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반쪽을 반값에 팔면서 ‘반값 사과’라고 하는 것과 같다.”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올 겨울 가장 강력한 정치 구호로 등장한 ‘반값 아파트’에 대해 건설교통부 고위 관리가 반론을 폈습니다. 건물 값은 다 받고 토지에 대해서는 임대료를 받으니, 결국 제 값을 다 받는 것인데 무슨 반값이냐는 것입니다. ‘반값 아파트’란 정치적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언론 보도 역시 ‘반값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줍니다. SBS 8시뉴스는 지난 15일 반값 아파트가 정부 정책으로 채택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17일에는 반값 아파트 추진으로 아파트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주택 구입을 미루는 사람들이 많아 전세 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뉴스는 19일 반값 아파트가 잘못된 기대심리와 환상을 주는 적절치 못한 용어라는 건설교통부의 강팔문 주거복지본부장의 주장 등을 인용하면서 논란이 갈수록 증폭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반값 아파트’라는 말을 만들어 정착시킨 쪽은 정치인이 아니라 언론입니다. 처음 이 아이디어를 낸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은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임대함으로써 아파트 분양가를 절반정도로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을 뿐입니다. 그가 제안한 법안의 이름은 ‘토지임대 부 주택분양 제’입니다.
정치권이 내놓은 아파트 분양가 대폭 인하 방안에 대해 언론이 ‘반값 아파트’라는 환상적인 이미지를 부여하자 여당이 ‘환매조건부 분양 제’를 들고 나왔고, 여당과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아파트까지 확대키로 합의했습니다. 정치권이 일제히 반값 아파트 열차에 올라탄 것입니다. 집 없는 서민들에게 이 말이 얼마나 강한 희망을 주는지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반값 아파트라는 말은 언론과 정부 당국자가 비판하듯이 실현 가능성이 낮으며, 국민에게 지나친 환상을 심어 줄 위험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아파트 분양가를 내리겠다는 정치권의 제안들을 언론이 ‘반값 아파트’ 정책이라고 포장한 뒤 그 실현성이 낮다고 비판함으로써 아파트 분양가 인하를 위한 정치권의 노력에 찬 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SBS 뉴스는 분양가 인하에 대한 건설사와 부동산업계의 일방적인 주장을 아무 분석 없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분양가가 낮아지면 아파트 품질이 떨어질 것이고, 건설업자들이 주택공급을 소극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분양가에 거품이 없다고 가정하면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것은 분양가를 덮고 있는 두터운 거품 층이 있다는 전제를 하는 것이며, 이 거품을 걷어내겠다는 것입니다. 아파트 품질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곱씹어 보아야 합니다. 천문학적인 분양가를 요구하는 호화아파트의 시설기준은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아파트의 품질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딴 세상의 일입니다.
지난 20일 SBS 뉴스는 오염된 지하수가 수질검사기관의 묵인아래 학교와 어린이 집 등 전국 1천4백여 개 시설에 공급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오염된 지하수를 식수로 써 온 학교가 168곳, 어린이집이 19곳이며, 어린이들에게 특히 위험한 질산성 질소도 검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건강과 관련된 뉴스는 특히 매우 치밀하고 정확해야 합니다. 그런데 SBS 뉴스는 치밀하지 않습니다. 뉴스는 오염된 지하수를 공급받은 곳이 1천4백여 개 시설이라면서도 학교와 어린이집을 뺀 나머지 1천2백여 개의 시설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뉴스를 보면서 오염된 지하수는 또 어디 공급되었는가, 이 물이 음식점에는 공급되지 않았는가, 음식점에서 우리가 마시는 ‘생수’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물인가 하는 궁금증이 당연히 일어납니다. 뉴스는 이런 가려운 부분도 긁어주어야 합니다. 이날 뉴스는 또 영국에서는 이른바 ‘슈퍼 박테리아’가 등장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어 국내에서도 지난 97년 한 50대 입원환자가 목숨을 잃은 사례 등이 보고되었다고 보도했는데, 이것이 슈퍼 박테리아라는 말인지, 아닌지 아무런 설명이 없었습니다.
SBS 뉴스는 연말을 맞아 우리의 빗나간 송년회 문화를 비판하는 연속 기획과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기우리자는 연속 기획, 그리고 나눔의 행복을 전하는 테마기획 등 의미 있는 기획기사들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16일 뉴스는 연말마다 신문 방송이 불쌍한 아이들에 대해 앞 다퉈 보도하고 자원 봉사자들의 발길도 바빠지지만 이런 반짝 관심은 해만 바뀌면 싸늘하게 식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반짝 관심의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사건 속에서 불행한 어린이가 등장하면, 그때마다 이를 부각시키고, 그 사회경제적인 배경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보도가 필요합니다.
지금 정치권이 제안하고 있는 분양가 인하정책은 모두 분양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양가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와 상관없이 주목할 만한 정책방향입니다. 주택당국의 냉소는 물론, 업계의 만만치 않은 저항이 예상되는 혁명적인 제도 개선입니다. 대선이라는 큰 정치행사가 없다면 정치권이 꿈도 꾸지 않을 일입니다. 뉴스는 ‘반값 아파트’라는 환상적인 열매가 아니라 바로 이 제도의 개선 쪽으로 관심의 방향을 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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