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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검사장님, 억울하면 재판하세요!

전 백화점 대표 김흥주씨의 로비의혹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 때문에 검사장에서 '고검 검사'로 유례 없는 강등을 당한 K 검사장이 어제 서울중앙지검 기자실로 팩스를 보내왔습니다.

(K검사장은 자신의 실명을 떳떳이 밝혔지만, 또 일부 언론이 실명을 보도해 굳이 K검사장이라는 익명의 그늘을 택하지 않아도 되지만 저는 여기서는 K검사장이라고 하겠습니다.)

K검사는 - 강등이 됐으니까 -

김흥주씨 사건을 수사하던 대검 중수부 수사관에게 전화로 압력을 행사하고 또 이 수사관이 말을 안듣자 거꾸로 이 수사관에 대한 내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으로 감찰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춘천지검장에서 검사장 초임이 가는 법무연수원 부장으로 강등됐고, 이번에 다시 고검 검사로 2차례 수모를 당한 겁니다.

K검사가 보낸 팩스의 요지는

"이 정도의 강등을 당해야 할만큼 거악을 저질렀다면 고등검사 강등도 부족하니 스스로 '특별 청문회'를 열겠다. 언론이 특별검사 역을 맡아서 밝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억울하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명예회복이 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 법조 취재의 경험상, 사람이 이 쯤 나오면 대개 억울한 게 맞습니다.

누구나 '오죽 하면 이럴까' 싶을 정도로 나오니까요.

K검사 뿐 아니라, 검찰 내 서열 2위인 대검 차장까지 지내신 분도

"검찰 조사를 한 번 받아보니 해도 너무하더라"며

후배 검사들이 자신을 '엮기 위해' 갖을 수를 다 쓰더라는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이 쯤에서 차분히 한 번 생각해볼까요?

검찰 수사로 내린 결론은 '사실'일까요?

예컨대 검찰이 기업체에서 뇌물 수억원을 혐의로 정치인 모씨를 구속했다면

모씨는 돈을 받았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검찰은 의심 나는 사건을 수사하고,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증거를 찾아

재판에 넘기는 역할입니다.

물론 검찰은 정치인 모씨가 돈을 받은 게 사실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믿고 있을 뿐 사실이 확정된 건 아닙니다.

그래서 재판을 하는 것이죠.

그러나 사람들은 검찰이 구속했다고 하면 사실일 거라고 믿습니다.

그동안 우리 검찰이 너무 막강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실제로는 사실과 다른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또 범죄 혐의 중심으로 단순화한 검찰의 공소장이 복잡다난한 세상사를 다 담을 수도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검찰 내 특수수사통으로 불렸고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 수많은 정치인을 잡아들였던 박주선 전 국회의원의 경우

수뢰 혐의로 네 번이나 구속된 끝에 모두 무죄 판결을 받는 해프닝도 겪었습니다.

K검사는 매우 억울한 것 같습니다.

본인이 전화를 한 사실이야 맞다 치더라도 '내사 중단 압력'이나

거꾸로 수사관을 내사하라고 지시한 일은 없다는 주장인데,

검찰 수뇌부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니까 이런 결과가 나오겠지요.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K검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언론을 상대로 '특별 청문회'를 하자고 부르짖는 일? 아닙니다.

법률가 답게 해야 합니다.

재판을 걸어야죠.

"억울하면 재판 거세요."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그동안 검찰이 줄곧 견지해왔던 태도 아닙니까.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저로서야

검찰의 감찰 결과가 진실인지, K 검사의 주장이 진실인지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K검사를 비꼴 의도도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오죽 답답했으면 저렇게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검찰이 단단히 내홍을 치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검사가 검사의 수사(혹은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K검사 사건은 검찰 내부의 일인데...

지금 검찰이 내부 단속조차 제대로 못할 정도의 수사력 밖에 안되는지,

법조 취재기자로서 공연히, 쓸 데 없는 걱정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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