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1980년대 말 저의 영국 생활 초기에 영국의 계급 문제를 다룬 한 TV프로그램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저를 놀라게 한 것은, 한 은퇴한 광부와 그의 부인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고등학교 선생님이 된 자기 아들을 칭찬하기는 커녕, 아들이 자기들을 배반했다는 투로 이야기하는것이었습니다.
영국의 계급구조가 워낙 굳어져, 노동자 계급이 계층상승를 포기하다못해, 계층상승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슬픈 증거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가 점차 영국과 같은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걱정이 됩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의 자유화로 투기성 소득이 늘어 나고 노동시장의 자유화로 임금격차와 비정규직 비율이 늘어나면서 빈부격차가 급격하게 커진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 것은 국민들이 이러한 변화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작년 12월 발표된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노력하면 다음 세대에 자기 가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3년전에 비해 52%에서 46%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노력을 해도 계층상승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19%에서 28%로 급격히 늘어난 것입니다.
영국이나 남미처럼 계급구조가 고착되면, 사회적 갈등이 늘어나고 경제적 활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필요한 부분에서는 시장자유화를 일부 되돌려 불평등의 원인을 줄이고 무엇보다도 복지국가를 강화하여 불평등을 줄여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기회의 균등이 중요한 것이지 결과의 평등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교육문제에서도 보듯이 어느 정도 결과의 평등이 있지 않고서는 진정한 기회의 균등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외환위기 10주년을 맞는 올해는 날로 심각해져 가는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적 합의를 끌어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장하준/영국 캠브리지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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