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병원 수술실.
절개한 복부 속으로 들어간 손이 다급하게 움직입니다.
오늘 수술은 빠져나온 장기와 조직을 떼어내고 약해진 복벽을 복원하는 탈장 복원 수술.
총 8명의 수술진 중 집도의를 보좌하고 진행을 원활하게 하는 이는 다름 아닌 전공의 3년차 조민정 씨입니다.
[조민정/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전공의 3년차 : 수술할 때는 힘들지만 또 하고나면 보람을 많이 느낀다.]
조 씨 외에도 이 병원 외과 전공의 38명 중 여성 전공의는 8명.
예부터 수술을 하는 과목은 힘들고 어려워 금녀의 영역으로 통했지만 2, 3년 전부터 여 의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유창식/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교수 : 과거에 어떤 힘이라든지 완력이 필요한 수술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새로운 장비, 기구들이 그런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을 도와주기 때문에 여성 의과의사들의 장점이 더 부각되는 게 아닌가.]
남성보다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과도 생겼습니다.
전통적으로 다른 과에 비해 남녀 성별의 비율이 비슷했던 산부인과.
최근에는 여의사의 수가 남성을 압도해 남녀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박대중/서울아산병원 전공의협의회장 : 산부인과 전공의 남녀비율은 2, 3년 전까지만 해도 1:1로 비율이 비슷했는데, 현재는 8명 중 남자 전공의가 한 명 꼴로 여자 전공의 숫자가 대다수입니다.]
여성 산부인과 의사는 환자 측에서도 반기는 분위기.
여성 특유의 모성으로 세심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할 수 있어 치료 효과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순안/충남 대천동 : 같은 여자니까 진통할 때도 편하고, 믿음도 많이 가고 친절하고.]
이러한 여의사 증가현상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해마다 의대에 입학하는 여학생의 수가 증가하는데다 정신력과 체력 또한 남성 못지않게 강해진 점이 여의사 증가의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차경희/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2년차 : 밤새는 일도 많고 하루에 3,4시간 밖에 못자는 상황이지만 여자라서 힘들거나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습니다.]
이러한 의료계의 여풍 현상은 전공의 뿐 아니라 의대 교수직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유명 대학병원.
이곳에는 전임강사와 조교수, 부교수, 교수를 포함한 전임 교원 201명 중 여성 교원이 47명, 즉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특히, 얼마 전에는 의대 전체를 대표하는 학장에도 여성이 선출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임인경/아주대학병원 의과대학장 : 진료문제라든지 의과대학에서 교수들이 해야되는 연구 분야, 학생들을 교육하는 분야에 있어서 결코 여 교수가 남자보다 떨어진다는 통념은 우리 대학에는 없습니다.]
이렇듯 보수적인 의료계에도 투명한 임용절차를 거쳐 여성 교원을 등용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미비한 단계지만 의료계 전반에 걸쳐 남녀 성별의 벽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박해심/아주대병원 교수 : 지금은 여학생들이 저희 때보다 훨씬 활발하고 똑똑하고 적극적이고 그래서 상당히 빨리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 3천3백 명 중 1/3은 여성.
섬세함과 인간미가 필요한 의료 분야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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