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5일 재보궐선거가 있다. 국회의원 선거도 경기 화성과 전남 무안.신안, 대전 서구을 등 세 곳에서 치러진다.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각 정당들의 관심도 클 수밖에 없다. 민심의 향방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인데다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 범 여권 통합작업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곳이 전남 신안.무안 지역이다. 이 곳은 지난해 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한화갑 전 대표의 지역구로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이다. 연합공천이나 선거공조를 추진하는 세력이면 누구나 민주당 몫으로 생각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이 곳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바뀌었다.
현역의원이 11명 뿐인 민주당으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출사표를 던진 사람이 다름아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김 전 대통령도 출마의 뜻을 밝힌 아들에게 '열심히 하라'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이쯤되면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질 만도 하다. 독자 후보를 낸다면 자칫 김 전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게 될 수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사실 김 전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게 민주당만은 아니다. 올해 대선은 물론 내년 총선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 전 대통령인 만큼 그 정치적 영향력 때문에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 등 범 여권 전체가 김 전 대통령의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범 여권 전체가 김씨의 출마에 대체로 수용하는 반응을 보인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지역 정서는 다르다. 전남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김씨의 출마는 호남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김씨는 아버지인 김 전 대통령 재임시절인 지난 2002년 봄 이권청탁과 정치자금 명목으로 47억원을 받고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결국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뒤 1년6개월 복역하다가 지난 2005년 8월 사면·복권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아들 3형제의 이른바 ‘홍삼 게이트’로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런 비난에 대해 김홍업씨측은 국회의원 출마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시민단체들은 도덕적 결격사유가 분명하다고 맞서고 있다. 지역에서는 "비리에 연루됐던 사람이 반성의 기회조차 없이 출마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버지의 고향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연고도 없고, 지역을 위해 활동한 바도 없는 김씨가 아버지의 후광을 입어 출마하는 것은 지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다"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주당도 조심을 넘어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지역의 부정적 여론이 부담스럽지 않을 리 없다. 당내에서는 김씨를 민주당에 영입해 전략공천하자는 주장과 김씨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민주당이 독자 후보를 내거나, 아니면 아예 후보를 내지 말자는 주장이 서로 뒤엉켜있는 형국이다.
이런 혼란 중에 조순형 의원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당 지도부를 향해 또 다시 쓴소리를 던졌다. 조 의원은 오늘 장상 대표 앞으로 의견서를 보냈다. 반드시 후보자를 공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상임고문인 조 의원은 무안·신안지역구가 한화갑 전 대표의 오랜 지역구라는 점에서 민주당에게는 정치적으로 지역적으로 상징성과 중요성이 매우 큰 곳이라면서 만약에 어떠한 이유에서든 민주당의 확고한 지지기반인 지역구에 공천을 포기한다면 민주당은 공당으로서 민주정당으로서의 기본적 책무를 포기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의 한 측근은 반대 의견이 있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민주당 내부에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명분을 주기 위한 조치였다고 전했다. 행여 김 전 대통령의 눈 밖에 날까 누구도 나서서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Mr. 쓴소리가 나선 셈이다.
민주당은 오늘 열린 제2차 공직후보자자격심사특위에서 김홍업씨를 영입해 후보로 내는 일종의 전략공천 방안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검토했지만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일단 내일 모레 (21일) 오전 7시30분 3차 공특위를 열어 구체적인 공천 방법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당의 결정에 따라 이번 재보선에서 무소속 단일후보론을 제기해온 열린우리당 등 범 여권의 선거공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나 앞에서도 말했듯 이번 재보선은 범 여권 통합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만큼 그 의미가 적지 않다. Mr. 쓴소리의 제언이 재보선과 범 여권의 통합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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