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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뭘 볼까 - 1월 넷째주

지난주에는 개봉영화 가운데 제가 본 영화가 거의 없었고 또 목, 금요일에 정신없이 바빠서 그만 한 주 빼먹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주에도 대략 10편의 영화가 개봉되는군요. 정신 없습니다.

 

[미스 포터]  

세계적으로 유명해서 저희집에도 몇권 있는 피터 래빗의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사랑과 인생을 그린 일종의 전기영화입니다. 포터 역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로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르네 젤위거가, 포터의 연인역은 이완 맥그리거가 맡아 일단 배우들은 빵빵합니다. 예고편이나 영화 정보에는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는 두 남녀의 아름다운 로맨스 내지는 러브스토리가 주축을 이루는 것 같지만 그건 마케팅 포인트를 그렇게 삼은 전략으로 보여집니다. 사진처럼 손으로 정성들여 쓰고 답장을 며칠씩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편지로 연애하기도 아득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멜로 보다는 포터 여사의 착한 마음과 강한 의지, 견딜 수 없는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영국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보여줍니다. 포터가 창조한 동물 그림들이 움직이거나 대화를 걸어오는 깜찍하고 자그만 환타지 장면도 애교있고 나이 서른 넘어서도 깜찍한 상상을 계속하고 또 마음먹은대로 밀어붙이는 강단을 겸비한 포터 여사 캐릭터는 매력적입니다. 당시 영국 상류층의 생활상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풍속의 고증도 꼼꼼합니다. 책이 팔려 받은 인세로 구성된 재산의 대부분을 환경보존을 위해 투자하고 세상을 떠난 그녀의 깊고 큰 정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착한 영화라서 마음이 깔끔하게 정화되는 느낌이 필요한 분들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황후화] 

지난번 글에서 자세히 말씀드려서 간단하게 덧붙이겠습니다. 장이모우 감독에 공리, 주윤발주연으로 면면이 화려합니다. 화면의 스케일이나 색채 구성은 더욱 화려합니다. 이런 화려함은 극장에 가서 큰 스크린으로 감상해야 제맛이 나겠죠. 화려하지만 구조는 닫혀 있고 인물들의 심리변화나 행동의 설득력은 약해 비극적인 결말에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모 영화잡지에'‘전대미문의 부부싸움'이라고 요약했던데 100% 동의합니다. 마이클 더글러스와 캐서린 터너가 나왔던 1989년 작 [장미의 전쟁] 이후 가장 살벌하고 규모는 천 배 만 배쯤 되는 부부싸움입니다.

 

[여우비]

[마리이야기]로 세계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바 있는 이성강 감독이 5년여만에 내놓는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수채화같은 [마리이야기]의 화풍에서 벗어나 곱고 예쁘고 화려한 풍으로 바뀌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 화풍에 가까워 보입니다. 하지만 예술적인 측면과 2D와 3D를 결합시키는 기술적인 측면에 기울인 노력을 스토리와 인물 구축에 조금 더 나눠 쏟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손예진, 유덕환, 공형진 등 쟁쟁한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습니다. 여우비와 같이 사는 외계인들 캐릭터들 첫 등장부터 풍부한 느낌으로 다가와 예사롭지 않 발전시키지 못하더군요. 또 대사와 음향, 음악이 하나로 뭉쳐지지 않아 귀에 거슬렸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계가 앞으로 해결해야할 숙제입니다.

 

[프로듀서스]  

반드시 망하는 뮤지컬을 제작해 한탕 돈을 챙기겠다는 발칙한 뮤지컬 제작자들이라는 기막힌 설정이 돋보이는 유명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망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가장 형편없는 각본을 찾아다니고 가장 맛이 간 감독이 합류하고 개막식날 '이렇게 하면 망한다더라'하는 징크스까지 해내지만 뮤지컬은 상상도 못할 성공을 거두고 프로듀서들은 쪽박차고 감옥에 가게 됩니다. 역설의 재미와 익살스런 춤과 음악, 무대의 한계를 극복하는 영화적 스케일까지 더해져 상영시간 내내 눈과 귀가 즐겁습니다. 스웨덴 출신 배우 지망생으로 나오는 우마 서먼의 말도 안되는 영어 발음과 백치 연기가 압권입니다.

 

[보랏: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문화 빨아들이기] 

적은 예산을 들이고 기대도 안하다가  박스오피스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영화들이 가끔씩 나옵니다. 보랏이 지난해 저예산 코미디 영화로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해 이변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말이 많았습니다. 영화에 출연한 젊은 미국 청년과 촬영지로 제공된 루마니아 마을 주민들이 영화사측을 고소했고 러시아에서는 상영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시놉시스만 듣고는 미국사회와 문화를 건드리며 기발하고 독특한 유머로 무장한 코미디 영화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화장실 유머와 노골적인 인종차별, 저급한 성관련 농담이 얼기설기 엮어져 웃음보다는 불쾌감을 안겨주는 다큐멘터리를 가장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얼뜨기 카자흐스탄 촌놈으로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나 행동은 단절적인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영리함과 계산이 드러나 웃음 뒤에는 불쾌하고 역겨운 느낌이 함께 올라옵니다.

미국에서 흥행성공 요인은 페미니즘, 백인 상류층, 게이, 흑인문화, 힙합, 창녀, 기독교 등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두루두루 이방인의 시각으로 툭툭 건드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 대상 일부는 통쾌할 정도로 풍자의 대상으로 적절하지만 몇몇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이 영화가 왜 미국에서 예상외의 성공을 거뒀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면 볼만하겠습니다. 제가 남들이 웃지도 않고 경멸하는 저질 코미디도 낄낄거리며 볼 정도로 워낙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는데 이번 영화는 맘놓고 웃기가 어려웠는데 영화가 그래서 그런건지 제가 나이 먹어 취향이 변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밖에도 많은 영화가 개봉되는데 현영, 이동욱의 [최강로맨스]는 제가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영화를 본 주변 사람들 의견이 짜임새 있고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의견이 대세였습니다. [조폭마누라3]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던 현영의 연기가 물이 올랐다는 평가도 곁들여지더군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고 다시 활기찬 한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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