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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칼럼] 세계를 '우리 품'에

<8뉴스>

작년에 긴급구호관련 책을 낸 후, 저는 하루에도 열 통 이상의 편지를 받습니다.

주로 학생들이 보내는데 국제기구에서 일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묻습니다.

문제는 질문이 진지해질수록 제 대답은 점점 더 궁해진다는 점입니다.

저도 체계적인 과정을 거친 게 아니라서 무엇이 정석이다, 라고 딱 부러지게 말해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반기문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확정'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순간, 너무나 기뻐서 꽤액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내게 편지 보내는 학생들에게 속시원히 해줄 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고요? 물론 할 수 있죠. 이젠 유엔 사무총장도 한국사람이잖아요."

더욱이 반장관의 출발점과 성장과정이 평범한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특권층의 특혜를 발판삼은 것이 아니라 오로지 개인의 노력과 성실함으로 그 자리까지 올랐다는 점은 젊은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국제기구에 한국인의 진출이 활발하지 못했던 건 사실입니다.

제가 지난 6년간 대형 재난의 현장에서 같이 일했던 그 많은 UN직원 중에 한국 사람은 딱 한 명 뿐이었습니다.

제가 속한 단체의 국제본부 직원 가운데 한국인은 아직까지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이제는 다릅니다.

차분히 준비하고, 실력으로 무장한다면 국제무대진출의 꿈을 이루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냄비 속에서 잔뜩 달궈진 팝콘 알갱이 같다고나 할까요? 그 중 먼저 한 알이 튀었으니까 그것을 신호탄으로 다른 알갱이들도 일제히 튀어오를 것입니다.

재난현장에서 눈빛 반짝이는 한국 젊은이들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울까요? 생각만해도 가슴 뻐근합니다.

제게 편지 보내는 수많은 '냄비 속의 팝콘 알갱이'들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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