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이 3월 26일.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좀 쌀쌀하지만, 완연한 봄입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저는 지난주 통영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통영 국제음악제를 취재하기 위한 출장이었습니다. 음악제도 좋았지만, 통영이라는 고장의 느낌이 참 좋아서 꼭 출장 말고 개인적으로도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통영 국제음악제 출장기 겸, 통영에서 취재했던 크로노스 콰르텟의 'Sun Rings' 공연 얘깁니다. '우주와 예술의 만남'이라면, 어떤 공연일지 상상이 가시나요?
------------------------------------------------------------------
작곡가 윤이상의 고향에서 열리는 통영 국제음악제는 윤이상의 음악세계를 중심으로 현대음악이 많이 연주되는 음악제입니다. 올해로 6년째인데, 현대음악에만 치중하지 않고, 일반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비교적 대중적인 프로그램들도 꽤 있습니다.
통영 국제음악제 1회 때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직접 가볼 기회는 없었는데, 올해는 음악제도 전반적으로 취재해서 소개하고, 프로그램 중에 있는, 크로노스 콰르텟의 'Sun Rings' 한국 초연도 서울 공연에 앞서 소개할 겸 해서, 통영에 출장을 가게 됐습니다.
출장 첫날인 목요일, 오후 비행기를 타고 사천 공항에 내려 차로 1시간쯤 걸려 통영에 들어갔습니다. 통영은 10년 전쯤 여행 중 잠깐 들른 적이 있는데, 아담하고 정겨운 풍광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더군요. 다만 무슨무슨 모텔, 찜질방 등 그동안 많아진 '업소'들의 간판이 그 때보다 더 어지럽게 느껴졌을 뿐.
통영시민문화회관으로 직행해서 크로노스 콰르텟의 공연 리허설을 취재해야 했습니다. 음악제 개막은 금요일이었지만, 이 날 'Sun Rings'의 리허설이 열린다고 해서 하루 일찍 도착한 것이지요. (아래 사진은 통영시민문화회관 야간 전경입니다. 바다를 굽어보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어, 실제로 보면 사진에서보다 훨씬 더 예쁩니다.)
크로노스 콰르텟은 현대음악을 주로 연주하는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입니다. 이전에 한국에서도 몇 차례 공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공연을 직접 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DVD나 음반으로 접해 보니,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음악을 연주하면서도,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는 느낌이었지요.
이번에 크로노스 콰르텟이 연주하는 'Sun Rings'는 미 항공우주국 '나사'가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호 발사 25주년(2002년)을 기념해 크로노스 콰르텟에게 위촉한 곡입니다. 나사가 25년 동안 우주에서 채집한 소리를 기반으로 미니멀리즘의 거장 테리 라일리가 작곡했고,비주얼 디자인은 U2, 롤링 스톤즈 등의 공연에서도 함께 작업했던 윌리 윌리엄스가 맡아 아주 생생하고 신비스러운 시각적 이미지를 창출했습니다.
나사가 제공한 우주의 사진과 필름, 연구원들의 메모, 그리고 'The Golden Record'(보이저 호가 싣고 떠난, 지구의 문명과 자연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자료. 나사는 우주 탐사 중 외계 생명체와 조우할 경우에 대비해 음성과 소리, 사진으로 된 이 자료를 만들었죠.)를 활용해 윌리 윌리엄스가 만든 영상은 공연 내내 무대 뒤편 대형 스크린에 투사됩니다.
테리 라일리는 이 곡을 10개의 악장으로 만들었습니다. 각각의 악장을 '우주 경치'로 부른 테리 라일리는 연주자들이 우주 탐사선을 타고 태양계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탐험자처럼 느껴지도록 이 곡을 썼다고 합니다.
실제로 리허설을 보니, 거대하고 신비스러운 우주의 영상 아래 연주하는 크로노스 콰르텟의 모습은 시간 여행자, 혹은 구도자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진에서처럼 연주자들은 은빛 막대의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데요, 새소리, 물소리, 잡음, 굉음 같기도 한 우주의 다양한 소리들이 현의 선율과 교감하며 울려퍼집니다.
연주자들 앞에는 각각 봉이 하나씩 서 있는데, 연주자들이 연주하다가 가끔씩 이 봉 위쪽을 손바닥으로 스치더군요. 그 때마다 미리 녹음된, 우주의 소리--굉음 같기도 하고, 기계음 같기도 한--가 나더라고요. 공연 기획자 말에 따르면 소리 나는 순서가 '랜덤'으로 돼 있어서 공연 때마다 달라진다고 합니다.
현대음악이라 평소 듣던 클래식 음악보다는 조금 낯설게 들리긴 했지만, 생생한 시각적 이미지와 함께 진행돼 아주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스크린에는 밤하늘 별똥별이 쏟아지기도 하고, 푸른 지구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행성 표면의 폭발 장면인 듯 용암이 부글거리는 듯한 장면이 비치기도 하는데, 장엄하고 신비스러운 기운으로 보는 사람을 압도했습니다. 게다가 합창단의 목소리가 더해지는 부분은 마치 교회 음악 같은 느낌으로, 굉장히 종교적으로 다가왔습니다.
'Golden Record'가 나오는 10악장에서는 사람의 목소리로 'One Earth, One People, One Love'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광활한 우주 속에 '한 점'일 뿐인 이 지구에 사는 인류가 서로 사랑하고 평화롭게 지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Sun Rings' 공연 관람은 여타 음악회를 관람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시각적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과학과 예술, 우주와 인간의 만남을 시도한 '멀티미디어 대작'이라고나 할까요. (크로노스 콰르텟의 리더 데이빗 해링턴과 제 2 바이올린 존 셰르바를 만나 이 작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들었는데요, 이 내용과 함께 나머지 통영 취재기도 제 블로그 http://ublog.sbs.co.kr/shkim0423에 정리해 놓으려 합니다.)
크로노스 콰르텟은 통영 국제음악제에서 개막 공연과 이 'Sun Rings'의 한국 초연(아시아 초연이기도 했습니다.)을 성공적으로 마쳤는데요, 'Sun Rings'는 27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다시 한번 공연될 예정입니다.
조만간 또 뵙겠습니다. 행복한 봄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