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구둔역.
끝 없이 내달릴 것 같은 철길 위로 햇살이 떨어지고 희미하게 기적소리가 들리면 땅을 울리며 기차가 들어옵니다.
목조로 지은 역사는 세월의 흔적을 드러내고 멈춰 선 모습이 하나의 풍경이 되는 곳.
오늘도 타고 내리는 사람이 드문 이곳은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간이역입니다.
두 명의 역무원이 3교대로 근무하는 역사는 네 평 남짓.
마을과 붙어 있는 역사라서 그런지 주민들과 역무원들은 한 가족처럼 허물이 없습니다.
[이경곤/구둔역 역무과장 : 이제 약주 드신 분들이 와서 왜 차가 이렇게 연착을 하느냐, 아니면 왜 이렇게 빨리 갔냐, 본인이 늦게 와놓고...]
기적소리를 들으며 더 넓은 세상을 꿈꾸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떠난 이가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릴 터.
구둔마을 사람들에게는 서울역보다, 부산역보다 이 곳이 더 소중하다고 하는데요.
[김학순(76세)/구둔리 : 8·15 해방 돼가지고 우리 오라버니가 군대를 가셨어. 그런데 8·15 해방이 됐잖아. 그랬는데 우리 오라버니는 안오시는 거야. 그래서 우리 어머니가 맨날 이 역전 마당에 와서 자리 깔고 드러누우신거야. 아들 오나 하고서 기다리느라고...]
이용하는 사람이 줄고 줄어서 간이역이 된 지 10년.
요즘은 하루에 20여 명 정도가 이 간이역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주변 산에서 채취한 나물을 서울 경동시장에 팔러 가는 마을사람들로 이곳은 제법 붐볐습니다.
[원종회(63세)/마을주민 : 5시 반에 일어나서 여기 와서 타면 6시에 기차가 떠났거든. 그거 타고 청량리 가서 내려서 나물을 지고, 그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내 돈이 아까워서 아침도 안먹고 온 적이 많아요.]
산골의 밤은 빨리도 찾아옵니다.
처마에 불이 커지고 작은 간이역에도 어둠이 찾아왔는데요.
서울로 가는 마지막 열차가 역을 떠나고 이제야 역무원들은 오늘 있었던 일들을 서로 나누며 구둔역의 하루를 정리합니다.
[고재흥/구둔역 부역장 : 구둔역은 산 속에 있는 별장같은 분위기로 좀 뭐랄까 옛날 모습을 많이 함축하고 있는 것 같고 주변에 정경도 좋고...아무래도 좀 많이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으면 굉장히 좋을텐데 그렇지 못해 좀 안탄까운 점이 있습니다.]
달리는 철길 위에 잠시 멈춰 있는 간이역.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또 세상과 사람을 이어주는 그 그리움의 먼 곳에 간이역이 서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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