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11.15 부동산대책의 장기적인 시장 안정화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곳곳에 숨어있는 허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8년부터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가를 25% 이상 낮추고 시기도 당기기로 했지만 분양가 인하에 따른 최초 분양자의 기대이익이 커 '청약과열'을 빚을 우려가 큰데다 주변의 도로, 철도 등 기반시설을 설치하기까지 당분간 입주민들의 고통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급확대 위주의 정부정책으로 도심지, 서민 밀집지역의 난개발, 주거여건 악화 등을 지적하면서 향후 제도 정비 과정에서 꼼꼼한 검토와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신도시 교통지옥 불가피(?) =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는 송파와 김포, 검단 등 6개 신도시의 분양 일정을 앞당겨 입주 시기도 3개월에서 1년 가량 단축시키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일단 건교부는 아직까지 이들 신도시의 개발계획이 나오지 않았고 광역교통개선대책 등도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도시의 입주 시기가 단축되는 만큼 간선교통망 공사도 이에 맞춰 단축시키면 된다는 입장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신도시들이 아직 광역교통개선대책도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당겨진 일정에 맞춰 광역도로 신설과 관련된 절차를 서두르고 예산을 추가 투입하면 충분히 신도시 입주 일정에 맞춰 간선교통망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6개 신도시에는 김포신도시에 추진되고 있는 경전철 외에는 지하철 공사는 계획돼 있지 않아 이들 신도시를 위한 광역교통 개선은 도로 신설 및 확장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일례로 내년 초 입주를 앞두고 있는 동탄신도시의 경우만 보더라도 신도시의 간선 도로망 건설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동탄신도시는 내년 1월 시범단지 6천500가구를 시작으로 2008년 3월까지 12만여명이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신도시 주변의 간선도로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교통 대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오산-영덕(13.6㎞) 구간은 당초 올해 8월 착공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겨우 설계를 끝내 2008년말 완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지방도 317호선 접속도로와 국지도 23호선 중리-남사 구간, 지방도 317호선 접속도로 등 각종 도로 사업 공사 진행이 더뎌 예정된 개통일을 지키기 힘들다.
판교 신도시도 간선도로 공사가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용인(22.9㎞) 고속도로는 애초 신도시 건설과 관련없이 2000년 4월 수도권 남부지역 교통개선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돼 왔다.
그러나 도로건설과 관련한 실시협약은 작년 1월에야 체결됐고, 그해 10월 1단계 구간이 착공됐지만 공사 과정에서 주민들의 행정소송과 성남시와 용인시와 마찰로 인해 공사 인허가가 지연되는 등 차질이 생겨 2009년 개통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 공공택지 '투기장' 되나 = 정부가 발표한대로 용적률 상향조정, 기반시설 국고 분담확대, 택지개발기간 단축 등을 통해 신도시 분양가가 25% 이상 낮아진다면 현재 내집마련을 준비중이거나 평형을 넓혀 이사하려는 수도권 주민들이 대거 청약에 가담할 수 있다.
현재 신도시의 예상 평당 분양가는 김포가 800만 원, 파주(3단계) 900만 원, 양주 700만 원, 송파 1천만-1천100만 원이다.
김포 30평형대 시세가 현재 평당 1천만 원, 파주 1천만-1천100만 원, 송파 1천800만-2천만 원인점을 감안하면 이들 지역 30평형대 최초 분양자는 6천만-3억원의 차익을 앉은 자리에서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지난 9월말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서 청약통장 가입자는 492만명에 이른다.
정부가 계획대로 2010년까지 매년 15만가구를 공급하고 2008년부터 청약제도를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수를 감안한 가점제를 도입한다하더라도 현재 달궈진 청약열기하에서는 당분간 청약과열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분양가 인하조치가 적용되는 아파트에 당첨된 사람들의 시세차익이 커져 송파 등 일부 신도시에서는 판교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로또'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청약과열 방지 대책이나 투기방지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미 분양가 상한제 적용주택은 수도권 중소형의 경우 10년, 중대형은 5년으로 전매가 제한되는데다 2008년부터 가점제로 청약제도가 시행되면 청약과열 현상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 서민 밀집지역 주거 여건 악화, 지자체 반발 = 정부가 기존 시가지에 대해 내놓은 대책은 다가구.다세대, 오피스텔 규제완화,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아파트 비중 확대 등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지나치게 공급확대에 포커스를 맞춰 서민 밀집지역의 주거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주장이 많다.
도심 전세난 해소에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통상 다세대.다가구에 주로 서민들이 모여 사는데 건물간 거리를 1m로 다시 완화하면 과거처럼 기형적인 주거공간이 늘어나고 사생활 침해, 고밀화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주상복합에서 아파트 비중 확대는 도심상업지역내 상가 비율 감소로 이어져 도심의 기능이 크게 저하할 수 있고 전용 15평 이하 오피스텔의 난방시설 허용은 상업지역의 난개발을 부채질할 수 있어 슬럼화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도 정부대책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다세대 주택은 이미 충분히 공급돼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주택공급의 효과는 커녕 앞으로 늘어나는 공급량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냉소했다.
또 정부가 송파신도시의 개발밀도를 상향 조정해 가구수를 오히려 4만9천가구로 늘린데 대해서도 "가뜩이나 심각한 잠실.송파 일대 교통난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염려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서 오피스텔의 난방허용 면적을 소형으로 한정하고, 주차장 규정을 손보지 않기로 한 것은 나름대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향후 제도개선안 마련과정에서 도시환경적 측면을 감안, 관계전문가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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