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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유혹,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요"

 "알코올중독에 빠진 제가 얼마나 싫으셨는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자신의 묘에는 절대 술을 뿌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셨다더군요. 그땐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올해로 단주 6년째를 보내고 있는 Y(47)씨.

어릴 적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인해 복지시설에 맡겨져 일주일여를 지내게 된 Y씨는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줄 오해하고, 그 기억을 잊기 위해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

지난 30여년간 매일같이 소주 3-4병 정도의 술을 마셔 온 Y씨는 결국 40대 초반에 알코올 중독과 간경화 증세를 보여 지난 2000년에는 병원치료를 받아야했다.

병원에 입원해 한창 치료를 받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이역 만리 미국땅에서 어머니가 숨을 거둔 것.

그는 "저를 병원에 입원시킨 어머니가 형님이 살던 미국에서 '내  묘지에는 술 대신 물을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기신 채 세상을 뜨셨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술로 인해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모습만 보여드렸는데, 머나먼 타향땅에서 제 걱정을 하시며 숨진 어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임종도 못 지킨 불효자식이라는 죄책감에 이때부터 단주를 결심하고, 신앙 생활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젊은시절 못 다한 공부를 다시 시작해 검정고시에 합격했으며, 야간대학에 입학해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하는 등 인간승리자로 거듭났다.

어머니의 충격적인 죽음으로 단주를 결심한 Y씨가 단주에 성공할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준 곳이 바로 건양대 병원에서 마련한 '알자회(알코올로 손상된 자존심 회복 모임)'.

지난 2000년 건양대병원이 개원하면서 알코올 중독자 치료와 금주성공을 위해 만들어진 '알자회'는 매주 목요일 40-50명의 회원들이 모여 서로의 상황과 경험 등을 나누며, 서로에게 단주 성공을 위한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21일에는 건양대병원 폐쇄병동에서 1년차부터 9년차까지 단주에 성공한 사람들을 축하해주고 5년동안 단주에 성공한 회원들에게 위촉패를 수여하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서는 단주에 성공한 사람들의 갖가지 사연들이 오고갔다.

박 모(70.충남 논산)씨는 "17살때부터 40여년간 매일같이 소주 3병정도의 술을 마셔댔고, 모두 49번에 걸쳐 폐쇄병동 입.퇴원을 반복했다"며 "아무리 치료를 받아도 길어야 세 달 뒤에는 도로 술을 마셨으나, '알자회'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지금까지 5년째 단주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앓고 있는 알코올중독이라는 병은 가정파탄을 일으키고 온가족을 사지로 몰아세우는 무서운 병"이라며 "단주가 굉장히 힘들지만 누구나 할 수 있다. 너무 힘들어 하루하루 넘기기가 어려울 정도였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단주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꿋꿋이 참아냈다"고 말했다.

남편이 출근한 뒤 혼자 집에 있으면서 취미삼아 마신 와인이 알코올중독의 원인이 됐다는 김 모(66.여)씨는 "술을 끊어야하고 마시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홀로 많은 고민을 해봤지만 어쩔수 없었다"며 "왜 난 술을 못끊고 가족과 이웃들에게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 좌절하고 방황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가 학교에 들어간 뒤 글을 깨우쳐 한글을 배우고 책을 읽듯이 그 마음 하나로 2년째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 잘듣고 글을 배우듯이 하나하나 따라가다보니 단주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알자회'를 이끌고 있는 건양대 병원 기선완교수는 "알코올 환자의 경우 퇴원한다고 치료가 끝난게 아니므로 퇴원 후에도 술을 접하지 않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단주의 성공을 위해서는 가족들의 이해와 격려가 가장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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