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텔리그라프...1면부터 보수당과 카메론 일방 홍보
정론지(Quality Paper) 가운데 최대의 발행부수를 기록하는 데일리 텔리그라프(Daily Telegraph)를 살펴보고, 개혁을 지향하는 신문으로 넘어간다. 기본적으로 사회안정이란 가치관 아래 보수적인 논조로 보수당을 지지하는 데일리 텔리그라프. 앞서 살펴본 머독의 보수적 정론지 더 타임즈와 어떻게 다른지 흥미로운 탐구가 될 것이다. 더 타임즈와 데일리 텔리그라프, 둘 다 보수적인 논조를 배경으로 깔지만 똑같은 사안을 놓고 신문기사로 표현되는 결과를 보면 크게 다르다. 초록(草綠)의 동색(同色)이면서 출구가 다른 이론(異論)을 보이는 두 신문. 보수당에 대한 접근 방법을 통해 두 신문의 차이를 명확히 구별할 수 있다.
일단, 데일리 텔리그라프는 보수당과 카메론에 대해 우호적이다. 시종일관 긍적적인 관점에서 카메론을 바라본다. 아니 가재는 게편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만큼 노골적으로 카메론과 보수당 편을 든다. 이점이 타임즈와 다르다. 우선, 기사의 분량부터 들여다 보자. 현직 국가 총리로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 당수 블레어의 연설에 3개 면을 할애했다. 야당인 보수당 카메론의 연설에는 1면과 10면 2면에만 다뤘다. 양적으로는 블레어 보다 적다. 그러나, 학교 급식의 질을 높이자는 캠페인을 벌여 영국국민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던 요리사 제이미 올리비에(Jamie Olivier)를 공격해 보수당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킨 보수당 보리스 존슨 의원의 해명성 기사를 2개면에 걸쳐 비중있게 실어 준 것을 감안하면 블레어 때보다 약화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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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피 텔리그라프. 보수당과 케메론 당수를 일방적으로 지지한다. |
더구나, 내용을 보면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기사에서 냉정을 유지하고, 사설이나 해설기사 만평을 통해 카메론을 공격하던 타임즈와 분명히 구별된다. 블레어와 노동당에 공격적이었던 것과 달리 카메론과 보수당에 애정 어린 시각의 논조를 금방 알아챈다. 먼저 1면 기사를 보자. 1면에 기사가 없이 사진만 실었던 타임즈와 달리 1면에 컬러 사진과 함께 머릿기사로 카메론의 연설기사를 다뤘다. 제목을 보자. 카메론이 아내 사만다와 취한 다정스런 포즈를 아주 따뜻한 느낌으로 전달하면서 "카메론, 동성애와 독신부모 반대라는 보수당의 오랜 금기(禁忌)를 깨다.(Cameron kills Tory taboos on gays and single parents"라는 제목을 달았다.
보수당의 약점은 젊은 세대에 어필하지 못하는 것. "금기를 깬다(kill taboo)"는 표현은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지만, 포용력과 함께 진취적인 용기를 대변하는 전형적인 글귀다. 카메론에 긍정적이다. 블레어 연설시 "블레어가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의 영광을 훔쳤다"고 원색적인 용어로 블레어를 비난했던 제목과 완전히 다르다. 기사도 사뭇 긍정적인 분위기다. 첫 문장부터 새로운 보수당이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며 동성애, 독신부모 문제를 정면돌파하는 외에 집권하면 새로운 세대를 위한 정부가 될 것이라는 카메론의 의지를 전했다. 영국 젊은이들이 행복한 가정을 설계할 수 있도록 전력투구 할 것임을 강조하면서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결혼 시 금전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까지 고려한다는 보수당 간부의 말을 덧붙였다.
본질(substance)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카메론의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하면서 그를 옹호했다. "스타일만 있고 본질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카메론은 '지도자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며 당장 국민들이 듣기 좋은 쉬운 것을 자랑삼아 늘어 놓는 것 보다 장기적으로 옳은 것을 취하는 것'이라는 말로 받아 쳤다. (Mr Cameron took head-on the accusation that he was 'all style but no substance', saying leadership was about taking time to think things through, getting it right for the long term and not 'trotting out the easy answers that people wanted to hear." 같은 보수언론 타임즈와 어떻게 다른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약점 대신 희망과 미래 전달
다음 대목에서 더 명확해진다. 본질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그에게 과거의 정책으로 돌아가라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분명한 정책들. 감세, 기업 밀착형 정책, 작은 정부... 이런 덕목이 보수당의 본질이었다. 카메론은 이런 과거 정책과 선을 긋고,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not coming back)"고 말했다. 감세에 대해서도 "카메론은 감세약속을 지키지도 못할 화중지병(畵中之餠, 그림의 떡)이라고 일축했다(He dismissed calls for 'pie in the sky' promises of tax cuts)"는 표현으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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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 텔리그라프 카메론 보수당수 연설 기사. 더 타임즈가 보수당의 본령으로 돌아가라고 꾸짖는다면 따뜻하게 감싼다. |
10면의 추가 기사 역시 블레어의 연설을 몰아칠 때와 달리 좋은 문구를 동원해 카메론을 치켜 세운다. 제목부터 인상적이다. 미소를 머금고 연설하는 카메론의 얼굴 사진 위로 "보수당의 미래를 향한 카메론의 청사진.(Cameron's blue print for a Tory future)". '청사진'이라는 단어는 희망을 불러주는 미래의 공약을 가리킨다. 말이 주는 느낌은 영어나 우리말이나 긍정적이다. 첫 문장. "카메론은 지키지도 못할 공양을 남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수당원들에게 말했다(David Cameron told the Conservative party that he would not be rushed into making promises on policy that he would not be able to keep)". 정책이 없다는 비판. 타임즈에서 보던 보수주의자들의 공격, 즉 작은 정부라는 과거 정책으로 돌아가라면서 카메론을 공격하던 타임즈 논조와 완??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
사설은 노골적인 카메론 찬양조(調)다. "카메론이 바닷가에서 어둡던 분위기를 새롭게 바꿔 놓다. (Cameron clears some air at the seaside)" 알듯 모를 듯 한 이 말, 바닷가는 또 무슨 소리인가. 보수당의 전당대회가 열린 곳이 영국 남부 해안의 아름다운 도시 본머스(Bournemouth)다. 이 곳 본머스에서 바다를 뒤덮는 구름을 맑게 걷어 내듯이, 전당대회를 통해 보수당을 둘러싸고 있던 암울한 분위기를 말끔히 씻어 내고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제시했다는 극찬이다. 사설 내용에서도 변화와 전통을 균형있게 조화시킨 훌륭한 대회이자 연설이었다고 평가한다.
'더 타임즈' 보수로 돌아가라고 충고와 비판...
'데일리 텔리그라프' 비판 보다 따뜻하게 감싸...
우리는 2가지를 확인하게 된다. 보수언론들이 노동당의 블레어와 보수당의 카메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기사를 통해 어떻게 윤색하는지 들여다 본다. 또 하나, 같은 보수언론이라도 처한 상황과 입장에 따라 어떻게 보수당을 비판하고 칭찬하며 견인하는지 그 차이. 타임즈가 "보수당의 본령으로 돌아가라"고 준엄하게 꾸짖는 반면,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일단 카메론과 보수당을 감싸며 긍정적으로 해석해서 국민들에게 호감을 얻어 정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 사회에서 3대 보수언론들이 보수정당에 대해 보이는 시각과 입장 차이. 영국과 어떤 차이를 갖는가. 이 문제는 독자 여러 분들이 평소 접하는 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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