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1: 친구 휴대전화에 전화했다가 컬러링(통화대기음)으로 '까만 안경'이 나오면 가족 휴대전화에 잘못 건 줄 알고 재빨리 끊었죠.
#Episode2: 어느 날 제 노래를 따라부르는 관객이 무대에서 보였어요. 육상 경기 중 관중이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면 힘이 솟듯 객석에서 '조성현'을 외치는 응원에 완전히 감정 실어 노래했어요.
2006년 하반기 최고 히트곡은 단연 이루(본명 조성현·23)의 2집 타이틀곡 '까만 안경'이다.
10~11월 비, 동방신기, 이승철 등 대형 가수 수십 팀의 음반과 경쟁했지만 각종 온라인과 모바일 차트 정상을 수주간 지키며 음원 수익만 10억 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 배경음악으로 가장 많이 사랑받아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선정하는 디지털뮤직어워즈의 '송 오브 더 먼스(Song of the Month)'로 뽑혔고, SBS TV '생방송 인기가요' 1위, 골든디스크상 디지털골든음원 인기상을 수상하며 상복도 터졌다.
그리고, 가수 인생 디스코그라피(Discography)에서 첫 히트곡이 생겼다.
발라드 계보를 잇는 차세대 주자란 호평도 얻었다.
2005년 데뷔 음반을 냈을 때 이루는 '아버지의 이름을 등에 업고 활동한다' '노래를 못한다'는 험담에 마음 고생도 심했다.
하지만 점점 아버지의 그늘에서 자유로워지는 그가 느껴진다.
정해년을 맞아 돼지띠인 그는 가수로서 행복했던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기분이 남다르다.
"데뷔 당시 주위에서 들려오는 얘기에 주눅이 들었고 억울했어요. 그래선지 가요 프로그램 1위 하는 날 정말 많이 울었죠. 수많은 상을 받은 아버지가 상을 받으실 때마다 왜 저리 우시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공감 100%였습니다. '까만 안경' 뮤직비디오에 안성기 선배님을 캐스팅해 주시는 등 노래 히트의 공을 모두 아버지에게 돌리고 싶습니다(웃음)."
이루가 1집 때와 달라진 건 자신과 노래를 동시에 대중에게 어필했다는 점.
이제는 '태진아 아들 이루'에서 '가수 이루'로 불린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가수가 되기 위해 117㎏이던 체중을 운동과 식단 조절로 45㎏나 감량했고 다니던 미국 버클리음대를 포기하고 단국대학교 1학년 뮤지컬과에 입학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기에 기쁨은 갑절이다.
기쁨에 겨워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지경일 텐데도 나이답지 않게 속깊은 얘기를 펼쳐보인다.
"가수에게 대중이 따라부르는 히트곡이 생겼다는 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이제 첫발을 뗀 셈입니다. 아버지를 능가하기보다 아버지만큼 하는 가수란 얘기를 듣고 싶어요. 아버지는 트로트 분야에서 최고, 전 제 분야에서 인정받고 싶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 '나 이거 다 먹을 거야'라고 닥치는 대로 먹으면 속이 거북하게 마련이지요. 조절하는 사람이 현명하겠지요. 천천히 단계를 밟고 싶습니다."
이루가 보컬리스트를 넘어 싱어송라이터의 자질을 갖췄다는 점도 성장세에 기대를 갖게 한다.
아버지의 히트곡 '동반자'에 노랫말을 붙이는 등 여러 곡 작업에 참여했고 자신의 1, 2집에도 '돌아갈 수만 있다면'과 '가슴앓이' 등 자작곡을 한 곡씩 수록했다.
또 트로트그룹 LPG의 2집에 '하필'이란 노래를 선물해 화제가 됐다.
"내년엔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싶어요. 작곡가가 꿈이었고 1, 2집에 제 노래를 수록했지만 아직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를 보여주진 못했죠. 먼저 제 음반에 자작곡 수를 늘리고 향후 다른 가수에게 곡도 선물하고 싶어요. 대중이 어떤 음악을 원하는지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까만 안경'에 이어 새해 1월부터는 2집 후속곡 '흰눈'으로 또 한번 '대박 히트'에 도전한다.
이달 초 일본 홋카이도 후라노의 설경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뮤직비디오 촬영을 마쳤다.
'흰눈' 뮤직비디오를 통해 연기에도 도전한 그는 "요즘은 가수가 노래만 하는 세상은 아니니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로 연기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최근 한 오락 프로그램에서 비의 댄스를 똑같이 선보이는 놀라운 춤 실력을 공개, 숨겨진 끼를 발휘하기도 했다.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며 어색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어요. 캐릭터 속에 빠지려고 노력했죠. 가수는 3분30초 무대에서 노래하지만 연기자는 한 장면 촬영을 위해 대기 시간도 길고 스태프와의 호흡이 맞아야 한 신이 넘어간다는 걸 배웠죠. 연기 역시 참 매력적인 분야인 것 같아요. 드라마 '올인'의 이병헌 씨 같은 역할이 탐나는데 제가 과연 할 수 있을까요?(웃음)"
이루는 일본에서 3박4일간 머물며 자신의 1집을 갖고 있는 두 명의 일본 팬을 만나는 짜릿한 경험도 겪었다.
후라노 시립도서관의 50대 여직원, 한국 음식점 여사장 등은 이루의 방문에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11월 아버지와 오사카에서 조인트 디너쇼도 치렀다.
자연스레 해외 진출에 대한 계획을 들어봤다.
"일본 구석에도 제 팬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국가와 인종을 넘어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제 노래를 듣고 있다는 생각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현재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문화의 중심인 만큼 국내에서 입지를 굳힌 후 진출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무를 벨 때 제대로 베려면 때를 기다려야죠. 미니홈피에서 대만 팬들의 영어 팬레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해요."
"발라드 가수로 국한되지 않고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가수'로 불리길 원한다"는 이루는 "한해 큰 사랑을 베풀어준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고개 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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