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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통신] "부시와 미국정책 세계평화 위협"

"영국인 75%가 부시 세계 평화 위협, 북한 김정일 69%"

한국 언론의 풍토나 미국 일변도의 시각에 익숙한 입장에서는 다소 낯설어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가디언 신문의 조사 결과 영국인들은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이나 이란의 마흐무드 아흐메디네자드 대통령 보다 세계 평화에 더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모순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이란이나 북한은 부시대통령이 이라크와 함께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Axis of Evil)로 규정한 나라들이다. 그런데, 미국의 가장 든든한 동맹 영국 국민들이 실망스럽게도 친구 부시 대통령의 말에 전혀 귀를 귀울이지 않으니 말이다.
  

"어느 지도자가 세계 평화에 위협적인가"라는 질문에서 영국인들은 부시가 김정일보다도 더 위험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가 줄기차게 공격해온 이란 대통령 역시 부시보다 훨씬 덜 위험한 존재로 인식됐다. 빈 라덴 만이 그를 앞섰을 뿐이다.

영국인(10월 27일부터 30일 사이 영국 전역의 성인 1010명에 대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들의 75%가 부시 대통령이 세계 평화에 위협적인 존재(danger to world peace)라고 생각하는 반면, 최근 핵실험을 통해 악명을 있는 대로 떨친 북한의 김정일은 그보다 적은 69% 만이 위험스런 존재라고 답했다. 또, 북한에 앞서 미국에 의해 핵을 개발하는 악의 중심지로 몰리던 이란의 아흐메디네자드 대통령은 62%에 불과해 김정일보다도 낮았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테러의 화신으로 언급하는 헤즈볼라 지도자 나스랄라도 65%로 부시 대통령보다 낮았다. 부시 대통령이 위안을 삼아야 할 대목이 있다면 알 카에다의 보이지 않는 손 빈 라덴이 그보다 높은 87%라는 점수를 얻은 것 뿐이다.
  
캐나다, 멕시코, 이스라엘도 동시 여론조사

부시 대통령의 강경정책을 추종하는 세력에게 실망스런 여론조사 결과는 계속 이어진다. 영국인의 69%는 부시 대통령이 2001년 9.11 테러 뒤에 선언한 '테러와의 전쟁' 정책이 세계를 더 불안하게 했다고 믿는다는 것. 오직 7%만이 부시의 세계 정책이 세계의 안전을 더 확보한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영국인 71%가 잘못된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영국인들만 이런 위험한 생각을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번 여론조사는 캐나다, 멕시코, 이스라엘에서 동시에 실시됐다. 이스라엘의 주요 일간지 하레츠(Haaretz), 캐나다의 라 프레스 앤드 토론토 스타(La Presse and Toronto Star), 멕시코의 레포르마(Reforma) 신문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며 미국 아닌 미국처럼 지내고 있는 캐나다 국민(성인 남녀 1007명)들은 영국 보다는 다소 낮지만, 무려 62%가 미국의 정책 때문에 세계가 더 위험해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남쪽으로 국경을 접하는 멕시코 국민(성인 남녀 1010명)도 52%가 미국정책으로 세계가 더 위험해 졌으며, 미국과 밀착된 이스라엘 국민(성인 남녀 1078명) 36%도 미국 정책 때문에 세계가 더 위험해졌다고 답했다. 이라크 전쟁이 잘 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멕시코의 89%, 캐나다인의 73%가 잘못된 전쟁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간 선거, 세계 평화 분수령 

이라크 전쟁을 옹호하며 이란과 북한의 핵개발을 비난하던 블레어나 각국 지도자들의 주장과 달리 국민들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회고록을 발간한 전 독일 총리 슈뢰더는 블레어의 비정상적인 대미 접근이 유럽과의 관계를 훼손시켰으며 이런 결과에 크게 실망했다는 사실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유럽이나 영국사회에서 블레어는 부시의 충실한 친구, 심하게 주종관계로 표현된다. 그만큼 블레어가 바라보는 미국, 부시와 일반국민이나 유럽의 다른 나라가 바라보는 미국, 부시의 이미지는 사뭇 다른 것이다.

부시가 몰고 가는 트럭에 개와 함께 타고 가는 블레어 총리. 대역을 사용한 사진이다. 블레어는 영국국민들의 일반 정서와 달리 부시정책을 충실하게 추종해 부시의 애완견으로 불린다.   

미국 국민은 어떤가. 7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시의 전쟁 정책 인기가 바닥을 기며 상원과 하원 양쪽 모두에서 부시의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잃어 70년대 닉슨의 워터 게이트 사건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리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영국사회나 유럽에서 일반 국민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면 미국이나 부시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무척 힘들다. 한국사회와 큰 온도차를 실감하게 된다. 영국인이나 기타 유럽, 세계 각국으로부터 갈수록 고립되는 미국 부시의 외교정책. 미국인들이 7일 중간선거에서 어떻게 부시를 받아들여 줄 지 결과가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지구촌민들의 입장과 아랑곳 없이 밀어붙이라는 힘을 실어 줄 것인지. 세계인의 평균적인 시각과 보조를 맞출 것인지. 미국인들의 선택에 세계 평화문제가 달려 있다고 해도 크게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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