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산 지 15년이 된 김정순 할머니.
요즘 들어 외로움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지병인 당뇨가 악화되면서 집안 일 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인데요.
그런 할머니에게 얼마 전부터 고마운 전화번호가 생겼습니다.
[거기 빨래방이죠? 빨래 좀 빨아주세요.]
전화를 받고 찾아온 사람은 이웃에 사는 성선숙 씨.
김정순 할머니와 같이 어려운 분들을 위한 무료빨래방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입니다.
[(우리 할머니 다리 많이 아프세요?) 여기 양쪽 다리가 다 아파….]
얼마 전까지 혼자서 집안일을 해야 했던 할머니는 전화 한 통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빨래방 자원봉사자가 가족같이 살갑습니다.
[빨래 해주는 것도 고생하구 미안한데 설거지까지...]
[성선숙/빨래방 자원봉사자 : 당신이 하실 수 없는 걸 해드리니까 좋아하시고, 외로우시니까 더 좋아하세요.]
이른 아침부터 수거한 빨래 보따리를 들고 도착한 곳은 대전시 석교동의 한 아파트.
미리 세탁기에 물을 받아놓은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빨래를 집어넣습니다.
빨래방의 이름은 '남소저 빨래방'.
지난 2003년 이 아파트에 살다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이름을 따서 만든 빨래방입니다.
30대 초반에 남편과 사별한 후 떡장수와 과일행상으로 어렵게 살다 가신 고 남소저 할머니.
생전에 할머니는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아파트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아파트를 써달라고 유언장을 동사무소에 전달했습니다.
[진길숙/빨래방 자원봉사자 : 당신도 어렵게 사셨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달라고고...(아파트를)팔 수도 있었는데 기증하시고 돌아가셨으니 참 좋은 분이죠.]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세탁기와 건조기를 마련했습니다.
빨래방이 생기면서 자원봉사대도 만들어졌습니다.
먹고 살기 바빠 봉사는 생각도 못 했던 주민들이 조를 짜서 일주일에 삼 일씩 빨래방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깨끗하게 빤 이불과 옷가지들이 배달된 곳은 남자 장애인 11명이 모여 사는 한 생활시설.
뽀송뽀송한 빨래를 받아보는 장애인들의 표정에도 환한 웃음이 번집니다.
어렵고 소외된 이웃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고 남소저 할머니.
할머니의 따뜻한 온정은 빨래방을 통해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