 않는 '현재유보'로 결정돼 지난해 7월부터 146일에서 73일로 줄어든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는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없어졌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외국인 투자제한도 사실상 폐지돼 국내 유료방송 콘텐츠 시장은 미국에 완전 개방됐다.
이렇듯 문화산업분야는 주고받기 식보다 미국의 요구를 대체로 수용하는 쪽으로 협상이 타결됐다.
따라서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은 지금보다 커지게 됐다.
미국 측에 줘야 할 것은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우리가 얻을 것은 아직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 조창희 문화산업국장은 2일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저작권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여서 우리도 선진국 수준에 이르도록 대비해야 한다"며 "다만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을 보장하는 등 예외 규정을 통해 이용자 편의를 살려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스크린쿼터 축소방침을 정한 이후 영화발전기금 4천억 원을 조성하기로 한 것처럼 적극적인 진흥정책을 통해 한국영화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출판분야는 예산당국 등과 협의해 지원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적재산권, 스크린쿼터, 방송 등 한미 FTA 협상에서 타결된 문화산업분야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지적재산권 = 핵심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저작권보호기간 문제는 자연인이든 법인이든 현행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채택됐다.
미국은 월트디즈니사의 강력한 로비에 따라 2004년 만료되는 '미키마우스'의 저작권보호기간을 2024년으로 연장하기 위해 이른바 '미키마우스법'을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아왔으나 이번에 한국 시장에서 자국법 적용을 관철시켰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은 저작권자가 자연인일 경우 사후 70년, 법인일 경우 95년, 미발표 창작물일 경우 120년으로 보호기간을 연장할 것을 요구했으나 한국 측이 모든 분야에서 일괄적으로 70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해 이를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측은 저작권보호기간 70년을 받아들이되 제도시행을 2년 유예하는 선에 이번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저작권보호기간 연장요구에 맞춰 국내 저작권법의 개정이 불가피해졌으며, 이에 따라 국내 작가들의 저작권보호기간도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앞으로 국회 비준절차를 거쳐 2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2009년말이나 2010년부터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저작권보호기간을 20년 연장할 경우 문화산업분야에서 향후 20년간 로열티 지급 등으로 약 2천100억 원의 국가적 손실이 생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에서 저작권자의 권리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 측은 온라인 등에서 사용하는 콘텐츠를 개인 컴퓨터나 하드디스크에 임시 저장해 사용하는 '일시적 저장'의 복제권, 저작권자가 이용자의 접근 자체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보호장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저작권 침해자의 개인정보를 저작권자에게 직접 제공하도록 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강화' 등 미국 측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다만 '일시적 저장'이나 '기술적 보호장치' 등에서 교육이나 연구 등 비영리 목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할 때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규정을 두기로 합의해 웹서핑 등에서 예상됐던 이용자 불편 문제는 다소 완화할 수 있게 됐다.
최경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연구실장은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미국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우리나라는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이처럼 저작권자의 권리보호 문제는 상대적이어서 그 나라의 산업수준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변화한 시장환경에 적극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크린쿼터 =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문화산업분야의 최대 관심사였던 스크린쿼터는 '현재유보'로 결정이 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146일에서 73일로 줄어든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는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없어졌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1월 한미 FTA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던 스크린쿼터 축소는 한국영화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국내 영화계는 '문화주권'과 '문화다양성'을 지키는 상징적 운동으로 스크린쿼터 축소반대운동을 펼쳐왔으나 결국 미국 측의 개방논리에 밀렸다.
영화위원회 김혜준 사무국장은 "스크린쿼터가 '현재유보'로 결정됐다고 해서 당장 한국영화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울 때 안전판 역할을 하던 것이 사라져 심리적 위축감을 줄 수 있다"며 "우리나라 문화산업이 '한류' 등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강점이 있어 한미 FTA 등 개방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이 됐지만 중국 등의 보호주의적 경향이 강해 개방정책이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방송 =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외국인 투자제한을 없애 국내 유료방송 콘텐츠시장을 미국에 사실상 완전 개방했다.
현행 방송법상 보도와 종합편성 채널을 제외한 일반 PP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49%로 제한됐으나 이번에 외국인 간접투자를 100%까지 개방했다.
이는 외국인이 100% 투자한 법인도 국내 법인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또 PP들이 국산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비율을 영화는 25%에서 20%로, 5%에서 30%로 낮췄다.
핵심쟁점이었던 국산 프로그램 의무편성 비율을 지상파 방송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런 협상 결과에 대해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업계는 "국내 영상산업에서 득을 본 것이 없다"면서 "외국에 소유지분을 100% 허용하는 것은 방송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