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기회복세가 완연해지면서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나고야(名古屋) 등 3대 도시권을 중심으로 서서히 주택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의 침체에서 벗어나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도쿄 도심에서는 재개발을 위해 낡은 건물들을 헐고 아파트(일본에서는 맨션이라고 부름)를 짓는 현장을 곳곳에서 볼 수 있으며, 도쿄로 통근이 가능한 외곽에서는 철도역을 중심으로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일본에선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기존 주택값이 많게는 5분의 1 수준까지 폭락했다.
부동산 거품이 한창이던 80년대에서 90년대 초 사이에 구입한 아파트 등 주택은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잃고 은행빚만 떠안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우가 허다하다.
일본에서도 거품이 한창이었을 때는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아파트값에 몹시 불안감을 느낀 일본인들은 앞다퉈 집장만에 열을 올렸다.
정부도 전국 각지에 대한 각종 개발계획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투기를 더욱 부추겼다.
'부동산 불패' 신화를 누구도 의심하지않았다.
저금을 털고 은행 대출을 보태 집을 장만해놓고 다들 뿌듯해했다.
그러나 그 때가 바로 거품의 꼭지점이었다.
한번 꺼지지 시작한 부동산 거품이 10년정도 지속되면서 집값은 잘 건지면 절반에서 최대 5분의 1까지 토막났다.
자산 1호인 주택값이 폭락하면서 갑자기 빈곤감을 느낀 국민들은 장래에 대한 불안까지 겹쳐 소비를 대폭 줄였다.
또 주택과 토지 등을 담보로 대출해줬던 금융기 관들로서는 부동산 폭락으로 부실채권만 잔뜩 떠안은 채 줄도산을 면치 못했다. 그래서 시작된 게 '잃어버린 10년'의 장기 불황이었다.
최근들어 부동산 하락세가 주춤하는 등 저점에 도달하고, 수출을 위주로 한 경기 회복이 뚜렷해지면서 부동산 경기도 살아나고 있다.
재개발이 두드러지고 있는 도쿄 도심 일급지를 중심으로는 용지난으로 '미니 버블'의 우려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일본의 민간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9월의 수도권 아파트 발매호수는 6천500호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0.7%가 줄어드는 등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발매호수도 8만호 전후로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소측은 이에 대해 아파트값이 오를 것으로 보임에 따라 업자들이 분양을 뒤로 미루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아파트 건설 용지를 확보해놓고 있는데도 업자들이 고가 분양을 노려 발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증거다.
그러나, 일본의 부동산은 거품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부동산으로 한번 큰 피 해를 입은 국민들이 쉽게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 것으로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도 버블 때와는 비교가 되지않을 정도로 안정돼 있다.
지난달 수도권에서 계약이 이뤄진 신축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평당 100만엔(약 820만원) 정도다.
1년전에 비해 5% 정도가 올랐을 뿐이다.
일본의 아파트 분양은 베 란다 등을 제외한 전용면적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의 수도권에 비해서도 엄청 싼 편이다.
도쿄에서 서울의 강남에 해당하는 아카사카, 아오야마, 아자부 등 이른바 '트리 플 A' 지역의 분양가가 평당 우리 돈 2천만원을 넘지 않는다.
지진 다발국의 진도 8 이상에도 끄덕없도록 설계된 특수공법에다 비싼 인건비와 자재비, 빈틈없는 마무리 등을 감안하면 우리의 분양가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는 셈이다.
일본인들의 주택에 대한 생각은 거품붕괴 과정을 겪은 뒤 '소유' 보다는 '거주' 의 개념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자기자금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에 분양하고 있는 아파트는 대부분 등록비 등을 포함해 자기돈 10% 정도만 있으면 은행대출을 껴서 분양받을 수 있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을 경우에 대비한 예방조치다.
저리의 은행 대출로 주택을 계약할 경우 매달 내는 원리금이나, 남의 주택을 임대했을 경우 주인에게 주는 월세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월세로 주택을 분양받는 셈이어서 '값이 오르면 다행, 안올라도 손해볼 일이 없다'는 계산이다.
또한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과거와 같이 주택이나 토지를 직접 구매하기 보다는 '부동산 펀드' 등의 가입을 통한 간접투자를 택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이 덕분에 재개발 사업 등을 통해 이익금을 배당하는 부동산 펀드가 최근들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도 주택에 거품이 껴들지 못하도록 경기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금리정책에서 그렇다.
망국적인 부동산 폭등이 계속 되자 금리 인상과 대출총량제를 도입하는 등 뒤늦게 고강도 대책을 내놓아 부동산 경착륙에 실패, 장기불황의 단초를 제공했던 전철을 밟지않겠다는 생각이다.
일본은 버블 붕괴후 닥친 장기 불황을 극복하기위해 전국 각지에 댐을 짓고, 효용성도 없는 도로를 건설하는 등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었다.
일회성이자 선심성 정책으로 지자체의 중앙에 대한 의존도만을 키우고 민간 부문을 위축시켰을 뿐 재정적자를 주요 선진 7개국(G7) 가운데 최악인 국내총생산(GDP)의 150% 까지 늘려놓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본 정부는 국민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 부동산 거품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부동산 값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상식선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유도해 가고 있다.
국민들 자신도 한때 주위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 투자' 를 했다가 큰 손해를 봤던 쓰라린 경험을 잊지않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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