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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료계, 의료법 개정 놓고 정면 대립

정부와 의료계가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3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으나 보건복지부가 일축하며 정부 입법 형태로 개정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등 양측이 첨예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때와 같은 대규모 충돌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정부-의협, `배수의 진' 친 정면 대결 = 의협은 이날 대의원 임시 총회 뒤 개정안을 전면 백지화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이날 내놓은 성명도 강경 일변도다. "정부의 이번 의료법 개정시도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의료인들의 권익을 침해하며 의료질서를 붕괴시키는 심각한 개악"이라며 "정부가 개정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투쟁한다"는 것이다.

장동익 의협 회장은 "만약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 곧바로 집행부가 총사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같은 입장은 정부 개정안을 변호사, 의료 전문가 등과 면밀히 검토해본 결과 얻은 결론이라는 게 의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곳곳에 의료 사회주의 철학에다 의료계에 대한 규제 강화, 국민 건강권 침해 등의 요소가 다분히 포착됐다고 한다. 의협 내부적으로는 강성론자가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의협은 5일 정부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일단 11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전국의 의사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후 16개 시.도 의사회별로 궐기대회를 여는 등 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다. 궐기대회 당일 오후는 집단 휴진키로 해 환자 불편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맞서 정부도 강력 대응 방침을 천명해 놓고 있다.

의협이 복지부와 6개 보건의료단체, 시민.사회단체,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의료법 전면개정 실무작업반'에 참여, 의견을 개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전면 백지화를 요구한 것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마디로 이번 개정안은 정부 단독안이 아니다"면서 "의료계와 줄곧 상의해 마련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입법 예고 등의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쟁점 뭔가 = 가장 기초적인 의료행위에 대한 규정부터 양측간 견해가 엇갈린다.

의협은 의료행위에 `투약'을 넣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투약'은 의사의 고유 권한으로 약사에게 조제권을 위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복지부는 통상적인 의료 행위에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투약이 당연히 포함된다며 맞서고 있다.

또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표준의료지침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의료 선진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의협은 의료가 규격화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며 반대하고 있다.

의료인이 환자나 환자 보호자에게 질병과 치료방법 등을 설명토록 한 조항을 놓고서도 복지부는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법에 선언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쪽인 반면 의협은 설명 의무를 위반하면 형사 처벌될 수 있다며 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의협은 이와 함께 간호사의 업무 규정에서 `간호 진단'이 의사의 업무범위를 침해한다며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을 비롯해 유사의료 행위, 허위진료 기록부 작성 처벌 규정, 의료인 보수 교육, 의료심사조정위원회 위원 구성 등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 앞으로 어떻게 되나 = 복지부와 의협은 `개정안 추가 협상단'을 구성해 놓고 있다. 의료계의 반발을 감안,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갖고 논의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과 장동익 의협회장이 합의한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협이 강경 입장으로 돌아섬에 따라 협상단 가동이 어렵게 됐다. 실제 한차례 협상에서 양측간 의견 차만 확인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의협은 5일 개정안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뒤 복지부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협상 중단을 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간 논의 루트가 소멸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단은 양측간 확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의사들이 집단 휴진 카드를 꺼내고 복지부는 이에 맞서 법적 수단 동원이라는 극한적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진료 공백 사태 등에 대한 여론 집중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갈등을 쳐다보는 여론의 흐름과 향방이 향후 사태 전개의 결정적인 키를 쥐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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