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불법 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
증여세를 포탈해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씨,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가 기소된 정치인 모씨,
10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모 그룹의 전 회장,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모 기업 회장...
이들의 공통점이 한가지 있습니다. (물론 다른 공통점들도 있겠지만요...)
바로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는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람들입니다.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선고한 혐의는 2심에서도 모두 유죄 선고가 났습니다.
그런데 왜 2심에서는 형량이 줄어들었을까요?
이유는 대략 한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심 형량이 가혹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 경영 환경을 고려했다는 등 세부적인 이유는 조금씩 다릅니다.
2심에만 가면 형량이 줄어드는 현상, 이른바 '항소심 온정주의'입니다.
1심 재판부는 이런 현상을 감안해 형량을 좀 가혹하게 선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구분할 수 없게 돼 버렸습니다.
검찰의 구형도 마찬가지입니다.
1, 2심 재판과정에서 깎일 걸 감안해서 구형합니다.
2심에서 형량이 줄어드는 현상은
특히 정치인.경제인 피의자들에게서 더 두드려져 보이는데,
사실은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의 조사 결과 2심으로 가는 형사사건의 46% 정도에서
1심의 결과가 바뀌었습니다.
무죄가 난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형량이 줄어드는 겁니다.
대법원이 마침내 이런 온정주의 타파를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항소심 재판장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주제로 논의를 했고,
재판장들도 다 "고쳐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1심 재판에서 유죄로 결론내린 부분이 2심에서도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면
굳이 더 형량을 줄일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항소만 하면 적어도 형량은 줄어드니 항소하자'는
변호사의 유혹이 줄어듭니다.
당연히 사건 의뢰인들도 줄어들고
판사들의 일 부담도 줄어들고
국가 전체적으로는 소송 비용이 줄어들게 됩니다.
피해를 보는 쪽이 있다면 요즘 가뜩이나 어려운 변호사 업계이겠지요.
2심의 온정주의는 특히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들이 적절하게 활용했는데,
이런 전관예우도 앞으로는 쉽지 않아지겠죠.
이렇게 좋은 걸 왜 지금까지 안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대법원의 오늘 결정은 참 잘한 일입니다.
많은 판사들이 내심 바랐고, 또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온 사안이기도 합니다.
수십년 된 관행이 하루 아침에 바뀔까 싶은 걱정도 없지 않지만,
대법원이 "이렇게 하자"고 적극성을 보이는만큼
적어도 서서히 고쳐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법조기자인 저는 물론 계속 취재를 하겠습니다만,
여러분도 함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