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을 가뭄을 적셔주는 고마운 비가 내리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갑자기 추워져 당황스럽지만 결국 제 철 기온을 제대로 찾은 것이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시기를 바랍니다.
너무 뜸하게 소식 전하는 것 같아 늘 죄송한 마음이라 앞으로는 다소 함량이 떨어지더라도 더 자주 찾아뵈기로 다짐을 하겠습니다. (여기서 더 함량이 떨어지면 어떡하라고...) 오늘은 이번 주 개봉영화들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감상평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한 영화를 갖고 길지도 않은 글을 쓰는데도 영화 보는 시간의 두 배 정도 시간이 들어가는지라 시간 관리에 젬병인 저로서는 자주 기회를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을로
결혼을 앞둔 초임검사 유지태는 사랑하는 연인 김지수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잃어버리고 아픈 상처를 깊숙이 간직한 채 무의미한 나날을 살아갑니다. 연인이 남긴 일기장에 적힌 신혼여행 계획에 따라 여행길에 오르는데 현장에 매몰됐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엄지원과 우연인지 필연인지 계속 마주칩니다. 김대승 감독은 임권택 감독의 연출부답게 꼼꼼하면서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 않는 정통적인 연출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특히 7번 국도를 따라 펼쳐지는 영화 속 아름다운 우리땅의 자연 풍경은 가을 느낌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는데요. 아름다운 풍광과 귀에 익은 모차르트 선율 속에서 상처받은 젊은 남녀들의 고통과 조심스런 교감이 잘 펼쳐집니다. 신선하게 처리되는 결말도 통속에 빠지지 않고 비교적 개운한 마음으로 극장문을 나설 수 있게 해줍니다.
비극적 사건을 단순히 소재로만 차용하지 않고 안전불감증, 도덕불감증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가진자들의 횡포에 대해서도 과하지 않을 정도의 통찰도 담고 있어 영화의 리얼리티와 감독의 사회적 시선을 엿볼 수 있습니다. 김지수와 유지태의 사랑 방식이 독특하고 얼굴 자체에서 궁기라고나 할까 가여움이 뚝뚝 묻어나는 엄지원의 여린 연기도 훌륭합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동명소설을 영화화했는데요. 줄거리는 언론인의 꿈을 안고 상경한 젊은 처자가 저명한 패션잡지의 편집장 비서로 취직하는데 이 편집장은 패션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직장내에서는 괴팍하고 독재적인 보스입니다.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지만 매끈한 업무처리로 결국 성공적인 연착륙을 이뤄내지만 원래 자신의 꿈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대다수 할리우드 영화가 그렇듯이 뻔한 결말로 끝이 나지만 ‘워킹걸’의 고군분투 사회 입문기와 ‘신데렐라’의 변신 성공 스토리라는 매력적인 요소를 명품과 패션업계라는 틀에 잘 녹여냈습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멋진 수단’과 ‘쓸데없는 실용적인 가치는 하나도 없는 이해할 수 없는 물품’이라는 명품에 대한 양 극단의 의견이 분분한데 여러분들은 어떠신지요. 저는 전적으로 후자 견해에 찬성했지만 나이 먹어가면서 점점 사람들 손목이나 어깨, 허리, 발 같은 부분에 눈길이 가고 가끔 지름신의 유혹을 받기도 하네요. (능력이 안되다 보니 짝퉁이라도 ....쩝)
프린세스 다이어리에서 귀엽고 깜찍한 소녀였던 앤 헤서웨이가 어느새 말만한 처녀로 성장한 모습이 놀랍고 보스에게 깨질 때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메릴 스트립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표정 연기는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44사이즈를 입어주기 위해 ‘하루종일 굶다가 까무러치기 직전에야 치즈 한 조각을 먹는’ 방식의 목숨 건 다이어트를 결행하는 주인공 동료의 대사도 인상적입니다.
마음이
깜찍한 어린이와 동물이 함께 나와 사전 호감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영화지만 이야기의 짜임새와 완성도는 상당히 떨어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본격 동물 영화라는 참신한 제작 동기 그 이상을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습니다.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중반부까지는 매끄럽지만 이후 생모 캐릭터의 애매모호함 등 개와 인간의 교감과 사랑이라는 주제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어 공감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들이 눈에 거슬립니다. 아이들 눈높이로 보면 뭐 문제가 없지 않겠냐고 하지만 요즘 아이들도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거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이밖에 [울프 크릭]은 오랜만에 접하는 호주 영화로 ‘아웃백’으로 불리는 호주 내륙 사막지역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이 연쇄 살인마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공포 체험을 오싹하게 보여주고, [원피스:기계태엽성의 메카거병]은 만화로 인기를 얻어 TV 시리즈로 제작된 원피스의 극장판으로 보물 찾기 여정을 신나고 아찔한 모험으로 채운 어린이 눈높이 애니메이션입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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