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동안 날씨가 따뜻해서 이제 봄이 왔나 했더니, 경칩인 오늘, 강추위가 찾아왔습니다. 매서운 '꽃샘추위'에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전설적인 발레리나 실비 길렘의 내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어제 '6시의 발레리나'라는 제목으로 8시 뉴스 리포트도 나갔는데요, 이 글 역시 '6시 포즈'를 중심으로 한 얘깁니다.
취재파일과 컬럼으로 올렸고, 이렇게 뉴스 레터로도 발송됩니다. 저희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 컨텐츠 카테고리가 약간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블로그에는 좀 더 자세한 얘기들을 올릴 예정이니 들러주셔도 좋고요.(http://ulog.sbs.co.kr/shkim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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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포즈는 한 쪽 다리를 땅에 디딘 채 다른 한 쪽 다리
발레에 비슷한 동작은 많이 나오지만, 실비 길렘 같은 각도로 이 자세를 소화하는 무용수는 이전에 없었다. 아무리 유연성이 뛰어난 발레리나도 간신히 해내는 이 자세를 실비 길렘은 너무나 쉽고 정확하게 해낸다.
그래서 '6시 포즈'라는 말이 나왔다. 본래 발레 용어에는 '6시 포즈'라는 말이 없었다. 실비 길렘이 롤렉스 시계 광고에 이 자세로 등장한 것이 '6시 포즈'를 더욱 유명하게 한 계기였다.
그러나 실비 길렘의 '6시 포즈'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 예술감독 재직시 19살의 실비 길렘을 최연소 '에뜨왈'로 발탁했던 누레예프는 이 자세를 아주 싫어했다고 한다. 고전 발레의 아름다운 선을 망친다는 것이다.
영국 로열 발레단 객원 수석으로 옮겨간 뒤에도 실비 길렘의 6시 포즈는 스캔들을 일으켰다고 한다. 내한공연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실비 길렘이 직접 들려준 얘기다.
"이 자세가 민망하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영국의 한 기자가 6시 포즈에 대해 마고트 폰테인(40년 이상 로열 발레단 프리마 발레리나로 활동했던 전설적인 발레리나. 91년 사망)에게 민망한 포즈가 아니냐고 물었대요. 그랬더니 마고트 폰테인이 이렇게 대답했다죠. '나도 저 자세를 할 수 있으면 했을 거야'라고요."
실비 길렘은 내한공연(LG아트센터, 6일-8일)에서 아크람 칸과 함께 '신성한 괴물들'이라는 작품을 선보이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의 근사한 '6시 포즈'를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6시 포즈'는 실비 길렘의 춤을 이야기할 때 '본질'은 아니다.
어제 타사 뉴스 모니터를 하면서 한 후배가 '저런 건 중국 기예단에서 더 잘하는 것 아니예요?' 하는 얘기를 듣고는 가슴이 뜨끔했다. 사실 나도 '6시 포즈'를 기사 맨 첫머리에 소개하면서 실비 길렘의 출연작 중에 '6시 포즈'가 나오는 장면만 열심히 골라 편집했던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한 것이지만, 기막힌 '묘기'로만 받아들여지면 안될 것 같다.
실비 길렘 자신도 '테크닉을 배우는 건 가장 쉬운 일'이라며, 좋은 무용수는 그 이상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늘이 내린 몸'으로 불리는 자신의 신체 조건이나 타고난 유연성에 대해서도 감사하지만, 자신은 그 이상을 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면서.
"좋은 신체 조건과 유연성을 타고나서 운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아요. 좋은 음식 재료가 많이 있다고 해도 제대로 요리하지 않으면 그냥 재료들만 따로따로 남아 있게 되지 않나요? 제가 갖춘 것에서 최선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좀더, 좀더, 좀더 많은 것을 성취해내는 것은 항상 힘든 일이죠;."
그러니, 만약 실비 길렘의 춤을 접하게 된다면, '6시 포즈'만 보지 마시기를. 어느덧 불혹을 넘긴 무용계의 '살아있는 전설' 실비 길렘. 발레를 넘어 현대무용으로 표현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실비 길렘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을 느껴보시기를. 실비 길렘의 내면에서 '강인한 전사'를 봤다는 아크람 칸의 말대로, 무대 위에서 '투쟁하는' 예술가의 열정을 느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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