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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칼럼] "자기 생각을 써라"

<8뉴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시험 답안을 채점하다보면 감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제가 강의에서 언급한 내용이 말을 통해 학생에게 전해지고, 학생의 머릿속에 머무르다가 답안으로 정돈되어 다시금 저에게 읽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서 출발한 지식과 사고가 학생을 거치면서 한 바퀴 순환하여 답안지에 고스란히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때면 학생과 '통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언어의 의미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변신을 합니다.

언어는 세상에 던져지는 순간 유실되기도 하고 변질된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또 여기 저기 흩어지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냅니다.

한 번 입을 떠난 언어는 다양한 변용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런 과정을 무사히 마친 내용을 답안으로 다시금 만나게 되는 것은 참으로 감동스런 일입니다.

수능을 본 학생들에게 이제 최대 관건은 논술입니다.

학원에서 훈련받은 붕어빵식 답안을 배제하겠다는 대학 측의 발표도 있었듯이 논술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 풍부한 배경 지식을 갖추고, 자신의 고유한 생각을 논리정연하고 일관되게 풀어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적혀진 답안을 읽을 때 채점자는 학생의 생각의 흐름을 온전히 따라갈 수 있고 학생과 정신적으로 통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그럴듯한 생각을 어설프게 가져다 짜깁기한 답안은 채점자에게 공감을 줄 수 없습니다.

논술 답안 작성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괜히 글에 멋을 부리거나 현학적인 척 하지 않고 쉽고 명쾌하게 쓰는 것, 또 순수한 나의 생각을 따라가며 정직하게 진술하는 것입니다.

이런 언어와 생각의 진정성은 평소 인간의 말과 글에서도 중요시 되는 요건입니다.

(박경미/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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