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네, 이번 합의가 과거 제네바 합의와 다른 점은 일종의 성과급 개념을 도입했다는 겁니다.
북한이 얼마나 신속하게 그리고 더 강도 높게 핵을 포기하느냐에 따라 단계별로 보상을 하기로 했는데 박진원 기자가 합의 내용을 자세히 분석해 드립니다.
<기자>
9.19 공동성명이 말 대 말 합의였다면, 이번 합의는 북한 핵폐기 이행을 위한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담은 첫 문서입니다.
원칙은 등가성과 동시 이행입니다.
먼저 제 뒤에 영변 핵시설이 보입니다만, 이 시설을 60일 안에 폐쇄하면 북한은 중유 5만 톤을 받습니다.
이어 핵시설을 불능화할 경우 받게될 95만 톤까지 더하면 현 국제 시세로 볼 때 2천 7백억 원에서 3천 8백억 원에 이르는 지원을 받게 됩니다.
[천영우/한국 수석대표 : 제네바 합의때는 동결해놓고 가만히 있어도 몇 년이 가더라도 계속 동결돼있는 기간동안은 보상을 받게 돼 있었는데, 북한이 핵폐기를 향해서 움직이는 만큼만 받게 그렇게 돼 있습니다.]
4개 국이 고르게 분담하기로 한 만큼 우리 정부가 맡게될 액수는 대개 7백억 원에서 8백여억 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지원 형식은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다양화할 수 있도록 해, 구체적인 지원 방식과 종류를 놓고 다시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우선 제공할 5만 톤은 모두 우리가 맡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한국이 경제 에너지 협력 실무 그룹의 의장까지 맡게 돼 덤터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동결이다, 폐쇄다, 불능화다, 폐기다라는 말이 계속 나와서 혼란스러우실지 모르겠는데요.
동결은 말 그대로 핵시설의 가동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폐쇄, 봉인은 핵시설의 문을 닫고 접근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도 봉인을 풀고 다시 가동하면 되므로 완전한 조치는 될 수 없습니다.
이어 이번 합의의 핵심인 불능화인데 시설을 못쓰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다음 단계는 아예 시설을 부숴버리는 해체 또는 폐기인데, 이 단계가 6자회담 참가국들의 최종 목표입니다.
이번 합의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심험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도 각종 회담 재개와 함께 본격적인 해빙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한동안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남북 정상회담 개최론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회담을 통해 한국은 북한과 미국 사이를 오가며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중재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했다는 평가입니다.
북한도 에너지 지원량에서 소탐대실을 피하면서 미국,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까지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겼다는 평가입니다.
미국도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내외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세계 안보면에서는 물론 국내 정치적으로도 적잖은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밖에 중국은 의장국으로 국제 위상을 고양시켰으며 러시아도 에너지 지원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회담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등장했습니다.
일본도 납치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일부 관철시키며 북·일관계 개선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지역 안보를 바라보는 각국의 입장 차이가 현격한데다 북한이 궁극적인 핵시설 해체까지 경수로와 에너지 지원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가적인 요구 사항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멀고도 험난한 협상 과정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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