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4차 협상이 제주에서 열리는 데 대해 제주도민들은 매우 못마땅하면서도 착잡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와 도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정부가 제주도를 한미FTA 4차 협상장소로 선정, 23∼27일 제주에서 협상이 열리기 때문이다.
제주도 내 농민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지난 9월 초 정부가 제주도를 한미FTA 4차 협상장으로 고려할 때부터 "협상장을 제주로 결정할 경우 노무현 정부와 한판 대격돌을 준비하겠다"며 강력히 반대해 왔다.
도민들 사이에 이런 여론이 비등해지자 제주도도 지난 9월 중순 외교통상부와 농림부에 "정부가 제주도를 한미FTA 협상장으로 검토하는 데 대해 도내 각계각층의 원성과 불만이 높아가고 있고 대규모 반대시위도 예상된다"며 개최지를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한미FTA 협상장으로 제주를 선택한 것은 단순히 협상단에 대한 경호나 경비가 쉬운 점만을 고려한 게 아니라 세력이 약한 제주도민들을 만만하게 본 결과라고 대다수 도민들을 생각하고 있다.
제주가 개최지로 결정되자 도내 농축수산인들은 '한미FTA저지를 위한 제주도농 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땅과 바다, 하늘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해 제주 농축수산인들의 분노를 확실히 보여 줄 것"이라며 투쟁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도내 시민사회단체 등도 한미FTA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를 결성해 농축수산인,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과 함께 협상이 열리는 기간에 한미FTA 협상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협상기간에 제주에서 협상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 재배농가들과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불안하고 착잡한 심정이다.
감귤 재배농가들은 최근 박홍수 농림부장관이 "제주 감귤을 쌀과 같은 위치에 두고 한미FTA 협상에 임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정부가 감귤을 협상품목에서 제외시켜줄 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만에 하나 감귤류 수입관세가 즉시 철폐돼 외국산 감귤류가 쏟아져 들어올 경우 제주 감귤농가의 피해액이 연간 최저 2천100여억원(제주대 용역팀 조사)에 이르러 감귤 농가가 파멸하고 지역경제가 나락에 떨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도내 관광업계도 관련 분야의 개방으로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 관광업계가 타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며 한미FTA 협상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또 협상기간 제주에서 벌어지는 한미FTA 반대 시위로 제주의 이미지가 나쁘게 비쳐져 제주 관광에 타격을 주지 않을까 염려하는 등 도민 대다수가 제주에서 열리는 한미FTA 협상을 못마땅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찬성하는 목소리는 아예 없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뭐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한미FTA 협상이 제주에서 열리는 게 제주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협상이 관광사업이나 감귤산업에 유리하게 이뤄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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