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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점' 풍속도…상담형 '역술' 뜬다

'점' 열풍을 통해 본 사회심리학

<대한민국 '점' 공화국...역술가, 무속인 합쳐 60만>

초고속 인터넷이 각 가정에 깔리고, 3G 휴대폰으로 화상통화를 하는 정보통신강국 한국에 때아닌 '점'열풍이 불고 있다.  예전에는 40~50대 주부들이나 보러다니는 점이 이제는 연령구분의 의미가 없어졌다.  강남에서 시작된 사주카페는 신촌을 비롯한 대학가 주변으로 급속히 퍼져나갔고, 이제는 길거리에 포장마차식 점집이나 지하상가에 2평 남짓한 공간에서 연인끼리 친구끼리 점을 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디 이뿐이랴.  스포츠 신문 광고면을 도배하는 전화 ARS 사주와 인터넷 포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무료 점 등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점을 보는 연령대가 낮아지다보니 점을 봐주는 무속인이나 역술가의 연령대도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추세다.  무속인단체인 대한경신연합회는 자신들의 회원수가 30만정도라고 하는데, 신규 회원은 대부분 20~30대라고 한다.  역술인단체인 한국역술인협회도 자체 회원수를 30만정도로 파악하고 있으니 이 두 단체의 회원수를 합하면 60만이나 된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이들 단체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일을하는 무속인, 역술인을 합하면 100만정도가 이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우리나라 인구 40~50명당 한명꼴로 무속인이나 역술인들이 상담해주는 셈이다.   한국갤럽이 2004년 조사한 자료에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은 돈을 내고 점이나 사주, 궁합 등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자가 취재하면서 만난 10대 청소년들도 대부분 타로(카드점)점이나 토정비결, 손금 등을 통해 점을 본 적이 있다고 답해 점은 이제 성인들만 보는 전유물이 아닌 전 연령대를 넘나드는 사회현상이 됐다.


<대한민국은 왜 '점'에 열광하는가?>

점을 보는 이유는 다양하다.  예나 지금이나 점을 보게 되는 계기는 취업이나 결혼, 사업 등 중요한 일을 앞두고서다.  입시철이 다가오면 부모들이 자녀의 진학문제를 점치기도 한다.  재미있는 현상은 예전처럼 신이 내린 무당을 찾는 발길이 뜸해졌다는 것.  기자가 둘러본 미아리 점성촌이나 장의동 점집 등은 단골 손님 위주로 굿을 하거나 점을 봐줄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 이들은 단순히 신내림으로 점을 보는 것이 아닌 역학이나 사주를 함께 이용해 점을 친다.  굿이나 신내림은 미신이라는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신뢰도를 높이려는 시도일 것이다.  장의동으로 옮겨온지 3년된 무속인 한모씨는 예전보다 손님 수가 반의 반도 안된다며 경기탓을 한다.  무속 산업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산업이다.  사람들은 경기가 나쁘면 돈을 아끼려 하려던 굿도 하지 않는다는 것.  보통 경기가 나쁘면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 같지만 그 반대라는 것이 무속인들의 공통된 얘기다.  주로 찾아오는 손님의 상담내용은 여성의 경우 불륜으로 인한 가정 불화, 자녀 진로문제, 불임문제 등이 많고 남자들의 경우 사업운이나 부동산 컨설팅 등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신세대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사주카페에는 취업, 이성관계, 결혼 등의 문제를 역술가에게 물어보는 상담하는 식이다.  ARS전화에 걸려오는 문의는 좀 다양하다.  취직이 안돼 하소연하는 남학생, 이성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여성 등 주로 개인적으로 아무한테나 털어놓기 힘든 문제들이라고 한다.    과학이 발달한 첨단 시대에 점이나 사주가 연령을 불문하고 생활속으로 파고드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우울한 시대의 자화상...예언형 역술지고 상담형 역술 뜬다>

무속인 한모씨는 자신들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슬프기도 하고 씁쓸하다"라고 털어놓는다. 예전에는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가정을 져버리고 바람을 피우거나 남을 의심하는 정도가 굉장히 심해졌다고 한다.   아울러 경마장이나 경륜장에 돈을 다 쏟아부어 깡통을 찬 사람들까지 한탕주의가 만연해있다고 진단한다.  결국 자신과 가족을 모두 피폐하게 만드는 이런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신세대 젊은층은 또 어떤가?  대학을 입학하자마자 취업준비를 해야하고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일이 다반사다.  지방대를 수석졸업한 학생의 대부분이 취업을 못했다는 소식은 청년백수시대의 위기를 넘어 이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가 경기가 안좋아서일까?  물론 경기가 안좋아진 원인이 가장 크다.  예전에 일자리가 많을 때는 이런 고민이 없었을테니까.  그러나 경기탓만을 하기에는 한가지 집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내 얘기를 털어놓을만한 대화상대가 주변에 있는가하는 점이다.  무속인이나 역술가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서 카운슬링(상담)쪽으로 발빠르게 전환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한국갤럽에서 1996년에 '점을 믿는가?'라는 조사를 했을때 '어느정도 믿는다'나 '많이 믿는다'라고 답한 비율은 40%였다.  그러나 이 비율은 10년 후인 2006년 23%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점이나 사주를 믿지 않는 상황에서 무속인이나 역술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미래예측이 아닌 바로 인생 상담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요즘세태는 대화할 상대를 구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가족들은 직장이나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보니 하루에 1시간 대화하기도 힘들어졌고, 친구도 이제는 입시 경쟁상대가 돼버렸다.  대학교 선후배는 취업준비하느라고 바쁘고 교회 목사나 성당 신부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는 좀 창피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돈을 주고서라도 익명성이 보장되고 어느정도 예지 능력을 지닌 무속인이나 역술인을 찾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기본적으로 주변 사람과 대화의 고리가 끊긴상태에서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을 찾다보니 결국 그 상대가 무속인이나 역술가가 돼버렸다"고 요즘 세태를 설명한다.  황 교수는 이어 "점이나 사주를 보러오는 사람들은 어떤 해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렴풋이 세운 계획이나 방향을 점을 통해 구체화하고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틈새를 노려 역술학원이 호황을 누리며 상담형 역술가가 미래 유망직종으로 떠으로고 있다.  


<"독수리는 그냥 독수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깍아지른듯한 벼랑에 둥지를 튼 어미 독수리는 어린 독수리들에게 가혹한 훈련을 시킨다.  날지 못하는 어린 독수리를 둥지 밖으로 떠밀어 스스로 날개짓을 하게 만든다.  어린 독수리가 서툰 날개짓으로 땅에 떨어질때쯤 어미 독수리는 새끼를 낚아채 둥지에 다시 놓는다.  그리고 또 떨어뜨린다.  이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 결국 어린 독수리는 스스로 생존의 방식을 익히게 된다.  어미 도움 없이 날 수 있을때까지.  그야말로 새끼의 목숨을 담보로한 비정한 훈련 방식인 셈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중요한건 평소 훈련이다.  편한 길로 가려고 하는 심리를 극복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를 갖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역술가들은 말한다.  점이나 사주, 궁합의 결과에 자신의 미래를 맡기면 안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미래를 준비해야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미래가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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