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들로의 권력세습을 포기하고 집단지도체제를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원이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이라는 모호한 형태로 돼 있기 때문에, 신빙성이 어느 정도나 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아들 중에는 후계자감 없나?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은 모두 3명으로 정남(36), 정철(26), 정운(24)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김정남은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고, 김정철과 김정운은 고영희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입니다.
김정남은 출생 당시 아버지인 김정일이 자동차 클랙션을 울리면서 평양 시내를 돌아다녔다고 할 정도로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자라면서 아버지의 눈 밖으로 밀려나는 양상입니다. 특히 어머니인 성혜림이 죽고, 마카오 등 해외로 떠도는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권좌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관측들입니다.
김정철은 나름대로 지도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으나, 여성호르몬 과다 분비증이라는 신체적 결함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즉,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여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가슴이 나오는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김정운은 세 아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려서 아직 주목의 대상은 아니지만, 어쨌든 세 아들 모두 잠재적인 후계자의 반열에 들어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권력은 승계되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왜 아들 가운데서 아직까지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있을까요? 그것은 후계자라는 자리가 김정일이 단순히 지명한다고 해서 정해지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흔히, 김정일이 김일성의 아들이기 때문에 권력을 차지한 것처럼 알고 있지만, 그것은 북한 권력 세습의 극히 일부분만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김정일은 김일성의 아들이긴 했지만,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권력 투쟁에서 탁월한
김정일이 북한 권좌에서 부각되기 시작한 때가 1967년 노동당 4기 15차 전원회의부터라고 하는데, 당시 25살이던 김정일은 갑산파라고 불리는 파벌을 숙청하면서 북한 사회를 김일성 유일지도체제로 만드는 데 앞장섭니다. 또, 70년대 들어가서는 유일사상 체계 10대원칙이라는 것을 만들면서, 북한 사회를 온통 김일성주의로 만드는 데 혁혁한 공헌을 했습니다. 김일성이 볼 때 아들인 김정일이 얼마나 예뻐 보였을까요.
뿐만 아니라 김정일은 이복동생인 김평일과 그의 어머니 김성애와의 권력투쟁에서도 승리했습니다. 김정일이 권력 투쟁을 벌일 당시 북한에서는 ‘본가지 곁가지’론이라는 이상한 이론이 나돌았는데, 이는 수령의 혁명과업은 본가지한테 계승되어야지 곁가지로는 계승될 수 없다는 이론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김일성의 후계는 적통대군인 김정일로 이어져야지 서자인 김평일에게는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죠. 어머니인 김정숙이 죽고, 아버지인 김일성은 계모인 김성애의 치마폭에 싸여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이 권력 쟁취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집단지도체제 가능할까?
결국 김정일의 후계체제가 아들로의 3대 세습 체제로 결정날 지, 집단지도체제로 결정날 지는 그들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향후 북한 권력 내부의 투쟁에서 어느 쪽이 탁월한 정치 투쟁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김정일은 후계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아들들이 특별한 정치 투쟁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김정일은 아들을 포함한 좀 더 넓은 그룹에서 후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북 통합의 시대에 대비해야
하지만, 누가 후계자로 결정되든 간에 북한 체제에는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의 북한 체제가 김일성-김정일 유일 체제로 너무나 경직되게 운용돼왔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현 정부의 전직 고위 관계자들 가운데서도 20년안에 통합의 시대가 올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북 통합의 시대가 20년 안에 올 지 그 이상이 걸릴 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상당한 격변의 시대가 오리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나이가 65세라는 것이 그것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떤 일이 닥칠 지는 모르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서서히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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