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987년 서울의 봄 당시, 우리 국민들은 대학 3년생이었던 이 분에게 큰 빚을 졌습니다. 6월 민주항쟁의 불씨가 됐던 고 박종철 열사가 오늘(14일) 20주기를 맞았습니다.
심영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건물 전면을 덮고 있던 검은 천이 올라가고, 87년 6월 항쟁을 불러온 한 젊은이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고 박종철 씨가 오늘로 20주기를 맞았습니다.
추모식은 20년 전 박 씨가 끌려왔던 바로 이곳,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열렸습니다.
혹독한 고문으로 악명 높던 대공분실.
세월이 지나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로 바뀌었습니다.
[박정기/고 박종철씨 아버지 : 20이라는 숫자가 매우 힘든 것 같지만 종철이를 오늘 즐겁게 맞이하는 것을 보람으로 느끼겠습니다.]
추모식에는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정치인 등 3백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물고문 현장이 보존된 509호실을 찾아 헌화하며 고인의 넋을 달랬습니다.
앞서 남양주 모란공원 박 씨 묘소에는 유족과 친지들이 모여 조촐한 추모행사를 가졌습니다.
[김치하/고 박종철씨 학교 동창 : 철아! 살아서 보지 못한 것, 살아서 얻지 못한 것, 인간, 자유, 해방. 죽어서 꿈꾸어 기다릴 너를 생각하며 찢어진 가슴으로 네게 약속한다. ]
추모객들은 민주화를 향한 고인의 뜻을 이어받고 독재와 인권유린의 과거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기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