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이면 대학 등록금 인상률을 놓고 대학가가 시끄럽다. 올해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지만, 특히 새로 도입된 정부 보증방식 학자금 대출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자가 너무 비싸다... 정부가 이자놀이한다....학생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든다 등등
하지만 제가 2005년 이 제도를 처음 접했을 때, 아! 우리사회도 많이 선진화됐구나 하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왜냐면 원래 돈이란게 믿는 구석이 없으면 빌려줄 수 없는게 당연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부가 아무 보증없이 그냥 돈을 빌려준다니 어떤 면에서는 언제든지 떼먹을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겠습니까?
당시 교육부 관계자도 이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동안 학자금 대출이 부모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보장을 필요로 하고 있으니 사고무친 저소득층 학생, 고학생들에겐 이마저도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이런 의미에서 대학만 합격하면 정부가 담보없이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은 분명 일진보한 교육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학생이 졸업후에도 직장이 없어 돈을 못갚으면 어떻게 하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런 상황이라면 돈을 못받는 것 당연하지 않냐는게 정부 생각입니다. 다소 의아스럽긴 하지만 나름대로 일리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지난 80년대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미국도 도입 초기엔 돈 안갚는 학생이 15%까지 육박했다고 합니다. 역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적어도 대학졸업후 세금을 내는 직장생활을 하거나 신용카드라도 쓸려고 하면 재원이 노출되니까 대출금을 갚지 않을 수 없다는 거죠. 이마저도 능력이 안된다면 당연히 사회 부적응자일텐데, 이런 사람들이 자신은 돈이 없어 대학도 못갔다고 사회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범죄자로 전락한다면 사회안전비용이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는 거죠. 그렇다면 적어도 능력은 있는데 돈이 없는 학생이라면 정부가 나서서 기회를 주겠다는 거죠.
문제는 학생들의 도덕적 해이와 재정손실의 균형점을 어디에 둬야 하냐는 거겠죠. 정부는 학자금 대출이자율을 일반 담보대출보다 0.5-1% 더 얹어 받고 있습니다. 요즘 같으면 7-8% 수준이 되겠죠. 그런데 학생들은 이마저도 이자가 비싸다며 정부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아니라면 어찌보면 고마워해야할 이율일텐데 말입니다.
그러나 정부라는 게 뭡니까? 국민의 세금을 위탁받아 국민의 요구와 필요를 가장 잘 충족시킬 수 있는 일을 대행하는 머슴입니다. 신용사회에 대한 자신감과 사회안전에 대한 기회비용을 생각해 정부가 무담보로 학자금을 대출해 주기로 했다면, 1-2% 이자 더 받아 욕먹을 이유가 뭐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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