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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생뚱맞았던 '하루'

안녕하세요? 2007년의 첫 달도 어느새 거의 지나가 버렸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오늘은 창작 뮤지컬 '하루'를 보고 나서 적어본 짧은 후기 보내드립니다. 그 어느 나라관객들보다도 배우와 뮤지컬에 대한 애정으로 넘치는 우리 관객들의 아량을 믿고, 제작자들이 별 고민없이 작품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혹은 고민은 하는데도 능력이 안 되는 것인지),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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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하루'를 지난주말 봤다. 지난번 '아주 간단한 공연 관람 후기들'을 쓰고 나서도 헉헉거리며 추가로 본 세 편의 공연 중 하나다. 금요일 저녁, 오만석-김소현, 엄기준-양소민, 서범석 등이 출연하는 공연이었다.

개막 초기 평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나오는 대극장 창작 뮤지컬인데다 출연진도 쟁쟁하니, 걱정과 함께 기대도 조금 하고 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고 만 공연이었다. 전체적인 느낌을 한 마디로 집약하자면, '생뚱맞다'고 할까, '맥락 없다'고 할까.

사랑하는 사람을 사고로 잃은 남자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연인이 죽기 전의 하루를 돌려받는다는 내용. 영화 '이프 온리'에서도 본, 별로 신선하지 않은 모티브다. 차별화를 꾀했는지 '하루'는, 주인공 남녀를 우체국에서 함께 근무하는 강영원(오만석)-민연두(김소현), 작가 한민호(엄기준)-눈이 멀어가는 꽃집 주인 정은우(양소민), 이렇게 두 커플로 늘렸는데, 오히려 더 산만해졌다.

인물들의 캐릭터는 너무나 전형적이고 진부하다. 인기 방송작가이면서 대중에 영합한 글쓰기에 절망하고 있는 한민호라는 인물은, 계속해서 괴로워하고는 있지만, 별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입만 열면 모두가 주옥같은 금언이요, 경구인 아내 정은우 역시 도저히 현실 속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인물이다. 일상생활도 힘들 정도로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 꽃집은 어떻게 혼자 운영할까.

 이들의 '시간'에 개입하는 '플루토'라는 인물은 더더욱 요령부득이다. 종이비행기를 들고 '명왕성에 부쳐달라'고 우기는 대목이나, 불쑥 눈 먼 정은우 앞에 나타나고 수수께끼 같은 소리를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하루'는 마치 '대극장 뮤지컬이니까 계속 무대 장치도 바꾸고, 사람들도 떼로 내보내야 해' 하는 강박관념을 보여주듯, 극 진행과 상관 없는, '그림 좋은' 장면에 집착하는 듯 했다. 연출 자체가 그리 창의적이라고 할 수 없어, 어디선가 다른 작품에서도 본 듯한 장면들이 많았다. 연두의 엽기 드라마 장면은 드러내놓고 '명성황후'를 '패러디'하고 있는데, 그 장면 자체로서는 재미있었는지 몰라도 전체 맥락에서는 그야말로 생뚱맞기 그지없다. (그러고 보면, '대극장' 창작 뮤지컬 중에 아직도 '명성황후'를 넘어서는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한탄은 맞는 얘기인 것 같다.)

이 뮤지컬의 주제라고 할, '하루하루 일상의 소중함,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배우들이 직접, '너무나 친절하게' 이야기하게 하는 대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잘 만들어진 작품은 관객들이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지, 이렇게 메시지가 구호처럼 던져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한 작품에서 만나기 힘들 것 같은 쟁쟁한 배우들의 열연을 보면서 나는 안타까웠다. 저 출연진으로 왜 이것밖에 못 만들어낼까. 배우 캐스팅하는 데 힘을 소진해서 다른 데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 걸까.

그러나 내가 본 날, 공연장의 객석에서는 거의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도 좀 있었고, 커튼콜 때는 열광적인 기립박수까지 쏟아져 나왔다. 좋아하는 배우의 얼굴을 보는 것만 해도 가슴이 뛰고, 창작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커서, 단점보다는 장점을 열심히 찾아서 본, 관대한 관객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공연에 대한 느낌이 본 사람마다 모두 다른 것은 인지상정이긴 하다.

내 걱정은 이렇게 애정 많은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보고, 제작진들이 '이 정도면 괜찮은 작품'이라고 오판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는 '어찌 됐건 유명한 배우들만 출연시키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벌써부터 '하루'가 '안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성공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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