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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냉 대통령, 노 대통령에 "축구장 지어달라"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베냉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장에서 자국에 축구장을 지어달라고 직접 요청해 화제다.

보니 야이 베냉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건강과 체육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시설이 필요하다"며 축구장을 짓는데 한국이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이 통상 양국간의 정치, 경제 등 큰 틀에서의 의견을 교환하는 외교무대라는 점에 비춰볼 때 "축구장 건설을 지원해달라"는 이 같은 배냉 대통령의 부탁은 이례적이라는게 외교가 안팎의 견해다.

특히 같은 날 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콩고공화국, 탄자니아, 가나 대통령들이 대부분 자국의 인프라 투자 지원을 요청한 것과 비교하면 이같은 베냉 대통령의 요청은 이색적이기에 충분했다.

야이 대통령은 지원을 요청하면서 "축구가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스포츠인데 지어줄 여건이 안된다"며 "우리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아프리카 '빈국'으로서의 '절절함'마저 묻어나왔다는 게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야이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요청에 노 대통령은 가타부타 확답을 하지는 않은 채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는 후문이다.

서부 아프리카의 대서양 연안에 자리잡은 베냉은 면적이 11만 2천620㎢로 남한보다 조금 크지만, 작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은 44억 달러, 1인당 GDP는 530 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나라 역시 이웃의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축구 열기 만큼은 여느 축구 선진국 못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베냉은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도 101위에 불과하지만 북한이나 태국, 베트남 보다 순위에서 앞선다.

아프리카 대륙 예선에서도 강호 카메룬 등을 괴롭히는 복병이다.

그만큼 인기가 있는 스포츠이긴 하지만 재정여건 때문에 축구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베냉 대통령이 직접 정상회담장에서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앞서 베냉 외교장관은 지난 9월 말 방한시 반기문 외교장관에게 "가나나 토고는 축구를 잘하는 데 우리 유소년들은 그만큼 실력은 있지만 뛸 곳이 없어 잘 못한다"며 축구장 건설 지원을 비공식 타진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단 노 대통령이 검토해보겠다고는 했지만 정부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개발도상국에 경제개발을 지원하는 자금인 EDCF(대외협력개발기금)가 있긴 하지만, 이는 원금과 이자를 받는 대부 형식인데다 '축구장도 못지을 정도의 빈국에 이자를 받는 돈을 빌려주는 방식은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고민이 있다.

그렇다고 무상원조를 하자니 자금 규모와 지원 순위가 고민거리다.

한국의 대외 무상원조 규모는 연 3천억원 수준에 묶여 있고, 그나마 중점 협력국을 중심으로 지원하도록 되어 있어 베냉에 지원할 돈이 충분치 않다는 현실 때문이다.

정상회담의 한 배석자는 9일 "베냉 대통령의 요청을 듣는 순간 `축구장이란 게 수십만 달러로 해결되는 게 아닌데 무상은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며 "그렇다고 해서 EDCF로 할 경우 상환이 보장될까라는 걱정도 들어 이래 저래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어떻든 정상이 제안을 한 만큼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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