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개봉영화 정보를 올리다보니 일주일이 참 빨리 간다는 느낌입니다. 월급날 빨리 돌아오고 참 좋습니다.^.^... 이번 주는 목요일부터 일주일간 휴가를 가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일찍 올리게 됐습니다. 25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로 오른 [드림걸즈]와 [바벨]이 나란히 개봉하는 등 7편의 영화가 선보입니다.
드림걸즈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대중음악 장르 가운데 그 뿌리가 흑인음악에서 시작한 것들이 참 많습니다. 재즈, 블루스, 소울부터 힙합까지...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니 미국에서 60년대까지만 해도 라디오 방송에서 흑인 음악은 아예 취급도 안 했다는군요. 출력 약한 흑인방송에서나 틀어주고 약삭빠른 백인들은 훌륭한 흑인 음악을 아무렇지 않게 베껴서 주류 시장에서 유통시키고...광활한 아프리카에서 벌거벗고 사냥 다니다가 본인의 뜻과 전혀 상관없이 신대륙으로 끌려와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으며 노동력을 공짜로 제공하던 아프로 아메리칸들의 조상도 불쌍하지만 그런 노동의 고단함을 달래던 흑인 음악이 전 세계에 끼친 영향을 고려할 때 이런 초기의 푸대접도 참 너무했구나 싶습니다.
디트로이트에서 ‘드리메츠’라는 이름으로 유명 가수를 꿈꾸던 세 소녀, 야심많은 기획자이자 매니저인 커티스(제이미 폭스) 눈에 띄어 당시 날리던 흑인 가수 제임스 썬더 얼리(에디 머치)의 백 보컬로 연예계에 화려하게 데뷔한 뒤 이후 승승장구 합니다. 노래 실력은 에피(제니퍼 허드슨)이 탁월하지만 커티스는 외모가 출중한 디나(비욘세 놀즈)를 리드 싱어로 앞세웁니다.
대충 이런 줄거리로 진행되는 볼거리와 들을 거리 푸짐한 뮤지컬 영화입니다. 비욘세의 빛나는 외모와 엄청난 경쟁률의 오디션을 뚫고 발탁된 제니퍼 허드슨의 가창력은 가슴을 울리다 못해 전율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드림즈의 세 멤버와 커티스가 거울로 치장된 무대 위에서 서로간의 갈등과 마음을 털어놓으며 호소하고 넋두리를 노래로 엮어내는 장면은 뮤지컬 영화가 갖춰야할 요건을 완벽하게 갖춘 명장면으로 기억될 만 합니다.
이탈리아에 가서 노래 실력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제가 만나본 흑인들도 남녀를 불문하고 한 노래씩은 하더군요. 갑남을녀들 모두 자연스런 바이브레이션은 다 한가닥씩 합디다. 말많은 코미디언으로만 알았던 에디 머피도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노래 실력을 보여줍니다. 어떤 사람은 너무 현란해서 멀미가 날 지경이라고 말할 정도로 화려한 무대와 현란한 카메라 움직임, 눈 돌아가도록 쉴 새 없이 바뀌는 커트 등 두 시간 동안 정신없이 눈과 귀를 붙잡아 둡니다.
바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이름에서부터 뭔가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바벨], 이 영화도 감독 이름처럼 일반 영화들과는 다르게 신비한 기운이 서려 있습니다. 멕시코 출신인 이 감독을 인터넷에서 뒤져보니 얼굴도 배우 뺨치게 잘 생겼더군요. 2000년 [아모레스 페로스]로 주목 받은 이래 이번 작품 [바벨]도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골든글로브 최우수 작품상을 받고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습니다.
이야기는 4곳에서 4개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전개됩니다. 황량한 모로코 사막의 어린 양치기 형제들은 아버지가 어렵게 구입한 소총으로 장난을 치다가 관광버스를 조준해 사격합니다. 발사된 총알은 공교롭게도 모로코를 여행중인 수잔(케이트 블란챗)의 어깨를 관통하고 남편 리차드(브래드 피트)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미국 중산층 한 가정의 가정부이자 보모인 멕시코 여성은 멕시코에서 치러지는 아들 결혼식에 가야하는데 여행을 떠난 주인 부부는 예정된 귀국일자를 넘기고 난감해 하던 멕시코 여성을 주인집 어린 남매를 데리고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멕시코로 향합니다.
엄마가 자살하고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도쿄의 여학생 치에코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으며 정상인들에게 가슴 깊은 상처를 받고 인간에 대한 진정한 소통을 갈망합니다.
언뜻 보면 세계 각지에서 아무 연관없이 벌어지는 일들이 영화가 진행되면서 하나로 연결되고 하나의 언어였던 지구상의 인간들이 오만하게 바벨탑을 쌓다가 하늘의 노여움을 사서 여러 갈래로 언어가 갈라지고 이후 시작된 혼돈과 단절에서 착안한 감독의 주제인 단절된 소통에 대한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됩니다. 모로코 당국은 총상을 입은 미국여성 목숨 살리기보다 총기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범인 색출에 혈안이 되거나 멕시코에서 돌아오는 가정부 일행은 미국 땅에 다시 들어오는데 히스패닉이라는 이유만으로 엉뚱한 오해를 사서 비극적인 죽음의 위기까지 몰리게 됩니다.
9.11 이후 미국과 미국인들은 이방인들에 대해 지독한 피해의식에 시달리게 됐고 이런 현상에 안타까움을 느낀 멕시코 출신 감독이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을 데리고 이런 성찰적인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에서 경탄과 더불어 일종의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영화제 수상작이자 후보작인데다 평론가들 별점까지 높아서 지루하고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때리고 부수는 정신없이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겠지만 나름대로 두 시간 동안 긴장을 늦추지 않는 재미있는 구성으로 진행됩니다.
포도나무를 베어라
러시아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각각 [벌이 날다]와 [괜찮아, 울지마]를 만들어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민병훈 감독이 한국에서 신학교와 수도원을 무대로 만든 영화로 올해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습니다.
좋은 신부를 목표로 신학교에서 열심히 수련중인 수현(서장원)은 성경을 통째로 외울 정도로 공부에 열심이지만 흔들리는 마음은 숨길 수 없습니다. 여자친구 수아(이민정)와도 친구 이상의 감정이 싹트자 갈등하고 괴로워하다가 무 자르듯 관계를 단절합니다. 급기야는 학장신부에게 성직자의 길을 포기하겠다고 말하자 학장은 방학동안 자기가 아는 수도원에 들어가 생활하며 생각을 다시 정리하라고 권유합니다.
그 수도원에는 강직하고 곧은 문신부가 수도원을 성지로 개발하는 것에 반대하며 지키고 있습니다. 문 신부는 겉보기에는 강직하지만 몰래 포도주를 들이키고 밤에 잠을 못이루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4년동안 허드렛일을 하며 수도사의 길을 걷는 정수는 필리핀 수녀 겸 노동자 다니엘라와 세속적인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수현은 이곳에서 여자친구 수아와 꼭 닮은 헬레나 수녀를 만나 깜짝 놀라는데 헬레나 수녀도 그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며 앓아 누운 상태에서 기도와 위안을 요청하지만 흔들리는 수현은 더욱 단호하게 이를 거절합니다.
각종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민병훈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이 ‘영화제용’ 영화냐는 질문에 제일 거부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저예산 독립영화이기는 하지만 가능한 한 많은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꼭 영화를 직접 보고 평가해 달라고 제목과 이력만 보고 예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달라는 호소로 들렸습니다.
중견 연기자 서인석씨의 아들로 [용서받지 못한 자]로 주목받은 배우 서장원을 내세웠습니다. [용서받지 못한자]에서 그랬듯?는 캐릭터는 가장 엉뚱하며 활력을 주는 역할이라 흥미롭습니다. 영화 컨셉을 ‘당신을 사랑하지만 그녀를 잊지 못하겠습니다.’라는 카피로 종교와 현실속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종교영화로 포장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의 주제는 종교와 현실, 성과 속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갖고 있는 두려움과 불안이라고 설명합니다.
불안한 젊은 영혼의 갈등은 굳이 성직자의 길을 걷는 사례뿐 아니라 평범한 모든 젊은이들아니 모든 인간들이 겪는 보편적인 상황입니다. 수현 뿐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은 모두가 - 복사로 나와 수도원 구석에서 집에 가기 싫다며 잠들기도 하는 어린이까지 수현의 분신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어찌 인간이 한상심을 갖고 흔들리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보일 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불안한 한 청춘의 분열된 고민과 자아찾기를 차분하고 담담하게 형상화 해낸 영화입니다. 본격 문학 분야에서도 섣불리 다루기 어려운 이런 보편적인 주제를 차분하고 꼼꼼하면서 깊게, 그러면서 영화적인 아우라를 갖추도록 만든 민병훈 감독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갑니다. 성직자의 길이 심각하고 무거워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어디 성직자 뿐이겠습니까. 인간도 다 마찬가지지요. ‘가볍게 한없이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심각하게만 생각하면 어깨에 떨어지는 먼지의 무게에 눌려 괴로울 수도 있습니다.
마강호텔
마강호텔이 무슨 뜻인가 했더니 원래는 백마강 호텔인데 ‘백’자 네온 간판에 떨어져 만들어진 이름이더군요. 김석훈은 얼굴이 주는 이미지와 상반된 코믹한 조폭 역할에 도전하지만 성과는 미미하고 박희진, 우현 등 개성있는 조연을 포진시켜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와 행동을 선보이지만 걷돌기 일쑤이고...김성은의 스크린 데뷔에만 그나마 합격점을 주고 싶은 그저 그렇고 그런 또 하나의 조폭 코미디입니다. 착한 결말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실감나는 반면 교사형 영화입니다.
이밖에 잔혹한 슬래셔로 유명한 영화 시리즈의 프리퀄 격인 [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사건 :0]와 불치병 소녀와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일본영화 [태양의 노래], 썰매를 끄는 경주마와 인간의 교감을 그린 역시 일본영화 [눈에게 바라는 것] 등이 개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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