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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표 뉴스비평] 기습 폭우 관련 뉴스

지난 23일 초속 63,7m 강풍과 기습 폭우가 강원도 동해안 지역을 강타했습니다. 여름의 홍수 피해도 채 복구하지 못한 마을을 또다시 덮친 재난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짓뭉개버렸습니다. 이 소식은 SBS 8시뉴스의 머리기사로 보도되었습니다. 그런데 SBS는 이날 8시뉴스를 두 시간 늦게 10시 5분에야 시작했습니다. 원래의 뉴스시간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중계가 차지했습니다.

8시뉴스는 한 시간 늦게 나오는 경쟁 지상파 방송들의 '9시뉴스'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뒤에 시작한 것입니다. 26일 밤에도 8시뉴스는 프로야구 중계에 밀려 밤 10시 25분에야 시작되었습니다. 지상파 방송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제일의 간판 프로그램인 8시뉴스가 국가적인 이벤트도 아니고, 사회적인 관심사도 아니며, 돌발사태도 아닌 프로야구 중계에 두 시간이나 밀리게 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8시뉴스가 밀린 사정이 무엇인가 하고 묻기 전에 프로그램 편성자의 8시뉴스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문제가 먼저 지적되어야 합니다. 8시뉴스 시간은 어떤 경우에도 요지부동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닙니다. 정해진 뉴스시간을 늦추려면 그럴만한 불가피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가 지난 24일 SBS 8시뉴스에 등장했습니다. 기득권층에 대한 독설적인 비판으로 유명한 강 교수가 SBS 뉴스에 등장한 것은 "강남을 우리 사회의 성장 엔진으로 보자"는 그의 주장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강남에 대한 정부와 사회 일각의 적대적 태도에 비추어 그의 주장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 합니다. '성장 엔진론'은 최근 출간한 '강남- 낯선 한국의 자화상'이라는 그의 책에 나옵니다. 한국형 자본주의의 욕망의 위계질서에서 강남이 맨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이 책의 밑바닥에는 한국형 자본주의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태도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그는 성장모델로서의 강남을 옹호한 것이 아니라 덜 성공한 사람들이 더 성공한 사람들을 질시하는 꼴인 '강남 비판'을 비판한 것입니다. 그런데 뉴스는 그의 '성장 엔진론'에 지나치게 무게를 실었습니다. 그의 주장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까지 전망한 것이 그렇습니다. 정부의 집값 안정 전망에 대해 SBS 뉴스는 적시에 경고장을 던졌습니다.

지난 21일 뉴스는 집값이 올해 안에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이 빗나가는 분위기라고 보도하고, 최근의 심상치 않은 집값 상승세를 전했습니다. 그 이틀 뒤인 23일 정부가 분당 규모의 신도시 1곳을 수도권에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공급확대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기존의 집값 안정 정책의 한계를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이 이 발표를 서두른 이유에 대해서는 청와대조차 납득이 안 되어 조사 중이라고 합니다. 추 장관은 서둘렀을 뿐만 아니라 오버까지 했습니다. 뉴스는 그가 "주택 공급이 이어질 테니 지금 서둘러 집을 사려고 조바심을 가지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시장에서는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주택구입을 미뤄 온 무주택자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적절한 지적을 했습니다.

지난 20일부터 며칠동안 SBS 뉴스는 평양을 방문한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이 들었다는, "추가적인 핵실험 계획이 없다"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 발언의 '진실'을 캐는데 골몰했습니다. 뉴스가 전한 그의 발언은 미국이 궁지에 몰지 않으면 정세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겠으며 모든 것은 미국에 달렸다는 말로 이어졌습니다. 그의 발언을 놓고 '진실게임'에 들어간 것은 다음 날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그런 말을 탕자쉬안 위원에게서 듣지 못했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21일 뉴스에 따르면 라이스 장관은 김 위원장이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중국 측으로부터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이 듣기로는 김 위원장이 미국의 요구대로 추가 핵실험을 포기하고 무조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맞습니다. 중국은 "핵실험 계획이 없다더라."고만 말했을 것입니다. 그러자 23일 뉴스는 김정일 위원장과 탕자쉬안 중국 특사는 과연 무슨 말을 주고받았을까? 한 사람 말을 두고 중국과 미국의 인식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뉴스는 이 질문에 대해 그것은 김 위원장의 언급 자체가 상당히 모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추가적인 핵실험 계획이 없다"라는 말과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같은 뜻이 아닙니다. 따라서 중국은 분명히 전했지만, 미국은 듣지 않은 것입니다. 여기에는 '계획'이란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건이 달린, "계획이 없다"가 아니라 "하지 않겠다"는 무조건적인 약속을 요구하는 미국의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미국은 왜 계획이 없다는 김 위원장의 말을 긍정적인 신호로 붙들려하지 않는가 라는 질문이 진실 캐기보다 더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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