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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원칙주의자, 문재인

노대통령의 친구 문재인씨가 청와대 비서실장에 취임했습니다.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할 비서실장감으로 다른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예견된 인사였습니다.

그만큼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죠.

다만 본인이 여러차례 고사하는 바람에 자리를 맡는 시기가 조금 유동적이라는 후문은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제 참여정부를 마무리할 비서실이 출범하게 됐습니다.

문재인 신임 비서실장은 잘 알려진대로 원칙주의잡니다.

그것도 그냥 원칙주의가 아니라 매우 깐깐한 원칙주의자라는게 같이 일해 본 사람들의 공통된 평갑니다.

오죽하면 원칙과 명분을 누구보다 따지는 노대통령 조차 "나도 두 손 들었다."라고 인정할 정도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같이 일하기 까칠하다(?)는 뜻이죠.

민정수석 시절 청와대에서 민정조사 한번 받아본 사람들은 야속함까지 느꼈다고 합니다.

그래도 명색이 대통령 모시고 같이 일하는 사람인데 마치 검찰조사 받듯이 한치의 빈틈이냐 여유를 주지 않는 추상같은 조사에 그런 서운함도 들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청와대 민정을 향해 쏟아지는 온갖 청탁은 처음부터 쓰레기통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외모에서 풍겨지는 단아함못지 않게 사람도 상당히 가리는 편이라고 합니다.

청와대 한 참모는 "친해지기 좀처럼 힘든 사람이다.

어느 날 반갑게 인사하고 이제 좀 친해졌나 싶으면 다음에 만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덤덤하게 대해서 처음에는 좀 섭섭함도 들었는데 지내다 보니 이게 이 사람 원래 스타일이구나 싶다"고 전합니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성격이라서 잔정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런 점에서는 노대통령하고도 닮은 점이 많다는게 청와대 참모들의 평갑니다.

등산을 좋아하는데 취미의 경지를 넘어서서 틈만 나면 티벳 고산 트랙킹에도 오르는 프로의 경지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청와대 잠깐 떠나있는 동안에 강원도 산골을 누비며 산행에 열중했는데 하도 수염을 텁수룩하게 길러서 보는 사람이 아무도 못 알아봤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자 이제 그럼 임기 마지막해 청와대 비서실을 이끌 문재인 실장에게 과연 대통령은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을까요 ?

제 생각에는 이렇습니다.

참여정부가 가장 내세우는 치적 중의 하나가 이른바 레임덕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대통령 측근비리니 게이트니 하는 것이 없어서 임기초나 임기말이나 별 다를게 없다는 것이죠.

임기말이면 청와대 참모들이 검찰에 불려다니기 일쑤고 한 두명 사법처리되면서 청와대가 온통 초상집이 되고 대통령은 힘이 빠져서 아무 일도 못하는 그런 전철이 되풀이된게 솔직히 우리 정치 현실이었죠.

다행히 아직까지는 참여정부에서 특별히 게이트 수준으로 칭할만한 비리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마음을 놓기에는 남은 1년이 결코 만만하지 않는 상황이죠.

바로 이 임무를 문재인 실장에게 맡기지 않을까 보입니다.

특유의 깐깐함과 타고난 원칙주의 근성을 바탕으로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비리의 소지를 철저히 예방하는 이른바 '왓치 독'의 임무를 말이죠.

그리고 이 역할을 다만 청와대·대통령 측근에게만 국한하지 말고 공직 사회 전반에 걸쳐 철저하게 국정의 상황을 체크하면서 기강해이나 누수 현상은 없는지 들여다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실장 본인도 말하다시피 '정치에는 자신없다'고 합니다.

대연정이니 개헌이니 이런 큼지막한 주제들을 앞장서서 설파하는 역할은 문실장에게는 왠지 맞지도 않고 정치권과 뒤엉커서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도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데에는 이견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종합해보면 아마도 문재인 실장은 이전 비서실장에 비해 노출빈도는 훨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언론의 전면에 나서거나 이슈의 한복판에서 때로는 공격대상이 됐던 정무형 비서실장은 이제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신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 뒷편에서 그림자처럼 항상 대통령을 보좌하며 虎視牛行(호시우행)하는 새로운 비서실장상을 지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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