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초토화한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에는 요즘 사회풍자적인 `블랙 유머'가 넘쳐난다.
1년 전 불시 기습한 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일거에 생활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유머를 곤경 극복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풍자성 짙은 유머일수록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임에 따라 뉴올리언스에서는 '스탠드업 코미디'와 함께 현실을 풍자하는 신문이나 인터넷 블로그의 인기도 크게 높아지고 있어 흥미롭다.
정부의 관료주의를 헤쳐나가고 재해 보험금을 받아내기 위한 투쟁도 벌여야 하며 허울좋은 피해복구 계획을 떠들어대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뉴올리언스 주민들에게는 이런 모든 것이 '블랙 유머'의 욕구를 자극하는 소재가 되고 있다.
코미디쇼에는 전에 볼 수 없이 많은 관객이 몰리고 주민들은 유머 넘치는 블로그와 풍자성 짙은 신문들을 탐독한다.
또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스탠드업 코미디'에 입문하려는 '아마추어'들도 늘어나고 있다.
뉴올리언스 툴레인 대학 언론학부에 근무하는 코미디쇼 전문가 마이크 스트레커 (43)는 카트리나 이후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으나 "관객들이 카트리나 이전보다 더 많았졌을 뿐 아니라 훨씬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코미디쇼와 함께 풍자적인 내용을 다루는 신문도 뉴올리언스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뉴올리언스에서는 요즘 "뉴올리언스의 제방"이라는 이름의 무료 풍자 신문이 뜨고 있다.
이 신문은 "우리는 어떤 것도 감추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이 신문은 카트리나 피해 복구 사업에 앞장서야 하는 정치인들과 관리들을 조롱하는 내용을 싣는다고 발행인 루디 보카픽(42)은 말했다.
그는 "뉴올리언스를 조롱 하는 게 아니라 뉴올리언스를 저버리는 사람들을 조롱한다"며 "이는 좌절감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는 최근 현지 하원의원 윌리엄 제퍼슨이 자기집 냉장고에서 발견된 현찰 9만 달러가 이 냉장고를 구입하면서 "제조업체로부터 받은 리베이트"라고 해명하는 풍자 기사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
또 허리케인이 올해 뉴올리언스를 비켜간 것은 "쓸어갈만한 것이 별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상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5천 달러라는 적은 돈으로 올 가을에야 출범했는데도 벌써 수지를 맞출 정도가 됐으며 온라인 독자들도 수천명에 이른다고 보카픽은 설명했다.
툴레인 대학의 스트레커는 프로 코미디와는 달리 요즘 뉴올리언스를 풍미하는 유머는 카트리나의 쓰라린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올리언스에서는 요즘 증가세로 돌아선 범죄율, 카트리나로 유린된 지역을 돌아보는 이른바 "참화 투어"를 즐기는 관광객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코미디의 풍자 대상이 되고 있다.
코미디언인 빌 다이크즈(40)는 "코미디는 조크가 아니라 산경험을 이야기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뉴올리언스에서는 누구나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오픈 마이크" 행사가 열리는 밤이면 무대에 오르는 아마추어 코미디언이 예전에는 서너 명에 그쳤으나 지금은 수 십 명에 이를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현지의 프로 코미디언 데인 포초우(27)는 "카트리나 이전에는 '내가 어떻게 관객 앞에 설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던 주민들이 이제는 '내가 항상 하고 싶은 것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곤 한다"며 바뀐 세태를 전했다.
그는 "뉴올리언스는 장례식을 위해 파티를 여는 도시"라며 "그것이 우리가 슬픔을 이기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뉴올리언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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