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임대주택 확대, 공공부문 역할 강화'는 단연코 철학의 문제입니다.
한국의 현 주택시장을 뿌리에서부터 바꾸고자하는 신념이 깔려 있습니다.
제 말을 잠시 잊고, 먼저 현 주택시장부터 살펴봅시다.
1.
우리나라 자가 거주 비율, 즉 자기 집에 사는 사람의 비율은 56%입니다.
나머지 44%는 남의 집에 살고 있죠. 전세나 월세, 또 임대주택이 그것입니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임대주택은 80만호, 전체 주택시장의 6% 정돕니다.
정리하면, 자가 거주 56%, 임대주택 6%, 나머지 38%가 전-월세, 사실 대부분 전세지만...
이 전세라는 제도가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대방식이라는 점은 많이들 아실겁니다.
다른 나라는 대부분 월세 방식입니다.
이 차이는 우리 주택시장이 '주거'보다는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8-90년대는 물론, 21세기가 돼도 부동산 광풍이 계속 이어져 오면서,
집을 여러채 갖는 사람, 즉 잉여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가 시장을 주도해 왔고,
이 사람들이 잉여주택을 전세로 내놓은 거죠.
왜 월세가 아니고 전세냐?
다주택자들의 투자 패턴 때문에 그렇습니다.
돈이 아주 많은 사람들이야 논외로 하고,
주택시장에 뛰어든 대부분의 다주택자들은 금융으로 집을 불렸습니다.
한 채 사서, 담보대출 받고 다시 담보 끼고 한 채 더 사고...
심한 경우에는 자기는 전세 살면서, 이런 '퐁당 퐁당'을 여러번 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적은 돈으로 매매가 가능한 '전세'가 지배적인 패턴이 된 겁니다.
2.
그런데 전세나 월세는 '임대주택' 아닌가요?
임대 맞습니다. 다만 '전세'는 다주택자의 잉여주택을 전제로 한 임대시장입니다.
다주택자의 잉여주택을 전제로 한 전세, 넓게는 전-월세.
신념은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3.
정부가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선진국처럼 임대주택 비율이 30% 정도는 돼야 시장 조절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은 자가보유율 68%, 공공임대 22%, 민간임대 10%
네덜란드는 자가 50%, 공공임대 36%, 민간임대 13%
독일은 자가 40%, 공공임대 20%, 민간임대 40%
프랑스는 자가 56%, 공공 17%, 민간임대 21% 등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죠. 우리는 자가 56%, (공공)임대 6%, 전월세 38%라고.
여기서 한가지 더,
외국의 민간임대는 우리처럼 다주택자의 잉여주택 2-3채가 아닙니다.
처음부터 임대를 목적으로 소형 빌라나 아파트를-우리 개념의 아파트가 아닙니다- 짓고
그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겁니다.
같은 재테크 수단이지만 완전히 다른 거죠.
그야말로, 임대주택인데 나라에서 지은 공공이냐, 민간이 주도하는 민간임대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4.
이런 차이는 임차인 보호 정책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유럽에서는, 정부가 임차인 보호 정책을 발표하면 이게 대공업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반면,
우리는 700만 다주택 보유자의 개별적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유럽의 분쟁이 절차적이고 법적이라면,
우리의 분쟁은 도덕과 양심의 문제가 되기 쉬운 원인이기도 합니다.
신념은 여기에도 이어집니다.
5.
정부가 오는 2017년까지 임대주택 260만 가구를 지으면,
자가-공공임대-민간임대(한국식은 전월세) 비율이
산술적으로만 봐도 56 대 20 대 24가 됩니다.
그러나 더 통찰력을 발휘해 보면,
지금까지의 시장 지배적 패턴이 바"뀌면,
이는 기존의 다주택자 압박정책과 맞물려 주택과 주거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그렇다면 자가 거주 비율은 상승, 전-월세 비중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말해, 오로지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한 주택을,
본래의 지위 '주거'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기반이 바로
임대주택의 질과 양을 늘리고,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게
제가 만나고, 얘기하고, 들어 본 건설 당국자들의 신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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