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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희 "영화 찍으며 수없이 다쳤어요"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 영화 '수'에서 열연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이 첫 한국영화 연출작 '수'의 남자주인공을 캐스팅하면서 내세웠던 최우선 조건은 '촬영현장에서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는 배우'였다.

'수'의 남자주인공인 장태수는 악명 높은 살인청부업자로, 마약 조직에 희생된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혈혈단신 적진에 뛰어들어 조직 보스의 하수인들을 닥치는 대로 칼로 찌르고 죽이는 고난도의 폭력과 액션 연기를 소화해내야 했다.

일본에서 하드보일드(hard-boiled·냉혹) 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최양일 감독의 작품은 잔인하고 난폭한 폭력 묘사로 유명하다.

최 감독은 "내가 배우들을 힘들게 할 것"이라며 혹독한 연기를 견뎌낼 수 있는 성실하고 근성 있는 배우를 원했다.

그렇게 해서 선택된 배우가 지진희(36)였다.

"원래 시나리오는 지금 것보다 10배나 더 잔인했어요.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서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야, 이거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수 있겠냐, 개봉 안돼'라고 말했을 정도였죠. 결국 최종 시나리오는 영화를 찍어가면서 당사자인 저의 의견과 여러 가지 사정을 반영해 처음보다는 많이 누그러진 내용으로 다듬어진 거예요."

인터뷰를 위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지진희에게 영화 찍으면서 어디 다친 데는 없느냐고 물어봤다.

"왜 없어요. 수도 없이 다쳤죠. 영화 보셨다시피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단순한 무술이나 무협 액션과는 다르잖아요. 처절한 느낌을 주는 액션이거든요. 영화 찍기 전에 무술 연습을 아주 심하게 했죠. 아니, 무술이라기보다는 실제로 싸우고 칼쓰는 법 같은 것이었는데, 여태껏 했던 액션은 안된다는 느낌으로 무지막지하게 연습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지와 소매를 걷어올려 종아리와 무릎, 어깨 같은 데 난 긁히고 베인 상처를 보여줬다. 손과 손목에도 크고 작은 상처들이 나 있었다.

"최양일 감독님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영화를 어떻게 찍어야겠다는 방향성이 확실한 분이시죠. 배우들과 의사 소통을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 관계로 하면서도 자신이 계획한 방향대로 흔들림 없이 영화를 끌고나가세요. 그 때문에 출연진이나 제작진 모두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갖고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역시 거장이란 칭호는 괜히 붙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죠."

영화가 국내 관객 취향에는 너무 심각하고 폭력적인 것 아니냐고 질문을 던져보았다.

"글쎄요. 근데 의외로 국내에도 최양일 감독님 팬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제 주위 사람들도 전혀 영화 전문가들이 아닌데도 최양일 감독님의 이름이나 작품세계에 대해 놀랄 정도로 많이 알고 있고 깊은 관심을 표시해 저도 놀랐거든요. 심각하고 폭력적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어찌 보면 통쾌한 측면도 있고 대리만족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남성 관객은 물론이고 여성 관객도 영화를 보고 10명 중 8명은 좋아하더라구요."

지진희는 최근 흥행에 참패한 영화 '오래된 정원'에 염정아와 함께 출연했다.

"상처요? 저는 상처받을 거 없었어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주위 분들이 대부분 좋은 영화였다고 칭찬했고요. 물론 대중에게 많이 다가가지 못해 안타까운 측면은 있었지만 그걸로 상처받은 건 없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해보고 싶은 역할은 60세 이후에 결정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은 하나씩 하나씩 경험을 축적해갈 때지 제가 뭘 해보고 싶다고 결정할 만한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남자들이 가장 일을 멋있게 잘할 수 있는 나이는 적어도 40대 중후반은 지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시기가 될 때까지는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다양한 배역을 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이 정말 많이 들어서는 '진짜 코미디'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빼놓지 않았다.

지진희와 강성연, 문성근 등이 출연하는 하드보일드 영화 '수'는 22일 개봉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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