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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열린우리당

어제 열린우리당 의원총회 장면입니다.

정확하게는 총회가 아닌 간담회입니다.

108명의 의원 중에 40여 명 정도만 참석했기 때문에 간담회라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회의 시작이 오전 10시였고, 10시 20분쯤 제가 셌을 때는 39명이었습니다.

의원총회라고 연락했는데도, 많은 의원들이 불참한 것만 보더라도 열린우리당의 현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 의원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여기 모인 의원중에도 80%는 몸만 여기 있고, 마음은 다른 데 가 있을 거다."고요.

어쨌든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이라는 호재(?)때문인지 단상에 오른 정세균 의장은 호기롭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참석하신 의원들이 적은데,여기 모인 분들은 18대 총선 공천때 가점을 드려야겠다. 믿거나 말거나...(ㅎㅎ)

통합추진에 대해 순조롭지 못하다거나 속도가 느리다는 얘기 알고 있다. 채찍질하고 격려해달라.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국회 당의장실에서 의원들을 만나 통합에 대해 난상토론을 하도록 하겠다. 통합이 어찌 돼가는지 따져도 좋고 이론투쟁을 해도 좋다."

라고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곧이어 초선의 최성 의원이 단상에 올랐습니다.

사회를 보는 김종률 의원이 한 사람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박수 한 번 더" 하던 것을 의식한 듯 박수는 안 쳐도 된다며 최 의원은 시작부터 긴장을 불어넣는 모습이었습니다.

최 의원의 발언 요지는

"지금 남의 집(한나라당) 걱정할 때인가? 지금 열린우리당은 안락사할 위기적 상황이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을 놓고 왈가왈부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 아니다.

지난 주에 문학진 의원등 초선 의원들이 중대한 문제제기(당 해체 요구)가 있었는데 지도부가 대통합 신당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솔직하게 말하면 지도부의 통합 말씀은 공허하다. 의원들과의 대화가 중요한 게 아니다. 국민앞에 기득권 버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문학진 의원 등의 문제제기에 구체적으로 대답해주기를 요구한다."

당연히 분위기가 썰렁해졌습니다.

통합 추진 위원인 배기선 의원이 단상에 섰습니다.

배 의원은 자신의 역할을 목사님 같다는 말로 규정했는데,

"지금 열린우리당은 내일이라도 통합하자면 모든 것을 털고 갈 준비가 끝났다.

지금은 김대중 전 대통령같은 대주주나, 카리스마를 갖고 "이리 와라, 내가 편히 모실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대통합으로 가는 물줄기를 잘 끌어가는 게 우리 할 일이다.

통합추진위원들 열심히 하고 있지만 우리 파트너들이 아직 맞을 준비가 안돼 있다.

최의원 문제제기 충분히 검토해서 만반의 준비 하도록 하겠다.

목사님 같은 말씀만 해서 미안하다."

 그런데 상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기자들이 나가고 비공개로 진행된 뒤에 문학진 의원이 다시 단상에 섰습니다.

"오늘 내 이름이 많이 언급돼서 한마디 하겠다.

나도 통추위원이어서 많은 사람들 만나고 다니는데 다들 하는 말이 똑같다.

열린우리당은 도대체 지금 뭐하는가? 열린우리당 이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당장 해체 선언하라고.

그것만이 통합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얘기다.

지도부가 자기 중심으로 뭘 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묵묵히 듣고 있던 정세균 의장이 다시 단상에 섰다고 합니다.

정 의장은 "어떤 비판이든 수용할 자세가 돼 있지만, 애정어린 비판이어야지, 비판을 위한 비판은 아무 도움이 안된다.'고 말하고 상기된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갔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습니다.

평소 온화하고 잘 참기로 유명한 정 의장의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통합신당모임의 한 의원은

"의원총회 얘기를 우리도 다 들었다. 열린우리당이 그대로 존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장면 아닌가 한다. 곧 열린우리당의 추가 분열이 불가피할 것이다."

고 했습니다.

지난주 해체 요구선언에 참여했던 의원은 "이번 주중에 더 많은 의원들과 만나 추가 행보를 논의할 것이다."고 했습니다.

질서있는 통합을 강조해온 지도부에게 또 다른 부담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문제의 발언을 던진 최성 의원은

"정세균 의장과는 잘 알기 때문에 정의장이 내 말때문에 불편할 것이라고는 생각 안한다.

그 전에 둘이 만났을 때는 더 한 얘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탈당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지도부가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고

나중에 저한테 얘기했습니다.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한나라당이 흔들리고 범여권 통합작업에 다시 국민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기대하며 뭔가 진짜 해보자는 당지도부와,

지금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소속의원들간 인식의 차이가 극복될 수 있을 지는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르면 3월 말, 늦어도 4월 중순 이전에 추가 탈당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흔들리며 걸어가는 열린우리당의 통합노래가 제대로 끝날 지, 도중에 중단될 지, 그 결과에 따라 범여권 통합의 방향도 결정됩니다.

열린우리당도 지금 벼랑 끝에 서있습니다.

(위 사진은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 실린 홍보실 송하정 부장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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