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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민주주의 창-신문의 보수화⑤ 대중성

1) 마돈나 아기 입양에서 보는 신문과 재미

민주주의 확대과정에서 정의의 수호자로 국민다수와 함께 하던 언론이 민주화 이후에는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의 하나로 성격이 변화됨을 살펴봤다. 그 과정에서 보수적인 색채가 강해지는 신문이 잘 팔리는 현상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이유가 꼭 신문의 보수적 성향이 강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독자들이 신문을 살 때 꼭 정파적 입장을 고려해 구입하지는 않는다. 정보나 읽는 재미가 필요하다. 18일자 영국 조간신문을 예로 들어보자. 팝의 대명사 마돈나 얘기로 가득하다. 마돈나가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두살난 아기를 입양했다는 소식이다.

마돈나의 입양이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무엇보다 아기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돈과 명성으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한다는 비난이 이는 가운데 말라위의 아기가 런던으로 왔다. 런던 중심가 마블 아치에 있는 마돈나와 남편 가이 리치의 저택으로 오는 과정이 수사 드라마처럼 언론에 중계됐다. 마돈나가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데이비드를 입양할 것"이라면서 변호사들에게 백지수표를 꺼내 놓고 아기 입양을 성공시키라고 주문했다는 소식과 대변인을 통해 이번 입양이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 아니라 몇 달 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었음을 강조하는 내용을 전했다. 신문은 1면 주요 기사로 비중있게 다뤘다. BBC나 민영 ITV 가릴 것 없이 공항 도착부터 뉴스시간에 생방송으로 연결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때 마돈나 소식을 9면에서 담담하게 다룬 신문이 있다. 이 신문은 1면에 "이라크 전쟁이 재앙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직 이 두 사람인가요?(Are these only two people in the world who don't think the war in Iraq is a disaster?)"라는 의문 제목 아래 이라크 전쟁관련 소식을 다뤘다. 2면에도 블레어와 부시의 사진에다 부시의 고문 제임스 베이커 전 미국무 장관이 제기한 이라크 전쟁실패론과 철군론을 거론하면서 이라크전 철군을 주장한 영국군 사령관의 주장을 다시 한 번 인용했다. 마돈나 소식은 9면에서야 나온다. "마돈나, 말라위 아기 입양은 합법적이라고 주장하다(Madonna insists Malawi adoption is lawful)"라는 제목 아래 자극적인 주장과 내용 없이 그냥 사건의 줄거리만 담담하게 전한다. 마돈나의 사진 없이 보모가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을 실었다. 
        

많은 신문들이 마돈나의 말라위 아기입양을 대서특필하는 가운데 인디펜던트는 1면에 부시와 블레어의 이라크전 소식으로 메웠다.

무엇이 뉴스이고 기사인가. 그리고, 특정신문이 무슨 기사를 중요시해 다루는가의 문제는 전적으로 신문사의 고유 재량이다. 그리고 그 신문을 선택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독자들 손에 달렸다. 대중적 관심사가 아무리 크더라도 마돈나 입양기사를 담담하게 그리 크지 않은 비중으로 다룬 인디펜던트의 취사선택이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누구나 똑같은 얘기를 다루는 스테레오 타입화(Stereotyped)된 신문 기사 현실에서 자기만의 색을 고집하면서 고독한 길을 걷는 언론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그런 선택의 결과는 전적으로 인디펜던트 발행부수가 말해준다. 25만부로 10개 일간지 가운데 최 하위. 그리고, 마돈나 소식을 흥미진진하게 자세히 다루는 신문들은 잘 팔린다.  

2) 보수언론은 대중성...진보언론은 정도

보수 신문은 대중성을 중시한다. 보수집단에 유리한 입장을 전하는 동시에 대중성에 집착하는 측면을 보여 준다. 한국식으로 해석하면 복잡하고 딱딱하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적인 관심사를 찾는다. 절차적인 민주화를 달성하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상태에서 특히 보수적 관점의 대중들은 인권, 소수권익 보호, 경제정의, 분배, 환경 보호, 국제 평화와 연대, 지구촌 기아 해결... 이렇게 무거운 사회적 담론(談論) 주제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신 여행과 여가 선용, 연예 스포츠, 가정 생활, 건강과 참살이... 이런 주제에 집착한다. 이런 주제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라 대중적 속성이 그렇다는 것이다. 보수신문들은 대중의 이런 욕구를 잘 풀어 준다. 반면 진보언론은 그렇지 않다. 담론적 주제에 집착하며 언론 고유의 사명 즉 절대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인권과 평화를 위한 메시지 전달에 주력한다. 그러니 신문 판매부수는 이미 판가름난 것이나 다름 없다.  

민주주의가 진행될수록 신문의 보수화 성향은 더욱 강해진다. 즉, 사회 상류 계층과 보수적 정치집단에 대한 지지도를 높여 간다. 정치집단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힘을 숭배하는 풍조에 깊은 동조를 보낸다. 유사 민족주의나 현실론을 내세우며 자기 이익을 관철할 수 있는 집단 모두를 망라한다. 내용적으로는 정론보다 대중적 관심도가 높은 사안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신문이 사업적으로 성공하려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답은 자명하다. 인터넷 언론과 방송의 영향력 증대에 날로 설자리가 날로 좁아지지만 그래도 이런 길을 고집할 경우 희망은 있다. 

진보언론은 보수언론보다 어려움이 더 크다. 보수언론이 보수적 집단에 대한 이념적 동조와 현실적 지원을 노골적으로 표시해 든든한 친구, 즉 독자를 확보하는 것과 달리 진보언론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정책이나 사안별로 때론 비판하고 때론 지지할 뿐, 미우나 고우나 밀어주고 끌어 주는 강한 연대가 없다. 정파성이 옅다는 것은 충성도가 강한 집단, 즉 특정 정파나 계층, 지역에 밀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언론의 길은 쉬운 게 아니다. 진보언론의 경우 대형화하거나 생존을 위해 다른 면모를 보이는 순간 변질되며 존립근거를 잃게 될 확률이 아주 높다. 최소 인력으로 고정 독자를 확보해야 생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민주화 이전과 이후의 언론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영국의 사례가 이를 보여 준다. 다음 글부터는 영국 신문이 국제문제를 놓고 보여 주는 시각차를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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