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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발달에도 '운동'(?)

지난주에 "운동의 효과는 기본적으로 뇌를 자극하는 것"이라는 뉴스를 냈는데, 마침 뉴스위크지가 "운동하면 똑똑해진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가 화제가 된 덕분에 지난주 <헬스열풍> 시리즈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구했지만 구성과 주제의 한계 때문에 묻어뒀던 뇌 관련 자료를 다시 한 번 기사로 소개할 수 있게 됐다.  지난주에 찾아뵙고 도움을 얻었던 대학병원 뇌과학 연구소를 부랴부랴 다시 찾았다. 이 연구소는 세계적으로도 5~6대밖에 없다는 fMRI라는 최신 장비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뇌과학 연구의 중심이라고 할만한 곳이다. 외신에 소개된 핵심적인 내용은 이미 지난주 취재과정에서 다 나왔던 얘기들이지만, 다시 전문가를 만나서 추가적인 설명과 의미 등을 인터뷰 하기로 했다.

1. BDNF(brain-derived neurotrofic factor)

외신에 소개된 '뇌를 자극하는 운동의 효능'에서 핵심은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다. 우리말로 옮기면 '뇌에서 나오는 향신경성 물질' 쯤 된다. 향신경성이란 말은 신경으로 향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신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BDNF는 뇌세포들이 복잡하게 뻗어나가고 연결되고 소통하는 데 관여한다. 알고 있던 사실을 기억해 내는 것이나 새로운 사실을 학습하는 것 같은 모든 뇌 활동은 이처럼 뇌세포들이 얽히고 설켜서 커뮤니케이션 한 결과다. 따라서 이 BDNF의 양은 인간의 기억과 학습 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BDNF는 운동을 하든 하지 않든 건강한 인간의 뇌 속에는 늘 일정한 수준으로 존재한다. 문제는 나이를 먹을 수록 줄어든다는 점이다. 사람이 나이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지고 이해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그런데 미국의 한 연구진이 운동을 하면 이 BDNF의 분비가 촉진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서 밝혀낸 것이다. 이들이 밝혀낸 과정을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운동을 하면 몸 속에서 IGF-1이라는 단백질이 생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IGF-1은 혈액을 타고 뇌까지 전달된다. 그리고 뇌에서 BDNF의 생성을 촉진시킨다. 그 결과 기억력이 증진된다. 노화와 함께 진행되는 기억력 감퇴를 늦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기억력 발달에도 응용할 수 있는 희소식이다.


2. 운동과 기억력

미국 일리노이 대학 힐만교수 연구팀은 대학 3-4학년 학생 259명을 대상으로 정해진 시간동안 스트레칭과 달리기,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 같은 간단한 운동을 하게 했다. 이후 수학과 독해 테스트를 실시했다. 학생들의 운동능력과 점수를 비교해 보니 운동 능력이 높았던 학생들이 수학과 독해 점수도 더 높았다. 이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운동능력이 더 뛰어난 학생들이 단위시간동안 더 많은 운동을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더 많은 BDNF가 분비됐고 그 결과 지적능력이 더 많이 향상됐다. 둘째, 공교롭게도 259명의 피험자가 '운동도 잘하면서 머리도 우수한 학생' 아니면 '운동도 못하고 지적능력도 떨어지는 학생'들로 양극화(?) 돼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두 번째 가정은 그다지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뇌과학 연구소에서 실시한 실험 결과를 보면 첫 번째 가정이 더 타당성 있는 이유를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피험자에게 1.5초동안 6글자가 적힌 카드를 보여준 뒤 5초동안 빈 화면을 보여줘서 휴식을 취하게 했다. 이후 한 글자가 적힌 카드를 보여줘서 앞서 봤던 6글자 중 하나인지 아닌지를 맞추게 했다. 글자 카드를 바꿔가며 똑같은 과정을 36번 반복해서 정답률을 구했다. 이어 같은 사람에게 15분동안 러닝머신 달리기를 시킨 뒤 똑같은 실험을 다시 했다. 그 결과 운동 전후 정답률은 94.4%에서 97.2%로 올라갔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운동 전후 촬영한 뇌 사진이다.



검은 부위는 문제를 풀기 위해 동원된 뇌의 부위들이다. 운동후가 동원된 뇌의 부위가 훨씬 적었다. 그런데도 정답률은 더 높았다. 즉 뇌를 훨씬 적게 쓰면서도 답은 더 많이 맞혔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운동을 통해 집중력과 기억력이 향상된 증거로 해석한다.



3. 운동, 뇌세포 and 알츠하이머

더 나아가 연구진은 이 BDNF의 증가가 이미 존재하는 뇌 세포들이 조밀하게 연결되고 효율적으로 소통하게 하는 효과 뿐 아니라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어내게 한다는 사실을 역시 실험을 통해 입증해 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연구진이 사람들에게 석달동안 유산소 운동을 시키고 운동 전후의 뇌상태를 정밀촬영했다. 그랬더니 실험에 참가한 '모든' 피험자의 뇌 속에서 운동한 뒤에 새로운 뇌세포가 만들어진 게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 새 세포는 '해마'라고 하는 부위에서 발견됐는데, 해마는 뇌 속에서 기억력을 관장하는 중추다. 특히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를 촬영하면 해마의 크기가 크게 줄어든 것이 확인되기 때문에 해마는 알츠하이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위로 주목받아 왔다. 뇌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은 뇌세포가 죽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동이 해마에서 새 뇌세포를 생성한다는 것은 운동이 알츠하이머를 유발할 수 있는 뇌세포의 사멸을 지연시키고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증세 완화와 치료에까지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모른다는 얘기다.

아래는 우리나라 연구소에서 얻어 온 자료로, 70대와 20대의 뇌를 비교한 사진이다.


흰색 테두리가 두개골이고 그 안에 빙 둘러있는 회색 부분이 뇌다. X자 모양으로 생긴 가운데 검은 부분은 뇌실이라는 '공간'이다. 엄격히 말하면 완전히 빈 공간은 아니고 안에 뇌척수액이 차 있다. 연령대별로 5명 씩 10명의 뇌를 촬영한 모습인데, 전반적으로 70대의 뇌에서 뇌실의 크기가 20대의 뇌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확연히 볼 수 있다. 비슷한 연령대에서도 뇌실의 크기가 다른 것은 각자의 '뇌 건강'이 다르기 때문이다. 당연히 뇌세포가 일찍 많이 죽어서 뇌실이 큰 사람일수록 기억력이 나쁘고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이상의 결과들을 보면 운동이 (뜻밖에도?) 머리를 좋게 하는데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뇌를 자극하고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 "과연 얼마만큼 운동해야 하느냐?"다. 앞서 언급했던 일리노이 대학 힐만교수 연구팀에 따르면??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어느정도 운동량이나 강도가 뇌를 자극하는데 '최적'인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이렇다할 만한 게 없다. 근육을 만들거나 심폐기능을 높여주는데 가장 효과적인 운동 강도나 시간이 뇌 건강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아직은 명확히 입증된 게 없다. 다만 현재까지 드러난 바는 근육을 만드는 운동보다는 심폐기능을 높여주는 운동이 뇌를 자극하는데도 더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다. 운동 뒤 뇌 상태의 변화가 심폐기능의 변화가 많은 사람일수록 더 컸다는 실험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많은 학자들은 이같은 결과가 무산소 운동은 뇌를 활성화하는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무산소 운동을 통해서 주목할만한 효과가 발견된 것이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산소 운동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실험도 없기 때문이다.

몸짱을 위한 운동에서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비법'과 당장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지름길'을 찾는 이들에겐 '가능성은 찾았으나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은 싱거울 수 있다. 그런데도 이같은 실험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하나다. 운동으로든 뭐로든 뇌세포가 새로 생길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는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가능성에 대해서 '심증'은 가져 왔지만, 눈으로 보이는 '확증'을 찾아낸 적은 없었다. 물론, 이런 쾌거(?)가 있기 까지는 실험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연구진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기술'의 발달이 한 몫을 했다. 대당 100억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들 덕분에 운동을 전후해 나타나는 뇌 속의 미묘한 변화를 잡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찌됐든, 이젠 열심히 뛰노는 아이들에게 "넌 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공부는 안하고 맨날 공만 차냐?"는 잔소리는 그만 하는 게 좋겠다. 그시간에 억지로 푸는 산수문제보다 공 차는동안 뇌에서 펑펑 솟아나는 BDNF가 아이의 두뇌발달에 훨씬 더 좋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쓰다보니 길어져서 뇌 건강을 위한 운동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얘기는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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