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3년까지 지연될 것으로 전망됐던 주한미군 기지의 평택이전 완료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이전 지연에 따른 미국 측의 반발을 완화하려는 일종의 '성의 표시'로 보인다.
한미는 용산기지를 2008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2004년 합의했지만 평택 현지의 주민 반대와 기지이전에 따른 비용 분담에 대한 이견으로 일정이 지연돼 2013년께나 이전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기지이전 지연 전망이 현실화되자 미 측은 여러 경로를 통해 불만의 목소리를 표시해왔다.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이 지난해 12월 기지이전 지연 보도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언론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지난달 말 "용산기지나 경기 북부지역의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옮기는 작업이 일부 지연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라고 밝힌 데 이어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주한미군 장병들의 삶의 질을 언급하며 기지이전이 지연되면 "싸울 것"이라며 강한 톤으로 반발했다.
특히 벨 사령관의 "싸울 것"이라는 언급은 우리 측 국방 및 외교 당국에도 그 진위를 놓고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미 측의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그동안 신중하면서도 원칙론적인 입장만 밝혀왔다.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장관은 벨 사령관의 기자회견 다음날인 10일 "우리 정부는 가장 빠른 시기에 (기지이전을) 할 강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미국도 이를 알고 있다"며 "기지이전 시기 문제는 한미 간 협상을 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 측면에서 가능한 시간을 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기지이전을 지연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기지이전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이 같은 '달래기'에도 불구하고 미 측은 협상과정에서 매우 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측은 기지이전의 전체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도 평택기지 시설종합계획(마스터플랜.MP) 협의에 있어서는 그다지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부드럽게 진행되던 협상이 (기지이전 지연 보도 이후) 조금 막혀 있는 상황"이라고 협상 상황을 설명했다.
미측의 이 같은 태도에는 한국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려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장수(金章洙) 국방장관은 최근 평택기지 이전 완료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측의 반발을 그냥 방치할 경우 한미간에 빚어질 일부 마찰음이 동맹균열이나 갈등으로 확대 해석될 소지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 정부가 기지이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미 측에 명시적으로 보여줄 필요성도 감안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한미군기지 평택이전 완료시점과 관련한 최종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실무진, 특히 엔지니어링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최소한 1년 정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평택기지 이전 완료 시점을 1-2년 앞당기는 방안을 제시하더라도 미국이 순순히 받아들일 지는 불투명하다.
미 측이 기지이전 완료 시점을 앞당기는 데 대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지연되는 것 자체에 그동안 불만을 표시해온 만큼, 당초 이전 완료목표인 2008년에서 몇 년을 양보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지이전 완료시점과 함께 현재 한미가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는 C4I(전술지휘통제체계)와 공용시설 이전 비용분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도 빨리 매듭을 짓고 싶지만 생각보다 지연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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