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는 전통적으로 '미국적 영화'의 잔칩니다.
수상작이나 수상 배우나 다분히 미국 우월, 백인 우월 의식이 강한 영화젭니다.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영화제에 비하면 지나치리만큼 '그들만의 자치'로 치러집니다.
상업적 색채도 강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유럽에서는 아카데미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습니다.
하지만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어느 해보다 '다양성의 존중'이 눈에 띄는 축제였습니다.
아카데미는 올해로 79번째 치러졌습니다.
주인공은 단연 마틴 스콜세지 감독입니다.
[갱스 오브 뉴욕][택시 드라이버][에비에이터]...
그의 작품에는 죽기전에 꼭 봐야할 명작들도 수두록합니다.
[좋은 친구들]로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애프터 아워즈]로 칸 영화제 감독상,
[택시 드라이버]로 칸 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까지 받았지만,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스콜세지는 1981년 [분노의 황소]로
아카데미에 처음 감독상 후보로 오른 뒤,
감독상에만 7차례 작본상에 한차례 등
모두 8차례 후보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수상에는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스콜세지 감독이 이탈리아 이민계라 그런 걸까요?
스콜세지는 이번에도 자신의 이름이 발표되자,
"명단이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달라"고 말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도 [디파티드]에 돌아갔습니다.
[디파티드]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편집상 각색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습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연기자 부문에서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대중의 관심은 감독보다 배우들에 쏠려있기 때문인 데 말이죠.
그래도 영화팬들에게 오늘은 '스콜세지의 날'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디파티드]는 따지고 보면 홍콩영?니다.
'홍콩 느와르'로 불리는 '홍콩 뉴 시네마'가 퇴색한 가운데서도
선전했던 [무간도]의 리메이크작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개봉 때도 꾸준한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지만 [디파티드]는 [무간도]의 색채를 완전히 뺀
완벽한 할리우드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무튼 할리우드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홍콩영화에도 박수를 보내야 할 것 같군요.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흑인들의 약진도 두드러졌습니다.
포레스트 휘태커가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으로 남우주연상을,
[드림걸즈]에서 열연한 제니퍼 허드슨이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흑인 배우는
1964년 시드니 포이티어[들에 핀 백합] 2003년 덴절 워싱턴[트레이닝 데이]
2005년 제이미 폭스[레이] 등 모두 네 명에 불과합니다.
원로에게 수상하는 평생공로상은
79세의 노장 이탈리아의 영화 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에게 주어졌습니다.
낡은 영사기가 돌아가는 시골 영화관의 영사기사 알프레도 아저씨와
소년 토토의 추억을 쫓아가는 영화 [시네마 천국] 아시죠?
기억 저 편 아련한 추억의 편린들을 떠올리게 하는 선율이
바로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입니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이례적으로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수상 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앨 고어 전 부통령도 올 아카데미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그의 강의를 담은 [불편한 진실]이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기 때문이죠.
단상에 오른 감독과 스태프들은 30년 동안 환경문제에 천착해온 앨 고어의 영감을 치켜세웠고,
고어는 자신의 어릴 적 꿈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회를 맡아보는 것이었다며 화답했습니다.
올해 아카데미는 다인종 다국적의 영화들이 후보작에 다수 올라,
그야말로 '다양성의 존중'이 돋보였습니다.
후보에 오른 다섯 편의 작품 가운데
미국 영화는 [디파티드]와, 저예산 인디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등 세 편입니다.
이 가운데서도 [이오지마...]은 일본어로 촬영돼 완전한 미국 영화라고 볼 수 없습니다.
정체성이 불분명한 무국적 작품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지 모르겠습니다.
나머지 두 편으로는 [더 퀸]이 영국영화이고, [바벨]은 멕시코와 미국의 합작영?니다.
러시아에서는 해마다 7월이면 '모스크바 영화제'가 열립니다.
1959년 소련 국가영화위원회와
영화인동맹에 의해 창설됐으니까,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보내왔군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에서 출품하며,
규모가 크고 부문별로 많은 상을
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국영화로는 1989년
[아제아제바라아제]로 강수연이 여우주연상을,
1993년 [살어리랏다]로
이덕화가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후론 한국영화의 수상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영화는 두 개의 서??는 자본 즉 상업적 기능입니다.
둘 다 중요합니다.
재미든 작품성이든, 한국영화와 한국 관객들이 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추구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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