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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과 한국 뮤지컬

안녕하세요. 어느덧 10월이 거의 다 지나가버렸습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로 시작하는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을 흥얼거리게 되는 땝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지요?

일본 극단 '시키'가 이번주말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극장인 샤롯데 극장에서 개막하는
디즈니 뮤지컬 '라이온 킹'이 공연계 화젭니다. 한국 뮤지컬계의 위기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데요. 다음은 이번주 월요일에 열렸던 대한민국 뮤지컬 페스티벌을 다녀와서 쓴 글입니다. 제 블로그(김수현 기자와 함께 산책하실래요? http://ublog.sbs.co.kr/shkim0423)에 올린 글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라이온 킹' 프리뷰 공연도 봤는데, 소감은 곧 다른 글로 보내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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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대한민국 뮤지컬 페스티벌이 국립극장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40년 전, 한국 최초의 창작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가 공연됐던 것을 기념하는 '뮤지컬의 날' 선포식과 함께. 100여명의 뮤지컬 배우들이 노 개런티로 참여해 5천여명의 관객들 앞에서 무료 공연을 펼쳤다. 장장 5시간 동안 계속된 페스티벌에는 뮤지컬 제작자와 배우, 창작 인력들, 뮤지컬 전공 학생들까지, 한국에서 뮤지컬에 몸담은 사람들이면 대부분 온 것 같았다.

사실 이 행사가 열린 중요한 계기는 일본 극단 시키의 '라이온 킹' 개막이 이번주말로 다가온 것이다.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극장을 일본 극단 '시키'가 확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뮤지컬 계는 시끌시끌했다.

시키는 일본 최대 극단, 연매출이 2천 6백억원에 이르는 기업형 극단이다.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 규모가 많이 컸다 해도 천억원대에 불과하다. 시키는 몇 년 전에도 한국 진출을 타진하다 우리 뮤지컬 업계의 반발이 거세자 유보를 발표한 적이 있다. 시키는 그동안 치밀하게 한국 진출을 준비해 왔다. 한국 배우들을 꾸준히 입단시켜 한국어 공연에 대비했고, 한국 문화계 인사들과 교류해왔다.

시키가 한국 시장 진출작으로 택한 작품은 디즈니 뮤지컬 '라이온 킹'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세계적인 화제작이다. '라이온 킹'은 한국 제작자들도 라이센스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공들였던 작품이다. 그러나 판권을 갖고 있는 디즈니 씨어트리컬은 더 오랜 관계를 유지해온 일본의 시키에게 이 작품의 아시아 판권을 내줬다.

디즈니로서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 같은 아시아권 국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시키가 한국인 배우들을 기용해 제작한다면 별 차이 없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전에 한국 제작자들이 라이센스 뮤지컬로 제작했던 디즈니 뮤지컬 '미녀와 야수' '아이다'의 흥행성적이 자신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니 한국은 독립된 시장으로서가 아니라, 더 큰 일본 시장에 종속된 시장으로서 관리해야겠다고 방침을 정했는지도 모른다.

시키의 '라이온 킹' 제작발표회 이후 한국 뮤지컬 계의 반응은 대체로 '비분강개'였다. 시키는 시종일관 '문화교류'라고 주장했지만, 한국 뮤지컬 계에서는 '문화침략'이니, '제 2의 독도 침탈' 하며, 다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시키의 한국 진출은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본질은 '시장'이다.
시키로서는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일본 시장을 더이상 개발하기보다는 급속하게 성장세를 타고 있는 한국의 뮤지컬 시장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을 법 하다. 지금까지 공개된 아사리 게이타 시키 회장의 어록들을 보면, 시키는 한국 시장을 발판으로 중국, 나아가 아시아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 같다.

그러나 시키의 한국 진출을 경계해야 한다는 뮤지컬계의 주장은 지금까지 뮤지컬 시장의 소비자인 관객들에게는 크게 설득력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급속하게 팽창하면서 어중이 떠중이 난립하는 과도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이 와중에 뮤지컬 제작비에는 거품이 꼈고 티켓 최고가 20만원을 호가하는 작품들까지 등장했다.

관객들은 제작자가 누구이건 좋은 공연을 싸게 볼 수 있다면 만족하게 마련이다. 시키는 티켓 최고가 9만원을 제시하며, 한국 뮤지컬의 '거품'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9만원이면, 지금까지 선보였던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그동안 천정부지로 올랐던 티켓값에 불만을 가져왔던 관객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인 것이다.

(사실 시키가 내세운 '저렴한 가격'은 1년 이상 장기공연이 가능한 전용극장을 확보한 데다,  이미 일본 공연을 통해 무대장치와 의상 등을 보유하고 있었고, 오케스트라 라이브 반주가 아닌 녹음 반주를 해서 제작비 절감이 가능했기 때문이긴 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시키 성토에 주력해온 뮤지컬 계의 목소리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인상과 함께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에 뮤지컬계가 '페스티벌'을 개최한 데에는, 무작정 시키를 반대하기보다는, 시키 진출에 즈음해 한국 뮤지컬 산업의 현황을 알리고, 관객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가 컸다.

'살짜기 옵서예' 주연이었던 패티 김, 그리고 진작에 '슈퍼스타'가 돼버린 조승우까지 무대 위에 섰다. 조승우는 공연을 하진 않았지만, 뮤지컬의 날 선포식에서 공동 낭독자로 나섰다.  역시나 관객들의 환호성이 대단했다.

처음에는 라이온 킹이 공연되는 극장 앞에서 뮤지컬 인들이 단체로 삭발식을 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지만, 젊은 제작자들이 중심이 된 '뮤지컬 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그보다는 뮤지컬 관계자들이 보다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시키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이것이 관철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삭발식보다는 이런 방식이 낫다고 생각한다.

자칫하면 산업화 초기 단계인 한국 뮤지컬 시장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도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국 뮤지컬의 재도약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 이 날 모인 뮤지컬 인들의 목소리였다.

무엇보다도 질 좋은 공연으로 관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중요한 의무이니만큼, 창작 뮤지컬 컨텐츠를 개발하고, 전용극장과 배우 양성센터 같은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과당 경쟁을 지양해 제작비 거품을 뺀다는 계획을 밝혔다.

뮤지컬 '라이온 킹'은 프리뷰 공연을 마치고 내일 정식 개막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라이온 킹' 공연 자체의 흥행 여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나는 2년 전 브로드웨이에서도 '라이온 킹'을 본 적이 있는데, 오리지널 연출자인 줄리 테이머의 무대 미술이나 연출력은 정말 대단해서 '와!' 하는 감탄을 자아내지만, 드라마에는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세 시간 가까이 되는 공연 시간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함께 공연을 본 딸 은우는 당시 6살이었는데, 처음에는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좋아하더니만, 중반 이후에는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물론 영어 대사를 못 알아들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뮤지컬 계가 우려하는 것은 '라이온 킹' 자체라기보다는, 현재는 일본 극단 '시키'지만, 앞으로 다른 해외 거대 컴퍼니가 우리 시장에 눈독을 들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극단에 라이센스를 줄 필요 없이, 자기들이 직접 한국인 배우를 기용해 제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 시장은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해외자본의 '하청'에 그치는 종속된 시장이 된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돈의 꼬리표'를 따질 필요가 있겠느냐는 사람도 많지만, 공연이나 영화 같은 문화상품의 경우는, '세계 경제에는 국경이 없다'는 명제를 무조건 적용시키기는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급격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산업화 초기 단계인 한국 뮤지컬. 안방에서 해외 거대자본의 도전에 맞닥뜨린?출과 관련해 제가 쓴 또다른 글인데요, '라이온 킹' 제작발표회에 다녀와서 썼으니 조금 시일이 지났고 뉴스레터로 발송된 적도 있지만, 참고가 될까 싶어 다시 알려드립니다.  조금 깁니다. .http://ublog.sbs.co.kr/shkim0423?targetBlog=395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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