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 중국 등 세 나라의 6자회담 대표들이 베이징에서 비밀리에 만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전격 합의한 것은 10월 31일 오후. 회담 결과는 서울시간으로 이날 오후 8시께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를 통해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3자회동이 그야말로 극비리에 추진되어 중국 당국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사실상 거의 모든 세계의 언론도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SBS 8시뉴스가 이날 머리기사로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미, 중, 북한 대표 등 3자회동이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중재로 이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어 북한이 회담 복귀 결정을 한 것은 핵실험이후 강화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을 일단 피해 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SBS 뉴스는 회동 결과에 대한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에 이 소식을 취재 보도함으로써 북한 핵실험 사태의 속보 경쟁에서 한 발 앞섰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금융제재 해제라는 전제조건이 달려 있는지에 관한 SBS 뉴스의 보도에는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31일 뉴스는 전제 조건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그렇지만 그동안 미국의 대북제재가 풀려야 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북한이 이날 3자회동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점으로 미뤄 전제조건을 철회한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다음 날인 1일 뉴스는 북한이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했다는 힐 차관보의 말을 전했습니다. 반면에 북한은 금융제재 해제가 6자회담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했다고 뉴스는 보도했습니다. SBS 뉴스는 양쪽의 주장을 대비하면서, 북한과 미국이 금융제재와 관련한 전제조건을 놓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일 뉴스는 또 6자회담이 열리는 시기를 전후해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의 일부가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1차관의 국회 답변을 전하면서 이 문제가 3자회동에서 이미 타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전제조건이 달렸다는 것인지, 아닌지 뉴스만 봐서는 헷갈리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뉴스는 어느 쪽 말이 맞는가, 발표되지 않은 실체적 진실은 무엇인가를 추적하느라 골몰했습니다.
국제관계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분명한 모습으로 손에 쥐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발표문을 면밀히 분석하면 거기에 해답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 간의 협상을 이끄는 당사자들은 철저한 계산위에서 절제된 말을 하지만,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뉴스가 보도하면서도 주목하지는 않았던 대목이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힐 차관보의 말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 쪽 발표입니다. 힐 차관보는 “6자회담이 열리면 대북 금융제재에 따른 북한의 관심사를 별도의 실무그룹에서 다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에 조선중앙 TV는 “우리는 6자회담 틀 안에서 조미 사이에 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 해결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회담에 나가기로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금융제재에 따른 북한의 관심사를 별도의 실무그룹에서 다룰 것’이라는 미국 쪽 주장과 ‘금융제재 문제를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해결할 것’이라는 북한 쪽 주장은 얼핏 딴 이야기같이 들립니다. 하지만 금융제재 해제를 전제조건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 문제를 단계적으로 풀어 줄 수 있다는 미국 쪽 입장과 금융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회담에 브레이크를 걸겠지만, 6자회담이 열리기 전에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고집하지는 않는다는 북한 쪽 입장의 접점이 여기서 생긴 것입니다.
미국은 임박한 중간 선거를 앞두고 북한의 ‘조건 없는’ 회담 복귀라는 외교적 성과를 올리게 되었고, 북한은 사활이 걸린 금융제재 해제의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금융제재라는 카드를, 북한으로서는 6자회담을 깨고 나간다는 카드를 각각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양자모두에게 나쁠 것이 없는 해법이 된 셈입니다. 뉴스는 10월 20일부터 3자회동이 성사된 며칠동안의 상황도 어둡게 보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중국을 통해 “추가 핵실험 계획이 없으며, 6자회담에 먼저 복귀할 테니 미국도 가까운 시일 안에 금융제재를 풀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은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회담에 무조건 복귀한다는 북한의 제안을 중국으로부터 들은 바가 없다고 주장했을 때입니다. 미국의 이런 태도에 대해 SBS 뉴스는 대북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이 지금 방향을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하고, 중국마저 구체적인 제재에 동참할 경우 우리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었습니다.
북한 핵실험 이후 사태는 충돌위기에서 대화재개로 일단 국면전환이 이뤄졌습니다. 뉴스가 사태의 악화를 걱정하고 있던 바로 그 때 미국과 북한은 공개된 발언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희망사항을 교환했던 것이며, 중국은 양자를 한자리에 앉히기 위해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뉴스가 물밑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추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공개된 정보만이라도 곱씹어 보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실마리는 붙잡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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