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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의식 전환의 기쁨 누리고 있어요"

'짝패' 조연 이어 데뷔 16년 만에 드라마 출연

"요즘 의식 전환의 기쁨이 이런 거구나 하고 느끼고 있습니다."

배우 이범수(37)가 2006년의 여세를 몰아 올해에도 다방면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슈퍼스타 감사용' '안녕 UFO' '오! 브라더스' '이대로, 죽을 수 없다' 등을 통해 외모의 약점을 보기 좋게 극복하며 스크린에서 주연을 내달리던 이범수는 지난해 영화 '짝패'를 선택하며 필모그라피에 의미 있는 방점을 찍었다.

서슴없이 조연으로 출연했으며, 감탄이 절로 나올 만한 멋진 연기를 통해 대한민국영화대상 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또 전형적인 조폭코미디 영화 '조폭마누라3' 출연을 통해 배우로서 유연한 선택을 보여준 그가 이번에는 데뷔 16년 만에 처음으로 드라마에 출연한다.

17일 첫 방송하는 SBS TV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를 통해 스크린을 벗어나 처음으로 브라운관에 인사하는 그를 4일 경기 화성시 병점에서 만났다.

이곳에는 '외과의사 봉달희'의 중환자실과 응급실 세트가 지어져있다. 그는 극중 외과 전문의 안중근 역을 맡아 이요원, 김민준 등과 호흡을 맞춘다.

의사 가운을 입은 그의 모습이 의외로(?) 무척 잘 어울렸다. "데뷔 이후 최고 학력 아니냐"라고 물었더니 "물론이다. 지금까지 중 가장 가방끈이 긴 배역이다"라며 씩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의사 가운이 잘 어울린다. 솔직히 의외다.

▲영화 '태양은 없다' 때 기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 내가 대학을 나왔다고 하니까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신인 때였으니 나에 대한 정보가 없었을 땐데, 극중 깡패의 모습이 그렇게 잘 어울렸던 모양이다. 누구는 '길거리에서 캐스팅한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웃음). 나도 의사 가운을 입으니 기분이 좋다.

--왜 갑자기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나.

▲물리적으로, 시기적으로도 작품과 인연이 맞았고 대본을 읽으며 매력을 많이 느꼈다. '조폭 마누라3' 촬영 끝나고 대본을 받아봤는데 딱 한가지 문장으로 느낌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남주기 아깝다'. 그래서 출연하게 됐다. 사실 그간 드라마 쪽에서의 '러브콜'은 모두 깡패나 건달 배역이었고 대부분 코미디라 특별히 출연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서 맡은 의사 안중근은 직업도 색다르지만 올곧으면서도 냉정하고 매몰찬 캐릭터라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된다. 그런 상황에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드라마 촬영을 해보니 어떤가.

▲매 작품이 그렇지만 시작할 때는 안 가본 여행지를 가보는 느낌이다. 이번에는 어떤 여행지일까 기대된다. 첫 드라마 출연이라 낯설기도 하지만 여행의 즐거움처럼 즐거운 여행을 하려고 한다. 시스템상 영화보다 빠른 템보를 유지해야 해 좀 힘든 것도 있지만 영화든, 드라마든, 연극이든 집중을 하게 되면 다 힘들다. 빠른 템보는 순발력으로 극복해야 할 것 같다.

--의사 역을 맡아 어떤 준비를 했나.

▲촬영을 앞두고 장기간 실제 병원에서 의사를 관찰하고 자문했다.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도 많이 느끼고 시야도 넓어졌다. 의사라는 직업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배우들은 으레 밤샘 촬영을 하지만 드라마의 자문 의사들도 밤샘에 끄떡없는 모습에 놀랐다. 짧은 생각에 '괜찮으시냐'라고 물었더니 자신들은 늘 24시간씩 수술을 하기 때문에 밤샘에 끄떡없다고 하더라. 또 우리 드라마가 그리는 외과의사들은 사람의 장기와 피를 수시간 들여다보는 직업인데 그것도 참 대단한 것 같다.

--지난해부터 잇따라 신선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늦었지만 '짝패'로 수상한 것 축하한다.

▲감사드린다. 지난 한 해 정말 좋았다. 요즘 의식 전환의 기쁨을 느끼고 있다. '짝패'를 준비하는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감독을 고깃집에서 만났는데 '우리 둘이 주연하는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데 아무도 안 도와준다'고 하더라. 그래서 '무슨 소리냐. 대한민국 최고 액션 감독들이 한다는데 내가 돕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충청도 깡패 역으로 출연하게 됐는데 하다보니 의욕이 불타올랐고 그 와중에 비중도 커졌다.

--충청도 깡패가 그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 충청도 사투리가 서늘하더라.

▲충청도 사투리에는 경고가 없어서 그렇다(웃음). 경상도나 전라도 사투리로는 상대방에게 충분히 경고를 할 수 있는데 충청도 사투리로 경고를 하면 상대방은 계속 농담으로 받아들인다. 극중에서도 난 계속 경고를 하지만 상대방이나 관객은 장난치는 것 정도로 여긴다. 그러다보니 깡패가 경고 끝에 비로소 행동으로 옮기게 되면 상대방은 날벼락을 맞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래서 더 무섭다(웃음).

--'조폭 마누라3'에 출연한 것도 사실 의외다. 나름대로 까다로울 것 같은데.

▲연기를 하루이틀 할 것도 아니고 길게 보고 싶었다. 성공한 장르 영화였고 시나리오가 좋았다. 다행히 영화를 보고 나서도 만족했다. 또 외국 배우와 호흡한다는 것과 해외 촬영도 매력적이었다. 출연하기 잘한 것 같고, 첫주 관객 87만 명이 들었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소속사도 옮기고 여러 가지로 새로운 출발이 이어지는 것 같다.

▲6년간 싸이더스HQ에 있었는데 시기적으로 변화를 주고도 싶었고 마침 이번 소속사(엠넷미디어)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주길래 계약하게 됐다.

내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동기가 세속적이든, 노골적이든, 상업적이든 간에 어쨌든 내가 이제는 변화를 추구하고 좀 드러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전까지는 그냥 영화에서 내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의식 전환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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