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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뭘볼까 - 2월 첫 주

2007년 첫달이 어느새 후딱 지나가 버렸네요. 새해 첫달 잘 꾸려가셨는지 궁금합니다. 극장가에서는 '미녀는 괴로워'가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공동경비구역JSA', '쉬리'를 제치고 역대흥행기록 8위에 올라섰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700만 관객돌파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흥행 성공 요인이야 뭐 많겠지만 욕설이나 폭력, 죽음 같은 소재를 넣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도 큰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이번주에도 6편의 영화가 개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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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에서 자세히 말씀 드렸습니다. 일과 가정 또는 사생활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불쌍한 현대인들을 소재로 만능 리모콘을 도입해 해결해 보려는 시도를 그렸습니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들에서도 그렇듯이 처음엔 신기하고 재미있다가 나중에는 뒤죽박죽 엉키고 후회하다가 결국 교훈을 얻는다는 뻔한 내용이지만 나름대로 코미디도 강하고 바쁜 일상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 대한 묘사도 실감나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볼만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얄미운 직장상사로 나오는 데이비드 핫셀호프 이외에 크리스토퍼 웰컨, 아담 샌들러만큼 유명한 코미디 스타 롭 슈나이더가 신현준 코보다 더 큰 코로 분장을 한 아랍 부호로 나오고,
잭 니콜슨의 친 딸인 로레인 니콜슨, [반지의 제왕]에서 귀여운 샘으로 나왔던 숀 어스틴 등 잠깐씩 등장하는 유명배우들 얼굴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아포칼립토

멜 깁슨은 점점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뒤를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액션 배우, 흥행 배우로 이름을 날리다가 메가폰을 잡고 영화를 만들면서 자신만의 특색있는 이야기를 다루며 작가주의 내지는 거장의 반열로 들어서려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내공이야 대선배 클린트 이스트우드에는 못 미치지만 자기만의 색깔로 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유감없이 다루는 과감함도 보여줍니다. [브레이브 하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 이어 이번 작품은 마야문명을 다뤘습니다.

마야문명이 전성기를 지날 무렵 부족에서 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리는 ‘표범발’은 어느날 무자비한 전사들의 습격을 받습니다. 반항하는 자는 닥치는 대로 죽이고 불지르는 가운데 건강한 남자와 젊은 여자들은 산채로 잡아갑니다. ‘표범발’은 임신한 아내와 아들을 우물 속에 숨겨두고 전사들에 이끌려 간 곳은 거대한 피라미드 위에서 제사장이 가뭄과 전염병을 물리쳐 달라고 신께 기도하고 제물로 잡아온 사람들의 심장을 꺼내고 머리를 잘라 하늘에 바칩니다. 끔찍한 살육의 현장에서 ‘표범발’은 전사 우두머리의 아들을 죽인 뒤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하는데 날렵한 전사들은 이를 갈고 뒤를 추격합니다.

멜 깁슨은 실제 원주민 출신이나 인디언 출신들을 캐스팅하고 대사도 영어는 한마디도 안나오고 고대 마야어를 사용합니다. 자신은 서구문명의 우산 아래 있지만 철저하게 마야인 입장에서 마야인을 바라보자고 작정한 것 같습니다. 원시적이지만 나름대로 문명이라 부를만한 생활 형태와 이방인을 대하는 방식, 원초적인 우정과 생존 본능이 날 것 그대로 살아 숨쉬고, 살육 장면은 너무 생생하다 못해 끔찍하기까지 합니다. 마지막 장면의 의도는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될 제국주의의 탐욕과 더 큰 폭력을 상기시킵니다.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한 인류학적 보고서 같기도 하고...이런 제작의도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마야인들의 독특한 몸치장, 숨막히는 사냥장면, 추격전, 무자비한 제물 희생 등 시각적으로도 충분히 즐길만한 독특한 영화입니다.

그놈 목소리

1991년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인 ‘이형호군 유괴 사건’을 ‘상상력이 부족해 실화에서 영화 소재를 얻는다’는 박진표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박진표 감독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 등 시사 교양 다큐멘터리 전문 PD로 일하다가 영화계로 진출해 아무도 관심없던 노인들의 성문제를 솔직 대담하게 다룬 [죽어도 좋아]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뒤, 에이즈 감염자인 밑바닥 인생의 애절한 사랑을 얘기하는 [너는 내 운명]으로 충무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조금은 특이한 경력의 감독입니다.

영화판에 들어오면서 꼭 만들어보고 싶었던 소재였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제야 영화로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왜 꼭 실화를 고집하느냐는 질문에 상상력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주변에 워낙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우리 사회의 특성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번 영화는 비극적인 실화의 무게에 다소 짓눌리고 모든 사람들이 공분을 느끼는 천인공노할 악마적인 범죄에 대해 부르짖는 목소리가 너무 직접적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설경구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오랜만에 광고 이외의 무대에 얼굴을 선보이는 김남주의 엄마연기도 열연이라는 단어가 초라할 정도로 뛰어납니다. 시종일관 얼굴은 한번도 드러내지 않으면서 섬뜩한 목소리만으로 열연을 보여주는 강동원도 숨은 공신이라 할 만합니다. 하지만 단선적이고 순환적인 이야기 구조, 형사 등 주변 인물들의 입체감 부족 등으로 감정이입 이후 고조되다가 절정을 맛보고 끝맺어야 하는 변화와 굴곡이 부족해 시종일관 괴롭고 안타깝고 슬프다보니 나중엔 관객의 몸과 마음이 지치게 됩니다. 천인공노할 반 인륜적 범죄에 대한 사회 고발이라는 제작 의도는 충분히 공감가는 소재이지만 영화적 장치들이 좀더 정교했더라면 하는 지적을 할 수 있겠지만 워낙 유괴사건이라는 소재 자체가 어떤 가공이나 윤색을 하기가 어려운 성격의 사건이라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참 곤혹스럽습니다.

클럽 진주군

우리로 치면 58년 개띠인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여러 영화들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는 능력있는 일본 감독 가운데 한사람인데 김대중 납치 사건을 다룬 [KT]라는 영화를 만들기도 했고, [망국의 이지스]라는 극우 냄새가 다분히 나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번 영화는 일본 패망이후 황폐한 사회에서 재즈를 통해 영혼을 달래고 미국인과 일본인이 음악으로 소통하는 내용을 그린 영화입니다.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전쟁 패망 직후는 황폐하고 삭막한 풍경이 우리의 6.25 전쟁 직후와 비슷했었겠지요. 더구나 ‘양키놈들’에게 원자폭탄을 두방이나 맞았으니 그 비극성이 더했겠지요. 하지만 그들은 가끔 자신들이 가해자였었다는 사실을 깜빡 깜빡 잊어버리는 모양입니다. 여러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보여주는 감독의 시각은 일관성이 부족해 보입니다.

주둔군으로 들어와 일본인들 위에 군림하는 미군들, 그들을 위해 연주하며 밥벌이를 하는 일본 음악인들, 미군들에게 웃음을 팔며 일본인들에게는 멸시받는 양공주들, 군국주의의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술에 젖어사는 참전용사를, 사회주의자들 같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린 것 까지는 좋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과잉 의욕이 폐해를 불러옵니다. 음악이면 음악, 사회상이면 사회상, 하나에만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욕심이 과한것 같습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데 갑자기 반전 메시지를 강렬하게 던져주는 엔딩이 어쩐지 어색해 보입니다. 꽃미남 청춘스타 오다기리 조가 나오는데 얼굴 클로즈업이 그리 많지 않아 팬들이 조금 아쉬워 할 것 같네요.

이밖에 우디 앨런과 스칼렛 요한슨 콤비의 두 번째 작품 [스쿠프]와 렌탈가족이라는 개념으로 현대인의 가족해체 문제를 다룬 [노리코의 식탁],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펼쳐지는 18가지 사랑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가 개봉됩니다. 즐겁고 의미있는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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