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이기도 한 마광수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제자의 시를 표절한 사실이 5일 공개되면서 표절 문제가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4월 출판가에 나온 그의 신작시집 '야하디 얄라셩'(해냄)에 수록된 작품 중 1편이 홍익대 교수 시절 제자가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지적재산을 도용하는 행위가 최근 들어 한국 지식인 사회의 새로운 논란거리로 급속히 대두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뭄에 콩나듯 하던 표절 시비나 표절 의혹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이에 더해 표절의 변종인 대필 공방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지난해만 해도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퇴를 불러온 표절 의혹 공방으로 정치권까지 들썩였으며 연말에는 이필상 고려대 신임총장도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세간의 주목을 끈 이런 사건 외에도 크고작은 표절 시비는 줄을 이었다.
국학기관인 한국국학진흥원이 국책사업으로 발주한 결과물인 고려시대 묘지명 집성집이 한림대 사학과 김용선 교수의 업적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나, 이 사업을 수행한 두 대학교수가 역사학회 기관지인 '역사학보'에 표절 사실을 공개하고 사과문을 싣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이 학문을 직업으로 삼는 지식인 사회를 테두리로 삼았다면, 출판계 전반에는 대필 공방이라는 바람이 거세다.
국내의 손꼽히는 출판사인 김영사는 소설가 이기담씨를 필자로 내세워 조선시대 풍속사 일면을 다룬 '조선의 재산상속 풍경'을 출간했으나, 이는 이 분야 직업적 학문종사자인 문숙자씨가 열정을 쏟아 2년 전에 출간한 학술서적인 '조선시대 재산 상속과 가족'(경인문화사 펴냄)의 주요 내용을 재가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영사는 결국 이씨의 책을 폐기처분했다.
영어교재 저술가로 저명한 조화유(63) 씨는 신 모씨와 N출판사가 낸 영어회화 교재가 자신의 책을 표절했다며 지난해 9월 저자와 출판사 등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대필 공방은 방송계와도 결합했다.
SBS 아나운서 정지영씨는 '마시멜로 이야기'(한경BP)라는 책을 본인을 번역자로 내세워 출간했다가 대리번역 의혹에 휘말리면서 방송을 떠났다.
방송인을 겸한 미술가 한젬마씨는 지금까지 그의 이름으로 출간한 미술 에세이 단행본이 모두 대필 의혹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직업적 학문세계의 표절, 혹은 그 변종인 논문중복 게재 등은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정확한 통계수치는 없으나 현재 대학강단에서 자리를 잡은 40대 이상 직업적 학문종사자 상당수는 스승을 위해 논문이나 책을 대필한 경험이 있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다.
적어도 80년대, 혹은 90년대 이전에 나온 학술서적에서 명목상의 저자를 제거하고 실제의 저자를 가려내는 가장 간단한 작업은 서문을 읽어보는 일이다.
이런 서문들에는 어김없이 "원고작성을 도와준 ○○군(君)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는 등의 상투어가 발견되는데, 예외도 물론 많지만 이 '○○군'이 실제 저자, 혹은 원고의 상당 부분을 전담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표절이나 대필 공방의 도마에 자주 오르는 저작물은 90년대 이후 출판가에 몰아친 이른바 '역사대중화물'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으로 꼽힌다.
'역사를 대중 앞으로'를 표방한 이들 대중화물이 구호처럼 역사를 대중화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겠지만, 대부분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 역사지식을 일방적으로 '교시'하고 '훈육'하는 교과서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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